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 아주 펑펑 울고 싶어질 때 떠오르는 영화하면 바로 노트북이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노트북이 가장 슬펐던 것 같다.
노트북은 사랑 이야기다. 슬프면서도 아련하고, 행복하면서도 눈물이 나는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그렇다고 독특한 내용이냐, 하면 아니다. 모든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이 그렇듯이 어디서 본 것 같고 뻔한 것 같은 내용이다.
그럼에도 보는 것은 그 뻔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보여주는 형식적인 부분의 차이랄까?
노트북의 내용은 이렇다.
부잣집 딸 앨리, 가난한 집 아들 노아. 노아는 앨리를 우연히 보고 한 눈에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적극적인 구애. 둘은 열렬한 사랑을 하게 된다. 스무 살도 안 된 때 만난 서로의 첫사랑.
그러나 돈 많은 집에서 노아를 좋아할리 없다. 결국 노아와 앨리는 싸우고 헤어지게 된다. 앨리의 엄마가 앨리를 억지로 멀리 있는 대학으로 보내버린 것. 노아는 앨리에게 꼬박꼬박 약 일 년 동안 편지를 쓰지만 답장이 없다. 결국 앨리를 잊기로 결심하고 떠나는 노아.
앨리 역시 연락 없는 노아를 잊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결혼까지 하기로 한다.
그러다 앨리는 신문에서 노아의 기사를 보게 된다. 노아는 앨리가 떠나기 전 사랑을 나누었던 폐가를 앨리를 위해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팔겠다고 하면서도 팔지 않는 노아. 노아는 앨리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 여자를 만나지만 깊게 사랑하지는 않는다.
노아를 찾아간 앨리. 다시 사랑하게 된 앨리와 노아. 앨리는 엄마가 노아의 편지를 가로챈 것을 알게 되고 오해를 푼 두 사람.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끝날 것 같지만 둘의 만남을 알게 된 앨리의 엄마가 앨리를 찾아온다. 자신도 앨리와 같았다며, 죽도록 사랑했지만 지금 앨리의 아빠(돈 많은)를 만나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고 있다고.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돈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울면서 말한다. 앨리는 엄마에게 흔들리고...
노아를 떠나는 앨리. 노아 역시 돈 따라 가냐며 앨리를 비난하고. 앨리는 그렇게 결혼하기로 한 사람과 결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엄마가 준 노아의 편지를 읽으며 결국 다시 노아를 선택한 앨리.
해피엔딩? 그렇게 생각하면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이런 스토리의 영화라면 울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노아와 앨리의 나이 든 후의 이야기다. 영화 처음부터 어떤 할아버지가 어떤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 책의 이야기가 바로 앨리와 노아의 이야기. 앨리와 노아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노아와 앨리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아끼며 책을 읽어주는 장면...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을 잃은 것이다. 자신의 가족이 왔는데도 기억하지 못하고 자리를 비켜줄 정도.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한 번이라도 자신들의 과거를, 행복했던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써서 읽어주고 있는 것.
처음에는 노아가 앨리와 결국 이뤄지지 못했지만 나이 든 이후에 만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인가, 했었다. 그런데 보다보니 결국 둘은 둘 사이의 환경도, 주변도 물리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구나... 다행이다, 싶은 생각에 흡족했는데... 슬펐던 것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그렇게 나이 들었는데도 할머니만을 사랑하는 모습에 정말 울컥...)과 그럼에도 할머니가 기억을 찾지 못하는 것. 그리고 슬프면서도 왠지 부럽다 싶었던 것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같이 손 잡고 죽은 것...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사고나 그런 게 아니라 살만큼 살고 난 후) 죽음 그 자체는 슬프지만 부럽다.
그런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같이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것, 같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 대단하다 싶다.
게다가 노트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어디서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영화적 상상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죽은 것이 실화라면 정말 대단할 듯!) 더욱 찡해지는 여운이 있는 영화다. 눈물이 주르륵...
그렇지만 아쉬웠던 것은... 앨리. 노아는 어쨌거나 앨리를 계속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앨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려 하고.. 물론 다시 노아를 선택했지만..(처음은 그렇다치고! 두 번째 또 떠난 것은~!! ㅡ,.ㅡ+) 여자의 순정을 노아처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괜히 아쉬웠다. ㅎㅎ
제목
노트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