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검색에서 이미지 발췌
지난 주에 우연히 TV에서 본 영화 '뉴 월드'(2005)는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다. 영화 제목 위에 가제처럼 붙인 '콜린 파렐 어쩌고'라고 써 있는 문구에 끌려 자리에 앉아 집중하여 보기 시작했다. 콜린 파렐이라는 배우의 이름은 많이 들어 귀에 익지만, 그가 나온 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니었다. (트루 디텍티브 2는 언급하고 싶지 않음. 영화만 나오던 그가 드라마에 나온다기에... 여기까지. -,.-) 그럼에도 그 이름만으로 왠지 기대하게 하는 배우다. 그가 나온 영화 중 가장 최근에 본 것이 '신비한 동물사전'이었고, 그 영화에서도 그에게 실망이라고 해야 할지, 영화에 실망했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럼에도 콜린 파렐이라는 그 이름 때문에 보기 시작한 영화 '뉴 월드'를 다 보고 난 후에 남은 것은 콜린 파렐이 아니라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것. 콜린 파렐과 맞바꾸듯이 후반에 크리스찬 베일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헉! 크리스찬 베일 맞아?"라고 소리를 쳤다. 영화를 보고 폭풍 검색! '2005년에 만들었구나.' 그때는 배트맨 비긴즈의 브루스 웨인 때가 아닌가?? 버뜨!! 크리스찬 베일이 콜린 파렐에 밀리다니... 혼자 막 이런 생각을 하며 검색함. ㅋㅋㅋㅋㅋ (영화 제목 위에 콜린 파렐 어쩌고 써 있었다구! 어느 채널에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
영화는 콜린 파렐이 나오는 부분과 크리스찬 베일이 나오는 후반부의 느낌이 좀 다르다. 콜린 파렐(존 스미스 역)의 나오는 부분은 인디언과 영국군과의 전투씬과 포카혼타스(코리안카 킬처 분)와의 사랑 이야기가 역동성 있게 그려졌다면, 후반부 크리스찬 베일(존 롤프)의 후반부는 평화로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전체적인 느낌은 굉장히 서정적이다. 잔잔하다고 할 수 있다. 앞부분의 역동성 있는 부분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건 아니기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도 받았다. ㅋㅋㅋ
영화의 배경은 17세기 초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군인인 존 스미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고, 그가 도착한 곳에 살고 있던 인디언 포와탄 족의 공주인 포카혼타스와 만나 사랑하게 된다. 포카혼타스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그럴 만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을 길게 할애하지 않은 듯. 자연은 참 아름답게 그렸다. ㅋㅋ
그러던 중에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떠나지 않는 영국인들을 공격하자, 스미스는 왕의 명령에 따라 영국으로 돌아간다. 스미스는 혼자 남겨질 포카혼타스를 위해 자신을 죽었다고 여기게 만들고, 떠나버린 것.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으로 여긴 포카혼타스는 영국인들이 사는 마을에서 존 롤프에게 글자(알파벳)를 배우고 담배 농사를 짓는다.
여기서 포카혼타스의 성격이 변했다고 할지, 성숙하게 됐다고 할지, 존 스미스와 사랑을 할 때는 발랄하고 힘이 넘쳤는데 그가 죽었다고 알게 된 후로는 얌전하고 차분해졌다. 뭔가가 빠져버린 듯한 그런 느낌? 야성적인 그녀가 문명이라는 서구 문화에 맞춰서 변해간 것일지도?
담배 농사를 짓고 있는 꽤 부유한 청년인 존 롤프는 포카혼타스에게 글을 가르치고 담배 농사를 함께 지으면서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청혼한다. 언젠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존 롤프는 존 스미스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군인이기에 터프하고 강인한 남자가 존 스미스였다면, 존 롤프는 배려심 많고 다정다감하다.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은 잘 모르지만, 영국인이 인디언과 결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청혼하고 결혼을 했다는 것에 존 롤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판타지고, 실제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과정은 하나도 없다. 그저 계속 존 롤프가 포카혼타스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고(포카혼타스는 존 롤프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결혼하자고 말하고, 영국인들 틈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저 평화롭게 산다. 대화 없이 장면장면으로 보여준다. 하긴 존 롤프가 인디언과 결혼하고 함께 사는 그런 모습들을 이상하게 여기는 영국인들이 있고, 그런 시각을 보여준다면 영화의 흐름이 이상해지겠지만.
포카혼타스의 마음이 어떤지는 정확히 보여주지 않지만,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차분하고 얌전해진 모습과 그저 존 롤프의 마음을 받아 아이 낳고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준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모습은 포카혼타스가 마음으로부터 존 롤프에게 마음을 연 것처럼 보이진 않아서(웃는 모습조차 없다. 없었던 것 같은데? -_-;;), 그저 잃어버린 사랑을 가슴에 묻고 현실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거 아닐까?라는 정도.
신기한 것은 내가 크리스찬 베일을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포카혼타스가 스미스와 이어지지 않고(어떻게 보면 스미스와 이어져야 해피엔딩일 수도...?) 존 롤프와 그냥 물 흐르듯이 결혼하는 것에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전반부만 보고 평가한다면 이것은 새드엔딩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존 스미스는 존 롤프에게 밀려(내 생각이다! ㅋㅋㅋ)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ㅋㅋㅋㅋ
아이 낳고 살던 포카혼타스는 존 스미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존 롤프에게 자신은 사실 이미 결혼했었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장면이 갑자기 전환되고 존 롤프와 포카혼타스, 아이는 함께 영국으로 가게 된다. 그 전에 존 롤프가 포카혼타스에게 영국 여왕이 초청했다는 말을 하긴 한다. (이런 장면전환이 어색했다! 감정선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
어쨌든 그렇게 장면 전환을 하고 영국에 온 포카혼타스는 여왕에게 인사하고 영국에서 이름이 퍼진다. 그 소문을 들은 존 스미스가 포카혼타스를 찾아오고, 존 롤프는 포카혼타스와 그를 만나게 한 후 마음 아파한다(이 장면도 세세하게 감정 표현을 하진 않았다. 그저 포카혼타스와 존 스미스가 만나고 있을 창밖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나오는 정도).
존 스미스는 포카혼타스에게 자신이 포카혼타스와 함께 지냈던 그 시간, 그곳이 유일한 현실인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포카혼타스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둘은 헤어진다. 남편 존 롤프에게 돌아온 포카혼타스가 먼저 존 롤프의 팔짱을 끼며 "MY Husband."라고 말하고 키스한다. 포카혼타스가 존 롤프에게 먼저 감정을 표현한 것은 처음. "대박"하면서 봤다. 존 스미스와는 이어지지 않고 존 롤프를 선택한 것. 아이 때문이었는지, 사랑하게 되었는지 포카혼타스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그 후 아이와 정원에서 웃으며 즐겁게 뛰어노는 포카혼타스의 모습이 보이고, 남편의 옆에서 죽는다. 많이 아쉬웠다. 어린 아들과 이제 마음을 연 남편과 행복하게 오래 살지 못하고 그렇게 생을 마감한 것이... 존 롤프도 너무 불쌍하고. 엄마 잃은 아이 역시...
이 영화는 내용을 알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감정 표현이 많이 생략되어 보여주기에 불친절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젊었을 때의 콜린 파렐과 크리스찬 베일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17세기 당시의 영국과 인디언들의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그때의 시대 상황을 잘 구현했다고 한다) 충분히 괜찮은 영화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ㅎㅎ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