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드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13계단은 책의 표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사형제, 사형수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판 표지도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표지만으로도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내용과도 잘 맞고, 잘 만든 책 표지라고 생각한다.
13계단은 일본의 사형제도를 빗댄 말이다. 일본에서는 사형수가 사형이라는 형 집행까지 거치는 제도적인 절차가 13번 이루어진다. 그것을 13계단이라고 표현한 것. 일본에서는 출판된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영화가 만들어진 게 2002년이니~ 우리나라에는 2005년에 황금가지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그런고로 책의 내용이 지금 일본의 사형제와 어떻게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형식적인 부분보다는 13계단이 의미하는 상징과 사형제라는 제도, 사형수 등의 내용에 집중한다면 정말 볼만한 책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형제도도 잘 모르는데 일본 사형제도에 대해 상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발간된 시기가 벌써 꽤 된 책이라 주인공의 정서가 지금과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친 도덕관념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랬다. 그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주인공은 둘이다.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밀었는데 그 사람이 하필 모서리 같은 곳으로 넘어져 죽어, 살인죄로 교도소에 갔다 2년 못 되어 살다 출옥 4개월 남기고 가석방 되어 나온 준이치와 준이치가 있던 교도소의 교도관이었던 난고. 준이치는 결과적으로는 살인이지만 굉장히 운이 나빴다고 볼 수 있다. 그랬기에 준이치에 대해서는 살인을 한 사람임에도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주인공이기에 더욱 그렇긴 하지만...
난고는 교도관으로 두 번 사형 집행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을 가슴 아파 한다고 할까, 그런 일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겼고, 현재는 별거 중이다. 물론, 난고의 근무지 변경에 따라 따로 사는 것이지만 그 실상은 별거. 난고는 자신의 일에 대해 집에서 얘기하길 꺼려하고, 아내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진다. 그렇게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져 별거에 이르게 된 것. 여기서 난고의 도덕관념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 자신의 아들에게 자신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그런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것.
준이치 같은 경우도 시비를 먼저 걸어온 사람을, 같이 응대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다가 밀쳤는데 그게 원하지 않는 결과적 살인이 되어 범죄자가 되었다. 인성 자체도 꽤 바른 청년인데 말이다.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의뢰로 어떤 변호사가 사람 둘을 죽인 죄로 10년 넘게 감옥에서 지내는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이름이... 맞나??? -_-;;)의 무죄를 증명해달라며 난고에게 요청하고, 난고는 가석방 한 준이치와 함께 행동하기로 결정한다. 난고가 생각하기에는 준이치는 안타까운 경우였고, 사형수의 죄를 벗어줌으로써 누군가를 죽인 그 죄를 씻을 수 있을 거라 본 것. 준이치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이 둘은 사카키바라 료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한 사람이 죽음을 맞지 않기 위해 발벗고 뛰어다닌다. 사카키바라 료의 경우는 참혹하게 죽은 두 노부부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다쳐 있었다. 게다가 사카키바라 료는 절도도 몇 번 했었고, 죽은 노인이 그의 보호사였다. 이렇게 사카키바라 료는 살인죄를 적용받고 사형을 언도 받아 살고 있다. 그런데 미심쩍은 것은 사카키바라 료가 오토바이 사고로 노부부 죽음의 순간 앞뒤 2시간의 기억을 잃었으며, 노부부 집에서 없어진 인감과 통장, 현금카드 등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사형을 언도받은 케이스다.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사카키바라 료가 무죄였다는 것을 난고와 준이치가 밝혀내는데, 그 과정 중에 난고는 살인을 저지른다. 정당방위라고 볼 수 있는데, 스스로는 살인이라고 한다. 자신은 그 사람을 죽일 의향을 갖고 있었다는 것. 여기서도 난고의 그 지나친 도덕관념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반전이 두 번 나오는데, 사카키바라 료의 무죄를 의뢰한 사람과 준이치가 죽인 사람과 준이치의 과거에 대한 것.
스포일 수도 있지만 사카키바라 료가 무죄라는 게 중요한 것보다 그 과정과 누가 과연 사카키바라 료의 죄를 벗어내기 위한 의뢰를 했는가가 더욱 중요해서 사카키바라 료의 무죄를 밝힌 바다. ^^;;
난고는 살인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석방 없는 살인죄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내 기준에서는 너무 지나친 도덕관념 아닐까 싶었다. 물론 사법체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못된 사람이라도 법에 의해 처단한 게 아니면 살인죄가 적용되지만, 난고의 경우는 정당방위였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그럼에도 자신에게 저런 식의 말을 한다는 것은... 글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고, 반전에 놀랐음에도 난고의 그 사상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할까? 뭐, 각자 자신의 생각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나는 사형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사카키바라 료와 같은 케이스는 생기면 안 된다고 본다. 연쇄살인범,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나쁜 사람에 한해서는 사형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뺏은 사람 목숨만큼 죽을 수는 없으니, 단 한 번의 생을 제대로 살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13계단은 사형제니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니 하는 부분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실제 범인과 의뢰한 사람, 무죄를 밝혀내는 그 과정 등만 놓고 봐도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다.
에드가와 란포는 일본에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국민적인 소설가로,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 부문의 에드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이 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웬만큼 이상으로 이 장르의 소설을 써야만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뭐, 모든 문학상이 실력 없이 받을 수는 없겠지만~
제목
13계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