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어렸을 적, 사춘기 때 내 마음의 감성을 엄청나게 자극한 소설이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다.
이 소설은 아마 나이 든 지금까지도 나에겐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아원에서 자란 명랑하고 유머가 풍부한 소녀 제루샤 애벗은 어느 날 원장으로부터 그녀의 대학 진학을 위한 모든 학비를 부담하겠다는 한 평의원, 즉 후원자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후원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과 학비를 지원하는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편지로 써서 보내달라는 조건을 붙인 것. 드디어 대학 진학을 할 수 있게 된 제루사. 그 조건을 수락하고 자신을 후원해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 했으나, 단지 떠나는 그의 키 큰 뒷모습만 본다.
그후, 제루샤는 주디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자신의 후원자, 그 뒷모습 때문에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인 분에게 대학 생활을 꼬박꼬박 편지로 써서 보낸다. 물론 후원자로부터의 답장은 없지만 주디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열심히 자신의 생활을 써서 보내고, 그러던 중 대학 친구 중 한 명의 삼촌인 저비스 펜들턴을 알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저비스 역시 주디를 사랑하고 청혼까지 하지만, 주디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저비스가 후에 자신과의 결혼을 후회할까 두려워 그 청혼을 거절한다.
아픈 마음을 달래고 있는 주디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큰 병이 났다는 편지가 도착한다. 드디어 키다리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안고 간 주디.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저비스!
편지 형식으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이 이어져서 처음에 이 책을 볼 때 짜증도 났었다. 익숙치 않은 형식이기에 더욱 그랬을 거다. 사실 편지글 형식의 글을 읽는 건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낯간지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느낌이랄까? 모든 문학작품이 다 그런 느낌이 있겠지만 편지글 형식은 유난히 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키다리 아저씨 역시 편지글 형식 말고 일반 산문 스타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는데 커가면서 키다리 아저씨만의 이 매력과 최고 로맨스 소설이라고 느낄 만큼의 두근거림은 편지글 형식이었기에 그게 더 배가 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키다리 아저씨의 존재가 궁금했지만, 그보다 마냥 철부지 같았던 주디가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며 사랑을 하는 그런 과정이 더 설렜다. 그리고 마지막의 그 반전이란!! 저비스가 그, 그, 그, 그!! 키다리 아저씨였을 줄이야~~~
사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곳곳에 혹시~?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키다리 아저씨와 저비스가 동일 인물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대목이 많다. 어렸을 적에는 그것을 알아챌 수 없었지만.
애니메이션 키다리 아저씨도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빨간머리 앤과 함께 소녀의 향수를 자극한 작품이었던 키다리 아저씨.
우연찮게 "키다리 아저씨2: 그 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고 키다리 아저씨를 다시 한 번 떠올려봤다. 키다리 아저씨2는 주디의 그 후 이야기는 아니고 주디 친구 샐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샐리의 이야기는 사랑면에서는 주디의 이야기보다 꽤 스펙터클할 듯하다. 주디의 이야기는 잔잔한 내용이었다면 샐리는 약혼자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남자(그것도 티격태격하며 으르렁거리던 사람에다 유부남)에게 끌리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주디의 사랑이 좀더 순수하고 목가적이었다면, 샐리의 사랑은 성숙하고 어른스럽다고 할까? 주디와 달리 어른이 된 후에 하는 사랑이니 그럴 수도 있을 듯. 머 서평만 보고 생각한 거라, 어떤 식의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물론 이것도 편지글 형식이다. 샐리가 주디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볼까 말까 고민 중인데, 몰랐으면 몰라도 알게 되었으니 어느 샌가 읽고 있지 않을까 싶다. 주디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나마 알고 싶어서라도 말이다.
저비스, 키다리 아저씨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 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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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