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쓰릴 미. 손발이 뒤로 묶여 잘려 있고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그러져 있는 12세 소년의 살인 사건은 당시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현장에 떨어져 있던 안경이 단서가 되어 잡힌 용의자 때문에 이 사건은 더욱 충격이 되었다.
용의자는 두 명. 19살의 법대 졸업생과 미시간주 역사학을 최연소로 졸업한 좋은 집안에 좋은 외모에 좋은 학벌의 청년들이었던 것. 일명 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이 벌인 짓이기에 더욱 공분을 사기도 한 이 사건은 그러나 당시 유명한 변호사가 변호를 하여(역시 돈 많은 집안은 다르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형이 감형된다.
이 변호사가 재판정에서 마지막 변호 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쓰릴 미는 이 사건을 뮤지컬로 만든 것으로, 2003년에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는데, 극의 배경이 굉장히 충격적인 유괴 살인사건을 다룬 실화라는 점과 이 두 범인의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한 극단적이고 복잡한 인간내면을 긴장감 있고 밀도 높게 표현되었다는 점이 화제가 되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작년 쓰릴 미 홈페이지에서 발췌)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초연되어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 뮤지컬의 관객은 여자들이 거의 대다수라는 것. 단 1대의 피아노와 단 두 남자 배우만의 심리극이며, 동성애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9주년을 맞은 뮤지컬 쓰릴 미가 올해는 내용에 변화가 있을 듯하다. 우선 동성애 같은 부분은 빠졌는지 관람가도 15세로 낮춰졌고, 캐릭터 설명도 '나'는 부유한 가정에서 잘 자란 19세에 시카고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 입학 예정인 천재로 머리가 비상하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똑같지만 '그'는 타고난 외모와 언변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19세로, 시카고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 입학 예정이며 니체의 초인론에 빠져 스스로를 초인(뛰어난 인간)으로 여기고 있다로 '그'에 대한 설명이 좀 바뀌었다.
작년까지의 내용은 이렇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미시간대 역사학을 최연소로 졸업한 수재라고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나'와 '그'는 고등학교 동기생으로 둘 다 천재지만 '나'가 '그'를 무모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상황. 원래 감정이 더 깊은 사람이 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듯이 '나'는 '그'에게 끊임없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에 대한 집착,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는 어떤 것에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이런 마음을 완전범죄에 쏟는다. 불장난에서 도둑질, 그러다 살인으로 이어진 것. 게다가 '나'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그 마음을 이용하여 함께 완전 범죄 살인을 저지를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붙잡힌 그들. 이들의 관계를 보면 전적으로 '나'는 '그'에게 구속된 것 같다. 그렇지만 반전이 있다.
올해의 쓰릴 미는 15세로 관람 연령이 낮아졌다고 동성애적인 부분을 완전히 바꿨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뽀뽀씬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동성애를 빼고도 한 남자를 따르는 또 다른 한 남자(그것은 동성애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의 내용으로 바꾸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추측성이고 내용 전개는 직접 봐야 알 일.
뮤지컬 소개에 나와 있는 시놉시스는 이렇다.
감옥의 가석방 심의위원회에서 수감자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진행 중이다.
'나'를 심문하는 목소리들은 34년 전, '나'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묻는다.
교외 숲 속에 버려진 어린 아이의 시체, 그리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된 안경에 대해 얘기하며,
'나'는 '그'와 함께 12세 어린이를 유괴해서 처참하게 살해하기까지의 상황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
2월 19일부터 6월 12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쓰릴 미는 90분 동안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R석은 60,000원, S석은 40,000원, 발코니석은 15,000원.
사건의 범인은 이미 나와 있는 상황, 두 사람의 심리적 관계와 그것으로 파생되는 실제적 일들, 그리고 반전. 이게 이 뮤지컬의 관람포인트가 아닐까?
제목
쓰릴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