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이 작품을 "너의 이름은"을 보고 봤다는 사람들의 리뷰를 꽤 보았다. 나는 같은 감독인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이 작품을 먼저 보고 "너의 이름은"을 본 케이스. 작화나 풍경 묘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감독이었구나. ㅋㅋㅋ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어디서 만들었느니, 누구의 작품이니 하는 것은 사실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유일하게 이름을 알고 나온다고 하면 믿고 보는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보고 나서 재미있었다, 아니다,라는 식으로 그 작품에 대해서만 보기에 그런 부분들을 다 생각하고 분석하면서 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매니아가 아니라고 해야 할지...(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데, 많이 본다고 매니아가 아니라면 난 아닌 것 같다. ㅋㅋ)
아무튼 이 작품에 대해 좋은 얘기만 듣고 보기 시작했다. 내용은 "첫사랑 이야기" 정도로만 알았을뿐으로, 거의 내용을 모른 채 봤다고 할 수 있다. 그게 잘못이었다. -_-
초등학교 동창 "타카키"와 "아카리"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아카리"가 너무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고, 둘은 서로 편지로 연락하며 지낸다. 중학생이 된 타카키와 아카리는 드디어 만나기로 약속한다. 타카키가 아카리가 사는 지역으로 가기로 한 것. 그러나 그날 폭설이 내리면서 타카키는 약속 시간보다 매우 늦게 아카리가 있는 지역의 기차역에 도착하고, 갔을 것이라 걱정했던 아카리가 다행스럽게도 타카키를 계속 기다리고 있어 둘의 만남은 오랜만에 이뤄졌다. 눈 내리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둘이 논에 있는 헛간 같은 곳에서 밤을 새고, 새벽 일찍 타카키는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떠난다. 왠지 이 둘의 만남이 마지막일 것 같은 느낌과 내레이션이 흘러서 불안했는데, 그 불안함은 애니메이션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불안함이 현실로...
총 3개의 이야기로 진행되는데(둘이 기차역에서 헤어진 첫 번째 이야기, 타카키의 고등학생 시절을 다룬 두 번째 이야기, 직장인이 되어 결국 길고 긴 감정의 끝을 고하는 세 번째 이야기), 모든 이야기의 시점은 타카키다.
타카키마저 고등학생이 되어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둘의 편지는 뚝 끊기고 만다. 그럼에도 타카키는 아카리를 잊지 못한다.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반 친구가 나오지만 타카키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타카키의 행동을 통해 타카키가 첫사랑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어른이 되었다. 직장인이 된 타카키는 여전히 무언가를 잃은 듯한 모습으로 나온다. 어른이 되어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음에도 그녀에게 온전히 마음을 다 주지 않은 타카키.
열심히 편지를 쓰던 중학교 때까지의 타카키와 달리 고등학생을 거쳐 직장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니 더욱 공허함이 깊어진 모습의 타카키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만나지는 못했어도 편지로 아카리와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던 때가 훨씬 보기 좋았다.
타카키는 어떤 마음으로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긴 시간을 지냈을까? 아카리에 대한 그의 마음은 순수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끝을 맺지 못한 채로 끝나버린 미련일까. 타카키에 대한 시점으로 애니메이션이 진행되기에, 타카키의 마음에 더욱 몰입하게 되어 아카리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분노가 일었다. ㅋㅋㅋㅋ 결혼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게 나왔다.
우연히 둘이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이 끝난다. 타카키가 다시 뒤돌아보았으나 보이지 않는 그녀. 보는 우리야 그녀가 그 아카리인 것을 알았지만, 타카키도 알았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그리고 그런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를 알아보았다면, 그렇게라도 그녀를 보았기에 타카키의 그 재가 된 첫사랑, 공허함이 사라졌을까?
뭐랄까, 너무 먹먹하고 찝찝해서 나중에는 화가 났다. 현실적이라고 좋게 평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기준에서는 괜히 봤다, 후회하는 애니메이션이다. 현실이 이렇기에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의 장르에서는 해피엔딩만을 추구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좋아하지도 않고 안 보려고 하는 편인데... 보고 나선 그 여운이 너무 남아(새드엔딩의 여운) 마음이 무거워지기에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은 해피엔딩은 아니지만(그것을 타카키의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렇지만, 타카키 전체 삶으로 볼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새드엔딩이라고 하기도 쉽지 않긴 하다. 중학생 때 이후로 타카키는 계속 아카리를 만나지 못한 채로 살아왔기에 새삼 그녀를 보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고 해도 그게 새드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기에. 아 왠지 슬프다. 결국 그게 새드엔딩인 건가?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마지막 장면을 통해 타카키가 드디어 미련에서 벗어나 자기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나름의 해피엔딩이라는 평을 보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타카키가 그냥 불쌍하다. 중학생 때, 그 폭설이 내리던 때 이후로 타카키의 학창시절과 어른이 된 이후에도 타카키의 삶을 만든 대다수는 아카리에 대한 마음이 있었을 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커가면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점차 희미해져도 습관처럼 남아 있었을 것이고, 잊지 못한 그녀에 대한 마음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타카키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의 삶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타카키가 자기의 미련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해도(이 작품에 대한 결말은 정말 여러가지일 것 같다. 어쨌거나 둘은 이어지지 못한 것. 이것만은 진실인 채로) 마음이 아팠다. 물론 타카키의 성격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든 원인이었겠지만, 타카키 같은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있을 거다. 누구는 쉽게 말하며, 미련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뭐, 타카키가 그녀를 자연스럽게 잊어서 새로운 여자친구들도 만나며 자기의 삶을 충실히(타카키가 충실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공허함이 남은 모습이 계속 나온다) 살아갔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되지 않았겠지? ㅋㅋ
내용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 완전 별로였지만, 영상미는 정말 너무 좋았다. 그래서 "너의 이름은"의 영상이 그렇게 좋았을 수도. 이 작품이 2007년도에 개봉했으니, "너의 이름은"이 나오기까지 많은 실력을 쌓았을 테니.
타카키가 불쌍하면서도 화가 난 부분은 그렇게 잊지 못했다면, 그녀의 주소로(자신은 이사를 했지만 그녀는 이사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편지를 하거나 한 번쯤 찾아갔어야 했던 것이다.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채(그의 삶을 만든 게 결국 그의 생각과 행동이겠지만) 그렇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어른이 된 타카키의 모습이 너무 공허해 보였기에... 아, 타카키에게 너무 몰입했어~~
내 개인적인 평은 완전 별로지만, 잔잔한 내용에 이런 현실적인(사실 타카키 같은 남자가 현실에 거의 없겠지만. 없진 않을 지라도 흔하진 않을 터! 따지면 현실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ㅋㅋ) 결말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감정의 흐름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조금 심심하고 감수성을 좀 자극하고, 대체적으로 정적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꼭 보길!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5센티미터라고 한다. 그런 찰나의 순간들이 애니메이션 곳곳에 나온다. 마지막에 타카키가 아카리를 스쳐지나가는 순간도 벚꽃이 떨어지는 순간,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그 순간이 스쳐지나가는 것. 다시 돌아보았지만 더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이별이 둘에게 같이 그 영향이 미친다면 참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잊는 것과 잊지 않는 것, 잊히는 것과 잊혀지지 않는 것. 어렵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그 마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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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