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내 이름은 빨강"은 2006년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작품으로, 2002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 2003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 등의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1998년에 출간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2004년에 출간되었고, 현재 나와 있는 것은 2009년에 출간한 개정판이다. 출간한 이후 많은 상을 받기도 했지만, 특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그 후 더 많이 팔린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2004년에 출간된 이후 그 작품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홍보마케팅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알린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그런 방식으로 이 작품을 알게 되기도 했고. 그땐 이 작품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줄 알았다. ㅋㅋㅋ 노벨문학상은 단 하나의 작품만을 보고 주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작품을 보고 결정한다는 것을 몰랐기에 더욱 그랬다. 재미있는 것은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에 낸 책은 "검은책"이라는 소설인데, 나중에는 이 책이 노벨문학상 수삭작인 줄 알았던 것.
아아~ 무식하면 어디 가서 말을 하면 안 된다. ㅋㅋㅋ
일반적으로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작품 전체에 대해 수여한다고 하니 오르한 파묵의 모든 작품이 상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노벨문학상에서 이런 일반적인 것을 논외로 치고 어떤 작가의 특정한 작품에 수여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M. T. 몸젠의 『로마사』, C. 슈피텔러의 『올림푸스의 봄』, K. 함순의 『대지의 성장』, W. 레이몬트의 『농민』,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 J. 골즈워디의 『포사이트가(家)의 이야기』, 마르탱뒤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의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다 읽어보지 못했고, 처음 듣는 작가도 있다. -_-;;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 이름은 빨강"은 16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모와 배반, 목숨을 건 사랑을 그린다, 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읽어본 나는 사랑은 잘 모르겠더라~ ㅡ,.ㅡ
분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 사랑 때문에 발생하는 죽음 등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나는 사랑보다 배경이나 세밀화가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인지 그런 부분이 훨씬 더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솔직히 "내 이름을 빨강"을 통해 미국이나 일본, 영국이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의 책들만 읽다가 그 외의 나라 작가의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라고 서점의 진열대에서 엄청난 광고를 하길래(서점을 자주 가는데, 확실히 진열대에 놓여 있는 책에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광고 효과가 좋은 것 같음!) 본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고.
흔히 중동 쪽,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인 아랍 쪽의 문화를 아는 정도는 딱 아라비안 나이트와 신밧드의 모험까지가 다였다. 그것도 과거의 문화이고, 현재는 전쟁으로 어지러운 정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아랍과 중동으로 봐야 할지도 잘 모르는, 무지랭이다.
"내 이름을 빨강"을 읽어도 현재의 그쪽 사정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배경은 현재가 아닌 과거 아랍 문화가 융성했을 때의 이야기니까. 16세기 말의 터키 이스탄불, 오스만 제국이 배경이다. 다만 그 시대의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아라비안 나이트와 신밧드의 모험으로만 알던 아랍 문화를 조금 더 많이 알게 된 느낌이랄까?
이 책의 분위기부터가 그렇다. 아랍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몰라도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신비스럽다. 제목도 그렇게 느껴진다. 사실 제목은 굉장히 직설적이기도 하지만...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흐르며(매번 그 화자는 달라진다. 인간이 아닌 생물도 포함한다), 빠져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리둥절하면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책은 집중을 좀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안 그래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시대의 이야기에다가 살인이 일어났고, 그 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구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스만 제국 술탄의 화원에 속한 세밀화가가 살해되고 과연 누가 그를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가 2권에 걸쳐 이어진다.(총 2권이다!) 쉽게 말하자면 당시의 시대 현상 때문이다. 이슬람 회화의 오랜 전통을 지키려는 세력과 서양의 화풍을 따라가려는 세력의 갈등에서 결국 살인까지 일어난 것이다.
이슬감 회화는 신이 창조한 세상을 신이 바라보는 대로 구현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던 전통적인 가치이고, 서양의 화풍은 인간을 위한, 그림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가치의 두 가지가 충돌한 것. 거기까지 이해하면 왜 살인이 일어났고 죽어야 했는지 얼추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화자도 계속 바뀌고 모든 용의자들이 비유적인 이야기로 말을 한다. 그러니 그런 뜻을 잘 생각하지 않으면 내용은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진다. 내용이 쉽지 않다. ㅋㅋㅋ 머야 이거. 하고는 책을 던질지도 모른다.
우선 우리가 이슬람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과 그것에 맞춰 용어들이 쉽지 않다는 것, 시점이 각기 다르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도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 등등이 이 책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집중해서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매력적인 책이다. 내용도 그렇고. 살인이 일어나고, 그 살인자를 쫓는 것을 좋아한다면 꽤나 방식이 복잡하다고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스타일의 일반적인 내용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한 번쯤 꼭 읽으면 좋을 책!! 내용도 그렇지만,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도 꽤 좋지 않은가? ㅋㅋㅋ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