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에쿠니 가오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 중에서 몇 몇 작품은 왠지 에쿠니 가오리답지 않은 느낌의 글들이라 호기심에 읽기도 했다. '호텔 선인장'과 '마미야 형제'가 바로 그것.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는 어렸을 적에 읽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때 워낙 그 소설이 인기였던 터라 나도 덩달아 읽었는데, 에쿠니 가오리가 쓴 여성 시점의 글보다 남성 시점의 글이 훨씬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였을까?(비교 아닌 비교가 되었다. 남성과 여성의 다른 성향과 시점으로 썼음에도...) 그 후부터 이 작가의 글과 이 작가를 그다지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
그랬음에도 호텔 선인장과 마미야 형제를 친구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읽었는데(내가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친구가!!) 친구의 말이 맞았다. 나야 딸랑 한 편 읽었지만(냉정과 열정 사이의 '열정'), 그런 주제에도 이 두 작품이 내가 읽었던 작품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꽤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호텔 선인장이 매우 독특했다.
그런데 왜 호텔 선인장이 아니고 마미야 형제를?
글쎄, 갑자기 생각났다. 반면에 호텔 선인장은 분명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은 있는데, 그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고... 이 작품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라는 기억이 있는데 내용은 생각이 난다. -0-;
에쿠니 가오리의 마미야 형제는 얼핏보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오타쿠 형제의 모습을 그린 것 같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음침한 외형에 집에만 박혀 있는 오타쿠 같은(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의 말이다) 형제이지만, 실상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혼자 있는 어머니를 끔찍이 위하고 매우 건전하게 그들만의 소소한 삶을 즐겁게(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착실한 형제다.
그런 그들은 서른 살이 넘도록 연애도 못한 '모태솔로'인데 이제 연애를 좀 해볼까 한다. 형제들은 무척 사이가 좋아,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이성에 대한 고민도 하는 등, 일상적인 남자 형제들의 모습과(일반적으로 알려진 남자 형제들...)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재미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성격이 같다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사랑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고 야구 좋아하고, 비디오를 보고, 오래된 게임을 하며, 자신의 일에(그 일이 크든 작든)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일하는 것과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점은 같다.
어느 여름 날, 그들은 평소에 좋아하는(관심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자들을 불러 카레 파티를 하기로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카레로 파티를 열어 이성들을 초대하기로 한 것. 형 아키노부는 그가 자주 가는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생 나오미를(관심 있었던 이성), 동생인 테츠노부는 형에게 소개시켜 주기 위해 직장 동료 요리코를 초대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카레 파티가 뭐야?'라면서 책 읽으며 어이 없어 했던 게 기억난다. 나는 왠지 이들의 오타쿠 같은 생활 방식과 왠지 모르게 찌질(?)해 보이는 모습에 쉽게 동화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 형제들에게 빠져들어 응원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은근히 테츠노부의 형이 어떨까 궁금해했던 요리코는 아키노부를 본 순간, 실망하고 만다. 어차피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던 주제에!! ㅋㅋㅋ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색한 카레 파티가 꽤 나름 재미 있었다고 요리코와 나오미는 생각한다. 다만, 그것으로 끝. 나오미 역시도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고, 아키노부에게 어떤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다.
마미야 형제의 일상 역시 평상시 답지 않았던 카레 파티 이후, 다시 평소대로 돌아간다. 형 아키노부는 여전히 나오미를 짝사랑하고, 테츠노부의 생활도 평소와 같다. 그러다 테츠노부가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을 본다. ㅋㅋㅋ
사실, 단편도 아닌 형제의 이야기가 장편으로 펼쳐지는데 큰 이야깃거리는 없다. 위에도 썼듯이 카레 파티 정도랄까?(어쩌면 내 기억에서만 그럴 수도.. -_-;;) 그럼에도 긴 호흡으로 장편을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듯!
어쨌거나 마미야 형제는 왠지 일본 사회에는 정말 있을 듯한(이런 삶을 사는-오타쿠적인-사람들이 우리나라보다는 더 많을 것 같은 편견?) 사람들로, 실상은 너무 성실하고 착하지만, 그들의 집에서만 생활하는 조용한 삶과 첫 느낌에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 때문에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런 것도 어쩌면 나의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정작 그들은 그들의 삶에 큰 불만 없이 나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어떻게 사는 삶이 좋은 것인지, 남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만족하며 사는 나의 모습에서 괴리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마미야 형제는 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버뜨!! 그들의 삶이, 그들의 삶이고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사는 것에 불만이 없으니까 그들에게 좋은 거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마구 돌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카레 파티라뉘~~!!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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