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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설가 중 제일 처음 좋아한 작가가 성석제다. 중, 고등학생 때 학습 때문에 봐야 했던 여러 문학 작품들은 공부를 해야 했기에 본다는 느낌이 강했지, 특별히 이 작가의 소설이 좋구나, 라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작품 선택이라거나 취향으로 보진 않았다. 취향 자체가 없었다.
학습에 관련된 문학 작품이 아닌 것은 읽기에 왠지 부담을 느낄 때였다. 특히 고등학생 때는... 중학생 때는 국내 소설, 작가에 대해 시나 시인은 알아도 소설 쪽은 잘 모를 때였고 관심도 크게 없을 때였다. 반면에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만화책은 달랐지만...
그러다 소설에 대한 취향이란 것이 생기고(여러 소설들을 읽을 기회와 읽어도 될, 읽을 수 밖에 없는? 때가 되어서), 이 작가의 작품 좋다,고 느낀 것이 바로 성석제와 그의 '홀림'이라는 단편집이었다.
8개의 단편들 중,'협죽도 그늘 아래'라는 단편이 유독 기억에 남아 있다. 어쩌면 그 단편 하나 때문에 성석제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성석제 작가를 수식하는 말(해학적이다, 풍자적이다) 중 '이야기꾼'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기도 했고, 성석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책이기도 했다.
협죽도 그늘 아래는 젊은 나이에 결혼하자마자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늙어서도 기다리는 어떤 할머니, 여인?의 이야기다. 한 번 시집 갔으면 그 집안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친정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돌아오지 않고, 소식도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시댁에 남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시아버지가 죽기 전에 군에서 보낸 남편의 행방불명 통지서를 내민다. 뭐, 자기가 죽으니 마음대로 다른 곳에 가서 살라는 뜻이겠지. 그렇지만 여인은 협죽도 그늘 아래에 앉아 매일 남편을 기다리며 늙어간다.
처음 이 단편을 읽었을 때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 여자의 순정은 진짜 최고다, 라고 그 순정에 감동받았었다. 그랬기에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기억에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본 이 소설은 아버지, 시아버지부터 시작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시아버지는 행방불명 통지서를 숨기고 며느리를 계속 붙잡아둔 것, 아닐까.
그리고 주인공 여인. 평생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남편을 기다리며 늙어간 이 여인이 정말 남편이 그리워서였는지 그리워하며 살다보니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그리워하는 것에 자기를 맞춰 살아, 진짜 그리워서 그리워하게 된 것처럼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어졌지만 답답했다.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 시대의 가치관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이랬을 거란 생각도 들어서 어느 정도 수긍은 가지만... 다시 읽은 후, 느낀 점은 처음과는 달리 안타까움이었다. 사회가 변해가듯 각 개인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도 변해가는 것 같다. 아니면 그 반대인가?
내 생각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을 보면, 기존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읽었던 책 다시 읽기를 시작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발간한지 오래되긴 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그 빛을 잃지 않는, 참 재미있는 책이다. 좋은 작품은 대다수가 그렇지만... ^^
제목
홀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