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발췌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긴 것 같다. 해가 갈수록 점점 더워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여름도 길어지는 걸까?
말복도 지나고 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지났는데 덥다며 헥헥거리는 나날이다. 사실, 폭염은 지나간 것 같고 아침과 저녁은 한여름의 열대야도 아닌데도 말이다. 아직 8월이 다 지나가지도 않은, 여름이 지나가지도 않은 시기에(9월 중순이나 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지만~) 덥다고 난리치는 것 자체가 오버스러울 수 있지만 느낌으로는 이제는 덜 더워야하지 않나, 생각하는 중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ㅋ
그래서인지 갑자기 겨울왕국이 생각났다. 작년 1월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임에도 웬만한 영화들을 물리치고 흥행을 달렸다. 여기서 "애니메이션임에도"란 말에 "메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에 따르자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 낮은 기대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에... 애니메이션=어린이용이라는 공식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을 보면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는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이잖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른도 공감하고 어른들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이라고 지칭하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꼭 등장하는 동물 친구. 스벤, 너무 귀엽다. ㅎㅎ
어쨌거나 애니메이션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애니메이션이 웬만한 영화보다 낫다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것은 겨울왕국의 흥행이다. 디즈니잖아,라고 하기에도 겨울왕국은 정말 엄청난 흥행과 여러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영화 흥행과 더불어 책, 완구, 문구류, 음악까지~! 책과 완구, 문구류의 인기를 놓고 보자면 이 애니메이션은 분명 어린이용이 맞지만~ ㅋㅋㅋㅋ
아마 이 애니메이션의 큰 흥행은 어른들만을 위한다거나, 애들만을 위한다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 같다. 두 층이 공감하면서 좋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바로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겨울왕국이 딱 그랬다.
우스갯소리로 엘사가 좋다느니, 안나가 좋다느니 겨울왕국을 보고 나온 애들끼리 싸운다고 들었는데 나는 다 큰 어른이었지만 친구와 엘사가 어떻느니 안나가 어떻느니 의견 대립을~ 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난 엘사가 좋았다. ㅎㅎㅎ
겨울왕국은 어느 왕국에 언니 엘사와 동생 안나, 부모님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만 엘사에게는 색다른 능력이 있다. 바로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릴 수 있는 능력. 엘사는 동생과 궁 안에서 눈을 만들어 눈과 관련한 모든 장난을 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행복한 자매. 그러나 엘사의 실수로 엘사의 능력 때문에 동생 안나가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고, 엘사는 이것에 충격을 받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여기서부터 난 엘사가 좋아졌다!! ㅋ) 기특하면서도 불쌍했다. 안나 역시 괜찮아졌지만 언니가 자기와 놀아주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아 혼자 논다. 안나도 불쌍해보였지만 스스로 고립되어 나오지 않는 엘사와 역시 외롭지만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안나 중 그나마 나은 쪽은 안나가 아닐까 막 생각했다. 누가 낫는지 가리는 게 웃기긴 했지만...
세월이 흘러,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언니인 엘사가 여왕에 즉위하는 날이 되었다. 엘사는 어쩔 수 없이 대중에게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자신의 능력이 혹여 드러날까봐 손에 장갑을 끼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즉위식에 참석한다. 그런데 안나의 돌발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때문에 언니의 능력이 드러나고, 엘사는 자신이 왕국을 얼려버릴까봐 급히 멀리 떠난다. 그리고는 자신이 살 얼음성을 만들어 그곳에서 마음껏 능력을 쓴다.
이 부분을 어떤 분은 엘사는 얼음성에서 자유롭게 능력을 쓰면서 살 수 있었는데 굳이 왕국으로 다시 데려와서 여왕을 시켰어야 했냐며, 엘사를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글을 썼었다. 나는 이 의견에는 반대인 것이,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 해 스스로 갇혀 지내다가 숨기지 않고 쓸 수 있었다고 그게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엘사가 만든 얼음궁의 얼음들은 엘사 자신을 향해 가시처럼 돋아 있다. 이것은 자신의 능력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무런 구애 없이 썼다고 해도 그것은 한순간일 뿐이란 것 아닐까? 능력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자유롭다? 그럼 왜 얼음성을 둘러싼 얼음 가시들은 엘사를 향해 있을까?
엘사가 도망친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 않고 쓸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으로 엘사가 원하는 자유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엘사의 모습이 자유를 가져서 행복해보이지도 않았고. 결국 엘사는 왕궁에서 스스로 가두고 살았던 시절과 달라진 게 없을 뿐이었다. 단지 그 장소를 스스로의 능력으로 만들었을 뿐. 원론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 그렇기에 난 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얼음성에 혼자 있는 엘사의 모습이 너무 외롭고 쓸쓸해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으니까.
왕궁이 겨울만 계속 유지되고, 이웃 나라 왕자가 호시탐탐 왕궁을 노리자 혼자 남았던 안나는 언니 엘사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크리스토프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여기선 아마 뻔하다 생각할 것이다. 저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서로 좋아하겠구만. 실제 그렇다. 그렇지만 크리스토프가 왕국을 구하기 위한 안나의 여정을 옆에서 돕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왕국을 구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안나의 도우미로써 러브 라인 형성의 역할이랄까? 그리고 그의 신분이 공주인 안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꼭 나와야 했기에 크리스토프는 어쩌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러 공식들을 맞추기 위한 역이었을지 모른다. 신분, 인종 등의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랑이면 해결 가능하다는 디즈니식 공식?이랄까나? ㅎㅎㅎ 개인적으로 난 좋다.
안나는 힘겹게 언니를 보러 갔지만, 언니는 선뜻 안나의 청을 승낙하지 못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웃나라 왕자의 음모로 언니가 왕궁에 잡혀온다. 엘사의 분노는 달하고 그 능력으로 감옥에서 빠져나오지만, 언니 엘사를 구하려던 안나가 얼어버리고 만다. 그때 열심히 스벤을 타고 달려오고 있는 크리스토프. 당연히 얼어버린 안나가 크리스토프와의 키스로 깨어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지만(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계속 봐왔다면 왠지 예상되는 그런?), 예상은 빗나간다. 자신의 힘을 광폭하게 쓰던 언니가 얼어버린 안나를 안고는 눈물을 흘린 것. 그렇게 사랑하는 안나가 자기 때문에 얼어버렸으니 후회와 사랑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겼을 그 눈물에 의해 안나의 얼음이 녹고 왕궁도 녹는다.
사랑은 사랑이지만 남여 간의 사랑이 아닌, 가족 간의 사랑으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엘사가 모든 것을 얼게 하는 능력만 있고 그것을 풀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것은 어쩌면 이렇게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해독제가 있다면 그것만 믿고 자신의 독을 마음대로 썼을 수도 있었을 터. 결국 자신의 능력을 쉽게 이용할 수도 있었을 테니 여러 어려움을 거쳐 다른 능력을 깨닫게 하는 서사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
모든 영웅 서사가 그런 것처럼 여러 고난을 겪으며 능력을 하나씩 얻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엘사 역시 고난의 과정을 꼭 겪게 한 것 아닐까? 누구는 기적이라는 것으로 이야기의 모든 갈등이 봉합되었다고 비판을 했지만, 그 기적은 가족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것. 가족 간의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다면 그런 기적도 나오기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엘사의 능력이 만든 그 왕궁의 모습을 엘사의 능력으로 풀어야 하는 것도 필요한 일 아니었을까? 결자해지(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 그런데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아니면 어떻게 풀어질까? 또한 엘사가 아닌 안나가 풀어버린다면 그것은 또 이야기의 서사와도 맞지 않는다. 엘사의 능력 자체가 평범한 일은 아니었으니 기적 같은 일을 통해 결말이 해피엔딩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겨울왕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엘사가 불쌍하고 외로워서.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이야기 구조는 꽤나 탄탄한 편이었다고 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스러우면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식을 스스로 비틀어버리는 과감성, 이것은 디즈니니까 가능한 거 아니었을까?
제목
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