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실수다, 실수!! 이 드라마를 보는 건 아주 큰 실수였다!!
벌써 반년도 전에 방송했던 "오 나의 귀신님"(줄여서 오나귀)을 연말에 이르러서야 찬찬히 보게 되었다. 방송할 때도 워낙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기대도 많이 했었던 드라마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데 꽤 재미있었다. 특히 왜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박보영, 박보영~ 하는지를 아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봉선(박보영)은 어렸을 적부터 귀신이 보였기에(할머니가 무당이라 그 피를 이어받았다는 식의 대화가 나온다),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점점 내성적이고 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다니는, 어떻게 보면 답답한 여자다. 이런 봉선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서 순애 언니 귀신에게 빙의를 허락한다. 셰프만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방법이 옳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린다. 봉선답지 않은 선택이지만 결국 이것 때문에 더 큰 맘 고생을 겪는다.
선우(조정석)는 인기 많은 셰프다. 그렇지만 인기가 많다고 바람 든 그런 스타일의 셰프는 아니다. 비록 자화자찬의 말을 하기는 하지만 그게 꼴보기 싫지는 않다. 게다가 요리도 정말 잘한다. 잘난 척 할만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자기 일에 대해서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기에 아래 직원들은 많이 힘들어 한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쥐 잡듯이 잡는 스타일도 아니다. 꽤나 상사로는 매력적이다. 인간적이기도 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
그런 선우도 어렸을 적에는 봉선처럼 늘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래서일까? 늘 주눅 든 채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봉선이가 입 안의 가시처럼 껄끄럽다. 처음엔 몰랐다. 이 껄끄러움이, 이 신경 쓰임이 감정이었다는 것을...
순애(김슬기)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를 기억 못하는 처녀 귀신이다. 처녀 귀신이기에 하늘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줄 알고 있다. 그게 한이 되어서 그 한을 풀지 못하면 못 올라간다고 말이다. 그런 순애가 빙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몸이 나타났다! 바로 봉선이다. 봉선의 몸에 빙의하면서 선우가 자신이 찾던, 자신의 한을 풀 수 있는 그런 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순애는 선우를 공략하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 않다. 게다가 봉선이가 자신의 빙의를 완강히 거부한다. 그러다 봉선의 허락 하에 서로 윈윈 전략으로 선우와의 첫날 밤을 어떡해서든 치르려고 하다가... 그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다. 셰프가 귀신인 자신이 아니라 봉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 더 옆에 있고 싶어서 합방할 수 있었던 순간도 거부하고 만다.
위에 쓴 것만 보면 여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다를 바 없겠지만, 반전이 있다. 순애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를 기억하면서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벗어난다. 이를 통해 순애는 셰프에 대한 마음보다 자신을 죽인 살인자를 잡기 위해, 자신이 처녀 귀신이어서 하늘로 못 올라간 게 아니라 너무 급작스럽게 죽어 너무 억울했기에 하늘로 못 올라간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거기에 봉선과 선우의 달달한 모습은 정말~~ 싱글, 솔로들의 마음을 더욱 스산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재미있는 것은 순애가 봉선의 몸에 빙의했을 때는 달달한 모습이 스킨십이라든가 결정적인 고백 같은 것이 없다는 점. 일부러 그런 것까지 다 계산을 하고 극본을 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비교하며 보다보니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순애는 하늘로 올라간다. 당연히 살인자도 밝혀지고.
봉선은 셰프와 데이트하다가 셰프가 말하는 자신에 대한 것이 자신이 아닌, 순애라는 것을 알고 고백을 해버린다. 사실은 빙의가 되었던 거라고. 당연히 선우는 그 얘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두 여자와 데이트 한 것 같은 기분에 봉선에게 실망하고 둘은 헤어진 것 같지 않은 헤어짐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여느 드라마와 다른 게 바로 이 점이다! 그런 갈등이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선우는 봉선이가 너무 그리워서 그 모든 것도 이해하고 그냥 봉선이가 있다는 곳으로 달려간다. 진짜 사이다 같은 드라마!! 아오~~!
너무 달달해서...
그래서 실망했다. 싱글들은 어쩌라고~~!!!!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귀신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