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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보기 시작한 "옥탑방의 문제아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TV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에 관한 문제가 나왔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이라는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퀴즈를 풀어서 퇴근하는데(연예인들이 모든 문제를 다 풀어서 녹화를 종료하는, 그날 방송을 끝내는 것을 퇴근한다고 표현하더라) 문제가 어려우면 그만큼 녹화가 길어지고 퇴근이 늦어지기에 엄청난 오답 행렬이 어이진다.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전혀 몰랐던 상식도 알 수 있고, 추억의 예전 콘텐츠에 대한 향수까지 불러 일으키기도 해, 나는 최근에 쭈욱 몰아본 후부터 꼬박꼬박 시청 중이다.
어렸을 적에 보았거나 들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제가 꽤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요술공주 밍키"(1983년과 1985년에 각각 한 번씩 방영했다고 한다. 이건 내 세대 애니메이션은 아니라, 이름만 안다. 애니메이션을 시청하지 않았음에도 그 마지막 장면은 충격이었다!!! 끼아악!!)였다. 우와아!!! 관련하여 찾아보니 일본에서 신판이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 1993년에 방영되었다는데, 내 기억엔 없다. 그때 한창 TV 애니메이션을 볼 나이였을 텐데, 기억에 없는 것을 보니 안 봤나 보다(설명에도 구판에 비해 신판은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ㅋㅋㅋㅋ).
각설하고, "달려라 하니"에 관련된 애니메이션 문제가 나와서 반가웠는데 "달려라 하니"는 이진주 만화가가 그린 원작을 바탕으로 1988년에 방송되었다. 노래는 가수 이선희가 불렀다. 어렸을 적에는 누가 불렀는지 뭐 그런 건 하나도 모른 채로 그냥 노래를 따라불렀었는데...
진짜 신기한 것은 "달려라 하니"가 딸랑 13부작이었다는 것. 고작 13번만 봤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가사가 기억나고 각 장면들이 기억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 애니메이션이 기억에 남는 시기에 보기 시작한 것들을 쭉 생각해 보면 이렇게 짧았던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하다못해 아기 공룡 둘리도 13부작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달려라 하니"도 당연히 편수가 엄청 많은 줄 알았다. 이제보니 고작 13편이었다니! 이래서 기억이란 것은 정확하지 않나보다.
하니, 홍두깨, 나애리, 창수, 고은애
홍두깨 선생하고 고은애하고 결혼했을 때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하니에게 감정이입하여 그냥 싫었던 아빠 친구라는 아줌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 하니는 중학생 1학년이다. 너무나 자상했던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늘 엄마를 그리워하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에 말썽꾼 학생이다. 그러다 하니의 달리기 재능을 알아본 홍두깨 체육 선생님을 통해 육상 선수가 된다. 홍두깨 선생님은 하니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학교에 없던 육상부를 신설하기까지 한다.
단순히 하니가 육상부의 스타로 뜨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안에 여러 갈등들이 들어 있다. 물론 어렸을 적에는 그런 거 모르고 그냥 하니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던 것 같지만. ㅋㅋㅋ 그래서 하니의 라이벌인 나애리도 엄청 싫어했었다.
재능 있다는 홍두깨 선생님을 무시하지만, 홍두깨 선생님은 홀로 아파트 옥상에 사는 하니를 위해 김치를 담궈주는 등의 애정을 보여 하니도 점점 마음의 문을 연다. 정말 하니가 홍두깨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좋은 선생에게 좋은 제자가 있다는 말도 맞는 말 같다.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훈련, 그 와중에 하니를 멸시하고 괴롭히는 나애리, 해외로 파견나갔던 아버지 없이 혼자 살던 하니에게 드디어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그 아버지 곁에 있는 톱탤런트 유지애. 하니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이창수. 등등의 여러 인물들의 관계와 그에 따른 갈등도 꽤나 볼만하다. 지금 생각하니까. ㅋㅋㅋ
어찌 보면 그때의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내용들이었을 듯싶다. 지금 다시 본다면 또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다. 그땐 하니가 싫어하니까 그 톱탤런트도 같이 싫어했었는데. ㅋㅋㅋ 아,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바로 지난 주 일은 잘 기억이 안 나면서... -_ㅠ
"옥탑방" 프로그램을 통해 이 애니메이션이 올림픽에 맞춰 제작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보았는데... 새삼 그런 것을 생각하니까 무엇인가 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이 기분의 실체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애니메이션 중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하여 성장하는 것을 다룬 내용 중 최고는 "슬램덩크"를 꼽았었는데 어린 시절 봤던 "달려라 하니"를 떠올리니 "슬램덩크"의 다음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ㅋㅋㅋㅋ 하니의 노래는 잊을만 하면 광고 음악으로도 나와서 계속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확실히 모든 영상 콘텐츠는 음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능이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하니처럼 노력해야만 그 재능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더 철이 들었을 때, 다시 봤다면 내가 좀 달랐을까? 그런 만약,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달라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저 하니는 하니여서 가능했던 듯? ㅋㅋ 아무튼 생각하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어린 시절 뭣도 모르고 응원하며 보았던 '달려라 하니'를 보게 되다니,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하니처럼 자기도 몰랐던 재능을 알게 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게 결코 어린 사람에게만 해당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20대를 비롯하여 30대, 40대, 50대, 60대도 물론 가능하다!! 오히려 하니보다는 좀더 성숙하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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