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뒤늦게 알게 되어 작년에 시작한 것을 이제야 보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에 시작해서 4편 정도를 방영했지만, 본 방송의 개념 보다는 파일럿의 개념이었나보다.
작년 12월에 방송이 끝나고 지난 6월부터 본 방송으로 시작한 서가식당. 파일럿만으로 방송이 끝났다면 아쉬웠을 텐데(나는 더욱이 뒤늦게 알게 된 경우라 더욱), 다행히 본 방송으로 시작하여 늦게나마 이 프로그램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의 책을 정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책 그 자체의 전문가보다 진행자들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 등을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 책에 대해 다룬다.
일요일에 우연히 TV에서 재방송 하는 것을 보고, 부랴부랴 파일럿 1편부터 찾아서 봤는데 구성도 좋았고 다루는 내용도 좋았다. 그 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책인지 흥미를 유발하며 책의 정보를 제공하고, 책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책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책의 내용과 맞는 전문적인 패널이 나와 신변잡기식의 정보가 아닌 유익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거기에 제목과 맞는, 책에 등장하는 음식을 쉐프가 만들어서 진행자들이 함께 먹으면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분위기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도 많이 딱딱하지 않고 화기애애하고 부드럽다. 삼국지, 바람만이 아는 대답(밥 딜런 자서전), 돈키호테, 투명인간(이 4개의 작품은 작년 파일럿 때 다루었다), 초한지, 상실의 시대, 7년의 밤, 브이 포 벤데타, 사피엔스까지 총 10개의 책들을 다루었는데 나는 이 중에서 읽은 책이 단 한 권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놀랐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룬 책들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키호테 같은 경우는 대략적인 내용은 알면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책이고(언젠가 꼭 읽어야지 했는데 아직까지 못 읽은 책), 삼국지도 어린이용 도원결의나 각각의 사자성어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알아도 전 권을 읽지는 못했다.
몰랐다가 새로이 안 책 중 하나는 브이 포 벤데타.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고, 꽤나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으며 시위 현장에 많이 등장하는 그 가면이 이 책에서부터 유래했다는 것도 알았다.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은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서가식당은 무척 유익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너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 않더라도 책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면 좋을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을 선정해서(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다) 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함께 다루지만, 결코 그 책을 홍보한다거나 좋은 점만 쭈욱 나열하지는 않는다. 읽은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방송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비판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토론은 아니지만 단점과 장점만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읽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며 이에 관해 전문가 패널이 도움을 주는 식이다. 책을 어떻게 읽어라, 라고 가르치지는 않지만 읽을 때 자기 나름으로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지 정립이 된다고 할까?
가장 최근에 다룬 '사피엔스'의 경우는 책의 저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음에도 책의 장점만을 말하지 않는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책 안에서 취할 것은 취하면서 읽으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서가식당의 가장 좋은 점인 듯. 간만에 좋은 교양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서 기분이 참 좋다. 올해 안에 서가식당에서 다룬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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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좋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