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에서 이미지 발췌
언플러그드란 뜻은 포털 사전에 의하면, 전자악기를 배제하고 악기에서 울리는 순수하고 맑은 소리를 즐기는 사조로서, 언플러그드는 원래 미국 MTV의 프로그램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전적 의미를 확장하여 순수한, 양념이 가미되지 않은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가 바로 그런 순수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만화책은 내가 중학생 때였을 때 처음 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 언플러그드란 뜻을 엄청 찾아봤더랬다. 그냥 순수하다는 뜻이래,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를 하고 넘어갔던... ㅋㅋㅋ 저 위에 썼던 것처럼 포털 사전에 있는 의미까지는 몰랐었던 것.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자꾸 학창시절에 즐겨봤던 만화책이 생각나는데, 그 중 언플러그드 보이는 정말 너무 착한 만화여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당시에는 익숙치 않은 비율의 팔길이와 다리 길이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니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나도 저런 만화 속 주인공과 같은 비율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될 수 없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내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언플러그드 보이는 그림체도 신선했지만 내용도 정말, 매우, 신선했다. 현겸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인 지율이가 천사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너무 순수하고 착하다. 때론 바보 같지만 절대 바보는 아닌, 햐~ 정말 순수하다,라고 느낄 그런 캐릭터다. 그런 현겸이를 지율이는 등에 날개를 달고 정말 천사가 되어 날아갈까, 때론 걱정을 한다. ㅋㅋ 지율이도 나름 순수한 편~
만화는 단 2권이 완결이라서 그런지 흔하디 흔한 삼각 관계도 없고(아, 있긴 하지만 완전 웃기다. 갈등을 만들면서 보는 사람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런 상황이나 캐릭터는 안 나온다), 고등학생 아이들의 순수한 만남과 학창 시절의 고민 등이 나온다. 현겸이의 순수한 말이나 행동이 만화의 유머를 담당하는데 지금 만약 이런 만화의 내용이 나온다면 중고등학생들이 좋아라 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리 때가 순수했다는 말이 아니라 시대가 변화했다는 말이다. 나 역시 어렸을 적에 봤던 만화여서 다시 본다면 피식피식 웃으며 볼 수 있겠지만 처음 접한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애들이 이럴 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 것 같은 것. 물론 이건 나의 편견일 수 있다!! 어른들이 항상 어른이 되면 가지는 그런 뻔하디 뻔한 편견!!
학창시절의 고민이 그때나 지금이나 기본 맥락은 같을 수 있겠지만 성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친구 문제, 공부 문제 등, 고민의 해결들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다를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에는 모든 것이 너무 빠른 것 같다고 할까? 디지털 시대여서 그렇겠지만,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그 상위 학년 같이 보이는 그런 조숙함이 말이다. 아쉽다. 조금 더 아이였으면 좋겠다. 어른으로 산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나 역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이 언플러그드 보이는 착한 만화다. 그래서 유난히 요즈음에 생각이 나는 것도 같다. 나는 이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순수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어른의 때가 두껍게 묻어버린 게 아쉬워서... 그렇다고 이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순수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만화책, 중고로 살 수 있으면 운 좋은 그런 만화책이지만(서점에서는 절판이라 살 수가 없다. 중고로 알아봐야 한다) 꼭 한 번 구해서 다시 보고 싶다.
제목
순수가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