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그냥 우연찮게 읽게 된 책이었다.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들이며, 이런저런 책들을 그저 눈길 가는대로 훑어보다가 문득 손에 들었던, 책.
베스트셀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뜻 사기가 망설여졌다. 1997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고, 한국에서는 1999년에 출간되었다. 출간된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그리 오랜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소설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여서 더 놀란 책이었다. 그런데 에세이 같이 않은, 마치 소설 같은 느낌 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아무튼 결국 책을 사긴 했지만, 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한창 베스트셀러로 이름이 오르내린 후에, 우리나라에서 120만부 넘게 팔렸으니!) 책을 샀고 또 막상 읽은 것은 그후로도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딱 읽고 싶은 느낌이 들었을 때 읽지 않으면 머리맡에 두고 자도 그 책을 읽게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장 안쪽에 깊이(다른 책들에 밀리고 밀려) 꽂혀 있는 책을 수선 피워가며 꺼내어 읽었다.
책을 읽고 가장 처음으로 느낀 점은, 정말 이게 소설이 아니란 거지?!였다.
이 책의 내용은 실화다. 이 책을 쓴 미치 엘봄과 이 책의 주인공이자 미치 엘봄의 선생이었던 모리 슈워츠 교수와의 14번 만남을 글로 옮겨 담은 것이다.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회학 교수 모리 슈워츠와 대학 시절 그의 강의를 열정적으로 들었으나 자신의 일에 치여 졸업 후 한 번도 은사를 찾지 않았던 미치 앨봄이 오랜만에 만나고 그들이 만나서 나눈 여러 이야기들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으로 나온 것.
제목에서 유추했듯이 그들은 화요일마다 만났으며, 처음 그들의 만남도 미치 앨봄이 바쁘게 성공과 야망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은사를 보지 못했다면 결코 성사되지 못했다. 우연이라는 것은 때로, 운명의 장난 같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숙명 같기도 하다.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도 모리 슈워츠 교수는 제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즐거워하며 만날 때마다 여러 주제로 가치 있는 말들을 쏟아낸다. 여러 주제들을 다루지만 그 근본에 깔려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인본 사상이라고 해야 할까?
모리 슈워츠 교수는 제자에게 여러 이야기들을 점점 죽음을 향해 가며 쇠약해가는 와중에도 14번이나 전해주었고, 1995년 11월에 세상을 떠난다.
미치 앨봄은 이 책에서 말한다. 자신이 자신의 은사를 만나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말이다. 자기 인생의 가치를 여전히 성공에만 두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은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그렇기에 그 14번에 해당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미치 앨봄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 것은 또렷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은사를 찾아가기로 결심하는 것도. 그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통편도 그렇고, 자신의 일에서도 그렇고.
나는 미치 앨봄과 같은 제자도 될 수 없고, 모리 슈워츠 교수와 같은 마음으로 우러나는 존경심이 저절로 담기는 선생님도 될 수 없다. 그런 선생님도 내 기억엔 없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이 자신은 스승의 날이 되면 꼭 찾아뵙는 은사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말에 너무나 부러워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선생님이 없어 고개를 내저었다.
대학교 때 전공 교수님 한 분이 기억이 났지만, 너무 오래 찾아뵙지 않아 새삼 연락을 드린다는 게 민망하달까?
그래서일 것이다. 갑자기 문득, 이 책이 생각난 것은. 아직 스승의 날은 한 달이나 남았음에도.
꼭, 학교에서 만난 선생과 제자 사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마음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아니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는 행복해지지 않을까?
제목
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