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에 범죄수사물, 일명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을 파헤쳐서 범인을 잡는 드라마들이 많아졌다. 대부분이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형식이었는데, 탐정물도 눈에 많이 띄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탐정물이 없지만 영화는 김명민 주연의 시리즈물도 있고, 꾸준히 나오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은 형사물보다는 탐정물을 더 좋아하는데, 형사는 어쨌거나 조직에 속해 있어 딱딱한 규범에 갇혀 있다면 탐정은 그렇지 않아 표현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탐정보다는 여러 정보들을 얻거나 구속하는 등의 조치에서는 형사물이 더 빠르고 당연하기 때문인지 형사범죄물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 각각의 장단점을 조합하여 탐정과 형사, 이런 콤비 플레이의 스토리도 꽤 있는 것 같은데, 가장 최근에 본 탐정 더 비기닝이 바로 이렇다.
탐정,이라고 하기에는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만화책방 주인(권상우)과 틀에 박힌, 융통성은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형사(성동일)이 만난 이 영화는 탐정의 장점이자 단점, 형사의 단점이자 장점이 좀 더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물론 권상우의 돋보이는 추리력과 형사로서 얻을 수 있는 빠른 정보(피해자 관련한 부검 보고서나 범죄자들 데이터 베이스 등)가 서로 융합되어 범인 잡는 것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부분이 극에서 좀 더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한 느낌이다.
영화 전체에서 조금씩 무엇인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권상우의 재발견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눈치 보며 살아가는 남편의 모습과 성동일에게 구박 받으면서도 같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그 모습들이 잘 어울렸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성동일이야 워낙 웃긴 연기든 무게 잡는 연기든 믿고 보는 배우라 생각하고 있기에 역시 무난했다.
여전히 성동일은 권상우를 무시하지만 어느 순간 아내에게 큰소리 못내는 것으로 대동단결한다. ㅋㅋ
영화는 권상우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역시 잘 알고 지내던 형의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이를 권상우와 성동일이 해결하는 내용이다. 트릭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범인이 누구야?라고 생각하게 하는 재미와 범인을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는(범인인줄 알았으나 아닌 경우?) 그 사이에서 나온 트릭(영화적 트릭보다는 관중들을 향한 트릭이라고 하고 싶다)이 좀 촘촘히 짜여져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아쉬웠다. 분명 범인은 깜짝 놀랄 사람이기는 했지만 그 범죄 수법은 다른 곳에서 많이 나왔고(다른 곳에 나왔다고 사용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 범죄를 풀어내는 방식이 많이 아쉬웠다. 하나하나 기초를 쌓듯이 제대로 풀어내는 과정보다는 갑자기 권상우가 거의 마지막에 딱! 추리를 해내는 식이었달까? 물론 그 전에 범인인줄 알았던 놈이 범죄현장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 다른 범인을 생각해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는 했지만... 여기서도 성동일은 그 놈이 범인일 거라고 우기고, 권상우는 자기의 추리에 맞춰 각자 갈라지고 마지막 위급 상황일 때 짜잔하고 나타나는데... 여기서... 그게 너무 억지 같아 보는 내가 좀 민망했다. 텔레포트했어??라는 생각이 드는...
그렇지만 영화 자체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영화도 2를 기대했는지 영화 제목과 가장 어울리는 장면이 나오면서 끝난다. 아쉬움이 분명 있었지만 2가 나온다면 보고는 싶다. 1보다는 훨씬 촘촘한 내용으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런 류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제목
탐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