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중인 영화를 적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며칠 있으면 광복절이기도 하니 적어보겠다.
암살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등장인물만 본 사람들이 제2의 도둑들이냐는 둥의 비판조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영화였기에 내용도 거의 모른 채로 봤다. 그렇다고 반강제적으로 본 것은 아니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볼 수 있는 것이 암살이었다.
기대를 안 했기에 좋았던 것일까, 잘 만들었기에 좋았던 것일까. 이 영화, 좋았다. 의도했건 아니건 영화가 끝나고 무엇인가 묵직한 어떤 것이 남았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시기인 일제강점기(일제강점기라는 표현이 맞다. 일제시대 아니다. 국어 사전에도 일제시대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말이라고 나와 있는데, 일본에게 나라를 강제로 빼앗긴 시기라는 일제강점기가 맞다. 일제시대란 일본인의 시대, 즉 일본인 주체의 시대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때, 나라를 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애국지사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실제 인물은 독립운동가 김구(연기자분이 누군지는 모르겠다)와 조승우가 연기한 김원봉. (호칭은 뺐다) 나머지 주요 배역들은 모두 만들어진 사람들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도 있기에 분명 역사 속 누구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처럼 그렇게 크게 사건을 일으킨 적은 없다고 해도 말이다. 큰 사건을 일으켜야 독립운동가는 아니기에...
김구와 김원봉이 만나는 장면. 실제 둘이 알았는지 아닌지, 서로 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김원봉이 김구에게 어떤 임무를 위해 사람 3명을 찾아달라는 도움을 청한다.
영화는 이정재(극 중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가 김구 밑에서 스파이 활동(돈 받고 독립 운동하는 정보를 판다)을 하는 것을 앞부분에 보여준다. 사실 이정재의 친일파 행위가 그렇게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에 뻔뻔스럽게 구는 장면에서는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진짜 친일파들이 저렇게 뻔뻔하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정재는 김원봉과 김구의 부탁을 받고 일본인들의 감옥에 갇혀 있는 조진웅과 최덕문, 역시 독립활동 중에 상사에게 총을 쏜 죄로 광복 단체 내 감옥에 갇혀 있는 전지현을 찾아서 김원봉이 얘기한 호텔로 가게 한다. 이 사실을 이정재는 스파이답게 일본 경찰에게 알리지만, 영리한 김원봉은 조심하면 나쁠 게 없다며 이른 시간에 이들을 찾아온다. 이정재를 의심하고 있었기에 한 행동은 아니었다.
죽을 지도 모를 임무를 맡고 셋이서만 찍은 마지막 사진.
이를 바라보는 김원봉.
김원봉의 탁월한 선견지명 덕에 무사히 만나고 임무를 받은 전지현, 조진웅, 최덕문 3명은 개성으로 향하고(이들이 만난 곳은 중국 상해-확실한지는 모르겠음-였다.) 다음날 들이닥친 일본 경찰 이야기가 김구에게도 들려, 김구는 이를 아는 사람이었던 이정재를 의심한다.
자신을 의심하는 김구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총으로 쏘려 하는 이정재.
이후 이정재는 아예 일본인의 앞장이가 되고자 이 세 명을 쫓아 개성으로 간다.
이정재와 일본 경찰은 돈만 받으면 누구든 죽여주는 하정우와 오달수(하정우를 도련님이라 부른다)를 만나 이들 세 명을 죽이라고 한다.
개성에 온 이들 세 명 중, 가장 먼저 공격 받는 조진웅.
조진웅이 없어진 가운데 전지현과 최덕문은 세웠던 계획 그대로 친일파 이경영과 이경영이 굽신거리는 일본인 조선주둔군 사령관인가? 암튼 이 둘을 죽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하정우와도 엮이게 되고... 뭐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하정우가 이들 세 명을 죽일까, 아닐까??(아직 상영 중이니~ ㅎㅎ)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암살 이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각한 영화임에도 이 둘만 나오면 절로 웃음이~ 오달수는 누구와 연기해도 케미스트리가~~~ 짱!!
하정우도 처음부터 돈만 받으면 누구든 죽이는 사람이 되려던 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 삶이랄까?
(굳이 이런 직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쨌거나 가족을 떠나 이런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였기 때문)
하정우 사연은... 영화에서~ ㅋ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세 명이 맡은 임무, 친일파와 사령관을 죽이기 위해 그들은 자신이 살고자 하지 않는다. 결국 죽을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아가게 되고. 일본에게 해방된 후, 아직 남북으로 갈라지지 않은 때 친일파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스포 같기도 하지만, 워낙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서 쓰겠다. 친일파 이정재는 끝까지 살아 남았고 이 재판에서도 뻔뻔함으로 무장했으나 결국 살아 남은 독립지사들에게 죽는다. 그는 자기가 죽인 줄 알았던 독립지사에게(배우 이름이.. ㅠ_ㅠ) 말한다. 일본이 질 줄 몰랐다고...(뭐 이런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다) 질 줄 알았으면 친일파가 되지 않았을 거란 말인데 그럼 실제로 일본군에게 맞서 싸웠던 그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뭐란 말인가.
일본으로부터 벗어난 날, 김원봉은 죽은 친구들을 기리기 위한 술을 따른다.
다들 즐겁고 흥겨워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일본군에게 맞서다 죽은 동지들 생각 때문에 한편으로는 먹먹했을 터.
이를 정말 잘 표현해주었던 것 같다.
조승우가 나오는지도 몰랐지만, 이 역이 특별출연이었다니... 영화 끝나고 별 장면 없었던 조승우가 이정재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ㅎㅎ
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액션 영화이니 액션에 치중하는 것은 당연하긴 하지만, 조금은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가들의 고뇌가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김원봉이 조금 그런 부분을 보여주긴 했지만...(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론~) 영화 내에서 역사를 가르치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작 독립운동가들 이야기에 그들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당연해하는(독립운동가라면 나라를 빼앗은 일본군들과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부분만이 보여, 이정재가 독립운동하다 잡혀서 고문 받다(동료들이 모두 죽는 것을 보고) 일본 앞잡이, 스파이 노릇하는 게 그럴 수도 있겠다 여겨지는 것과 달리 독립운동가들이 단순한 애국심과 민족 의식, 그것만으로 뭉쳐 위험한 임무를 하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결여된 것 같아 아쉬웠다. 전지현은 일본군에게 마을 사람, 가족들이 몰살 당하고 독립운동가가 되었지만...(이 사건의 배경을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대첩과 연결지은 것 같았는데, 맞나? 실제 청산리 대첩 때 대거 패한 일본군들이 만주? 간도?에서 독립군 도와줬는지 도와주지 말라는 것인지, 암튼 그런 이유로 마을들을 마구잡이로 불태워 많은 한국 사람들을 죽였다. 실제 일어난 일. 이 일을 전지현의 배경으로 쓴 것 같은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것은 100년이 지났고, 광복은 100년이 못 되었다. 호~~~~~옥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해방된 때는 1945년 8월 15일이다. 그러니 광복 100주기는 아직 멀었다. 올해가 70주기니 아직 30년이 남았다. 우리가 악랄했던 일본에게 벗어난 게 채 100년도 못 되었단 말이다.
그런데 마치 옛날에 있었던 일 같이, 그렇게 잊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닐까?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자손들이 어렵게 살아가고 친일했던 친일파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이렇게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은 안 되는 거 아닐까?
암살은... 독립운동가들, 친일파들의 이야기다. 또 보고 싶군.
제목
암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