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왠지 무척 서정적일 것 같은 생각에, 제목만 보고 내용은 전혀 모른 채 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총 11편이라는 짧은 내용도 선택에 큰 작용을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첫 장면의 주인공 내레이션이 내가 제목을 보고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이라 내 선택에 확신을 가졌다.
서정적이라는 것은 우선 내용이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포함한다. 애니메이션 좀 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 거다. 그렇기에 솔직히 말하면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과 첫 장면이 마음에 들었음에도 실제 이 애니메이션을 다 본 것은 몇 달이 지난 후였다. 슬플 수도 있는 그런 내용을 보려면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우선 요 몇 달, 슬픈 것은 보고 싶지 않았고(일부러 찾아 본 것들은 전부 예능 프로그램), 보려고 마음 먹고 첫 장면 보다가 끄기를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오늘은 꼭 봐야지!"라고 결심해도 막상 남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나오면 "아, 오늘은 못 보겠군"하면서 꺼버리기 일쑤였던 것.
슬픈 것을 보려면 정말 마음 먹고, "나 오늘은 울 거야!"라는 생각을 가져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각설하고.
그런 마음이 들었고, 봤다. 앉은 자리에서 11편을 모두 봤다. (중간 중간 방해까지 포함하면 한 번에 쭉 본 것은 아니지만. -,.-; 정말 혼자 살고 싶다아!!!)
애니메이션을 다 본 이후에야 검색해서 찾아보니 만화가 원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총 4권 분량의 만화책과 외전 1편. 따지면 총 5권의 만화책이 출판되었으며, 이 중 본편인 1~4권 분량이 모두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라는 것. 게다가 만화책을 아직도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에 나오지 않은 외전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지금 외전만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도대체 이 "여름 눈 랑데부"는 무슨 내용이냐고?
사랑 이야기다. 내가 싫어하는 삼각관계다.
그런데 참신하다. 꽃집 주인 로카를 사랑하게 된 하즈키는 혼자 말도 못하고 매일 꽃만 사고 있는 22살의 청년이다. 생긴 것과 달리(생긴 것은 사실 좀 눈매가 무섭게 생겼달까?) 엄청 순정파에 소심파?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도 못하고 집 안에는 꽃집에서 산 작은 화분들만 가득해져가는데, 드디어 하즈키에게도 기회 아닌 기회가 생긴다. 꽃집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것. 꽃집 아르바이트 몇 개월... 하즈키의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나 자기 마음 밝히지 못하고 끙끙대는 것은 알바하기 전과 다름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꽃집 위에 사는 로카(하즈키는 점장님이라고 부른다)의 집에 갔다가(처음이닷!) 어떤 남자를 본다. 하즈키는 로카가 혼자 사는 줄 알았으나 남자가 있는 것을 보고 상처를 받는다. 다음 날, 그만두는 다른 아르바이트 생의 송별회 때문에 다시 로카의 집에 간 하즈키는 그 남자를 또 본다. 어라? 이게 웬 일! 그 남자는 하즈키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이었던 것. 게다가 로카의 죽은 남편이라니!!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죽은 남편이 여자의 주변에 맴돌고 있다는 사실에 하즈키는 당황하지만, 의외로 이 상황이 하즈키의 소심(?)함에 불을 지피고, 몇 달을 말하지 못했던 고백을 드디어 한다.
로카는 죽은 남편(3년 전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다 하즈키의 고백에 놀라고 선뜻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8살 연하라는 사실에 더 놀란다(로카 30살).
죽어서까지 부인을 잊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부인의 곁을 맴도는 아츠시는 어렸을 적부터 몸이 병약했다. 학생 때 로카를 만나고 결혼하고 꽃집을 차리고 행복하게 살았으나 죽음 앞에서는 로카에게 냉정하게 대했다. 입원하여 누운 병실에서 이혼 서류를 내민다든가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유품을 모두 없애버리라든가...
그렇게 세상에 미련과 집착이 없는 것 같았지만 유령이 되어 부인의 곁을 맴돌고(집과 꽃집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 부인인 로카를 좋아하는 하즈키 앞에 나타나서는 집착의 끝판왕을 보인다. 좋아하지 말라는 둥, 몸을 빌려달라는 둥...
하즈키. 이런 순정남을 보았나!!
하즈키는 유령의 방해에도 로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등, 로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만 아직도 로카가 남편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하즈키는 아츠시에게 몸을 빌려 준다. 자신은 아츠시가 만든 세계에 갇힌다.
하즈키의 몸이 되어 로카의 곁에 있게 된 아츠시. 웬 걸... 몸을 바꾸고 나니까 로카의 진심을 알게 된 아츠시. 바로 로카가 하즈키를 좋아한다는 것. 아츠시는 하즈키의 몸으로 로카와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의 유품을 모두 정리해서 자기 손으로 없애고 로카의 곁을 떠나려 한다.
하룻밤을 보낸 후 없어진 하즈키. 로카는 하즈키가 남긴 메모의 글씨가 죽은 남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온 후, 아츠시가 자신에게 기념일마다 주었던 꽃들이 꽃집에 가득 있는 것과 아츠시의 물건과 화분이 없어진 것을 보고 혼란에 빠진다.
여행을 떠나는 로카. 여기서 뭐야? 설마 둘이 만나는 거야? 했더니... 역시나... 아츠시의 뼈가 묻힌 나무 앞에서 만난 둘. 로카는 하즈키의 몸에 있는 아츠시를 느끼고 펑펑 운다. 분명히 떠나려고 했는데, 막상 자신을 들키니까 돌아가기 싫었던 걸까? 아츠시는 그대로 하즈키의 몸에 있고자 하는 것 같다. 아마 로카의 눈물 때문일수도...
여전히 아츠시가 만든 세계에 갇혀 있는 하즈키는 자신이 영영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소리친다. 그러다 마치 유령인 것처럼 아츠시와 로카가 있는 숲에 나타난다. 잠깐 로카 옆에서 자리를 비운 아츠시는 하즈키에게 자기가 몸을 안 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하즈키는 로카를 위해서 약속을 지키라고 한다.
실컷 울고, 드디어 충격에서 벗어나 제정신이 돌아왔나? 로카는 아츠시에게 하즈키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자기는 하즈키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아츠시가 성불하지 못하고 남의 몸을 빌려서 자신 앞에 나타난 것이 다 자기 탓이라는 생각에서였을까? 하즈키에게 몸을 돌려주고 자기가 아츠시의 세계로 가겠다고 하는 로카. 이를 들은 하즈키는 로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기쁨도 잠시, 죽으면 안 된다고 울부짖는다.
로카. 사랑이, 마음이 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캐릭터. ㅠㅠ
눈을 뜬 하즈키. 옆에 있는 로카를 안는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장면이 바뀌고 하즈키와 로카의 사진들이 탁자 위에 널려 있고, 그 둘의 딸인 듯한 여자가 탁자 앞에 앉아 있다. 그 앞에는 나이 든 여자가 앉아 있는데 그 여자는 사진들을 보며 "정말 사이 좋은 부부였지. 로카가 떠나고 따라 가듯이 갔네. 65세면 너무 이르지."란 말을 한다.(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저 문장에 다 있음!!)
그리고 하늘에서 아츠시가(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의) 그 집으로 가서 하즈키와 로카의 손자에게 자신의 방에 있는 물품들을 언제고 처분해달라고 한다. 다시 하늘로 가는 아츠시.
뭔가 끝이 좀 맥빠지는 느낌이지만, 로카와 하즈키가 행복하게 잘 살았구나 싶어서(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비록 사진과 대사로만 유추할 수 있었던 게 아쉬웠지만 말이다.
하즈키가 로카에게 고백을 하면서 늘 했던 말이, 점장님보다 오래 살 거라는 말이었다. 이것은 로카에게 연인을 두 번 잃는 경험을 하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하즈키가 멋졌던 것은 로카의 죽은 남편, 그 남편에 대한 마음까지도 같이 안고 살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아츠시에게는 미안했지만, 여전히 떠도는 아츠시와 달리 로카가 죽고, 바로 따라가듯이 죽은 하즈키가, 하즈키의 사랑이 더 깊은 것은 아닐까 싶다. 나이가 어리다고 어른스럽지 못하거나 나이가 많다고 어른스러운 것은 아닌 것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즈키는 8살이나 어린데도 아츠시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나온다.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었고, 유령임에도 로카에게 집착하는 아츠시와는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 것.
아츠시. 안타까우면서도 하즈키보다 더 어린... 넘!
게다가 하즈키가 65살에 죽었으면, 22살에 로카를 알고(결혼을 언제 했는지 모르겠으나~) 자그마치 45년 동안(로카가 언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따라가듯이 죽었다고 하니 하즈키 혼자 오래 살진 않은 듯! 45년보다 몇 년 줄이더라도~) 함께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 왠지 다음 생에서라도 하즈키와 로카가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저세상에 가지 않은 아츠시를 보면서.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고, 죽어서까지도 부인 곁에 있고자 하는 아츠시의 마음에도 뭉클했지만 나는 하즈키를 응원했다. 하즈키의 사랑이 잘 되기를 바랐다. 로카의 마음이 하즈키로 가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때로는 죽은 사람을 평생 그리워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주인공도 있다(사실 이런 만화는 잘 보지 않지만... 새드엔딩은 정말이쥐~!! 안 본다구!!). 아마 그런 경우는 두 사람의 연애를 함께 보면서 계속 감정이입을 했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츠시가 아닌 하즈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럴 수도 있고...
그러나 나는 대체로 단 하나뿐인 사랑인 것처럼 그렇게 사랑을 한 연인이라면, 그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후, 다른 사람 만나지 않고 그렇게 혼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사랑은 평생 하나가 아닌가?
내용만 보면(유령이 나오고~ 유령이 빙의하고~) 꽤 충격적인 듯 싶지만, 애니메이션은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진다. 아츠시와 하즈키의 사랑(로카에 대한)이 사실 엄청 대단한 것임에도 담담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또한 어떻게 보면 엄청난 판타지지만, 또 엄청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ㅜㅜ
하즈키와 로카의 신혼 얘기가 그려졌다는 번외편 만화가 너무 보고 싶다. 만화책도 다 구입해볼까? 번외편만 사는 것은 이상하잖아? -_-;
만화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다고 하니 나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애니를 먼저 봐서 그럴 수도... -_-;;). 애니메이션을 보고 너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 만화책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내용 자체에 강, 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대단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이 애니메이션 강추다. 너무 잔잔해서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감정의 변화가 세심하게 그려진 것도 아니긴 하다. 로카의 감정 변화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 만화에서는 그런 아쉬움이 덜어지려나? ㅎㅎ
너무 잔잔한데,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남겨진 사람과 떠난 사람(죽은 사람). 과연 어떤 경우가 더 힘이 들까? 과연, 나라면 떠난 사람을 간직한 사람의 그 마음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을까? 하즈키, 소심한 줄 알았는데, 정말 대인배였다. 그런 거 쉽지 않아~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