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팬들이라면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그 거장의 최고 작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치히로가 행방불명이 되는 이야기인데, 없어진 치히로를 누군가가 찾는 것은 아니다. 이사하는 날, 우연히 들어간 어느 터널을 통해 이상한 곳으로 가버린 10살의 소녀 치히로. 그 소녀가 그 이상한, 귀신과 괴물이 있는 그런 곳에서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하고 본래의 세상으로 나오기까지의 모험을 담고 있다. 그럼 센은 누구일까?
센은 이 이상한 곳으로 가면서 자기의 이름을 잃고 센이라 불리기 된다. 그러니 센이나 치히로나 같은 인물이다. 그런데 왜 제목이 저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알고보니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은 깊은 뜻이 있다고 한다.
치히로는 어떻게 보면 10살 소녀들이 그렇듯, 이상한 곳으로 혼자 가게 되어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남에 대한 배려나 자신이 속한 세계 등, 세상과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주 평범한 소녀다. 그런데 이름을 잃고 센이 되어 이상한 곳에서 일을 하며 남들과 어울리거나 남들을 배려하거나 남을 돕는 등, 세계를(그 세상이 비록 아주 이상한 곳일지라도) 알게 되고, 자신이 속한 세계(부모님을 포함하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센은 조금씩 자신과 세계에 대해 눈을 뜨고 조금이나마 성숙해가는 소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센과 치히로는 같은 인물이면서도 다른 인물이라고 굳이 말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제목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된 것이라고 한다.
오~ 그렇군~!! 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나는 주말에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제목에 얽힌 깊은 뜻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다시 본다면 또다른 느낌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감동받지 않을까?
센이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하고 자신도 이 이상한 곳에서 탈출하는 과정 중에는 하쿠라는 소년의 도움이 아주 컸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그렇고, 이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 소년들은 참~ 소년인데도 멋지다! ㅋㅋㅋㅋㅋㅋ
비록 괴물이나 마녀, 이상하게 생긴 사람, 동물, 등등이 존재하는 정말 이상한 곳이지만 이곳에도 우정이 있고, 정의가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는 맞서고 이들을 힘들게 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대항하는 등, 센은 어느새 그들을 위하 일에 발벗고 나서게 된다. 하쿠는 센이 원래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기도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그렇듯이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10살이라는 소녀, 그 소녀를 위해 애쓰는 하쿠 및 다른 존재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하나 이상이 되지 않을까?
센이 다시 치히로가 될 수 있을지, 하쿠는 어떻게 될지, 센이 어떻게 그 이상한 곳을 탈출할지, 하쿠는 누구일지 등을 생각하며 빠져서 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말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해질 수 있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미지는 다음 영화 정보에서 발췌
제목
치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