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다음 영화정보에서 펌
이 영화는 그냥 광고 문구에 4명의 괴짜들이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물을 먹였다던가, 사기를 쳤다던가? 아무튼 머 그런 문구를 얼핏보고(아마 기억하는 문구라는 것 역시 실제 영화 홍보 문구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 저 4명이(포스터에 나오는) 은행을 상대로 큰 사기를 쳐서 돈을 벌었나보다. 머 그런 영화인가보다"라고만 내용을 추측했다.
영화 정보나 그런 것들을 굳이 찾아보지 않고 본 이 영화. 초반이 지나면서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잘못 추측했음에도 이 영화는 내게, 정말 매우 좋은 영화가 되었다. 다큐멘터리는 분명 아니지만 약간 다큐멘터리 같은 부분을 첨가하여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여러 경제 용어를 쉽게 설명(그것도 엄청 대단한 사람들을 카메오로 쓰면서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해준, 엄청 유익한 영화였던 것.
이 영화를 통해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휘청이게 했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이라는 게 무엇인지까지도. 그런데 그게 전혀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추측했던 내용의 영화였더라면 한바탕 사기치는 내용의, 킬링타임용의 상업영화로 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빅쇼트는 내용, 꽤 심각하다. 게다가 이 영화 실화다. 실제 있었던 2008년의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다루며, 역시 실제 그 사태 속에 있던 사람을 다룬다.
우선 "빅쇼트"라는 의미부터 살펴보자면 주식 용어로, 가격이 하락하는 쪽에 배팅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이 영화의 제목답게 내용은 그것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의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도 실제 일어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일어난 것은 혹독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낳은 것이다. 단지 돈만을 위해 만든!
와~ 나 진짜 이 영화 보고 크리스찬 베일에게 다시 반했다. 약간 나의 편견일 수 있지만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빅쇼트에서의 그런 연기는 본 적이 없었던 것. 이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라는 인물이 영화의 가장 핵심이랄 수 있다. 마이클 버리는 캐피탈 회사를 운영하는데(숫자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과의 관계는 원활하지 못한 반면에 숫자 보는 것은 대단히 뛰어난 것), 어느날 어떤 수치들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그것은 바로 2005년과 2006년에 미국 주택시장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내린 것이었다.
마이클 버리는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할 것이라 본 것.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허상이며, 결국 나아가 사기행위라고 보았다. 미국의 부동산은 무너져서 엄청난 경제혼란이 올 것이라 예측하고 이를 이용해 골드만삭스를 찾아간다. 미국 주택 시장이 붕괴할 것이니 CDO라는 부채담보증권(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채권을 뭉쳐서 만든 파생상품이라 할 수 있다)이 폭락, 무너지면 자기가 돈을 받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맺는다. 은행으로서는 오히려 이 마이클 버리를 약간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 본 것. 왜냐하면 이렇게 경기가 좋은데, 무너질 곳에 보험상품을 만들어 건다면, 매달 내는 돈과 함께 손해보는 것은 결국 마이클 버리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버리는 이렇게 골드만 삭스와 다른 여러 곳의 은행들과 그런 계약을 맺었고, 월스트리트에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웃음 거리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이 영화 내내 나레이션을 담당하는 라이언 고슬링, 그가 연기한 실제 인물인 자네드 베넷(대형 은행 트레이더). 그는 다른 다른 은행인지 같은 은행인지 암튼 마이클 버리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은행으로서는 자기들에게 무척 유리한) 계약을 맺고 큰 건수를 올렸다고 좋아하는 동료를 본 것. 이때 자네드 베넷은 마이클 버리가 은행에 준비해 간 자료들을 살펴보고 실제 그가 제대로 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을 직감한다. 즉, 미국 주택 시장 붕괴가 현실이 될 것이란 것을 안 것.
자네드 베넷은 이것을 토대로 실제 붕괴될 것이란 상품을 만들어 여러 투자자를 찾아다니지만 모두 이를 믿지 않는다. 그 과정 중, 또 다른 인물인 마크 바움.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역시 실제 인물 마크 바움은 윌스트리트에 환멸을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하는 회사가 투자 회사인지 그것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마이클 버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인가? -_-;;), 자네드 베넷의 얘기를 듣고 그 역시 자기 팀원 3명에게 확실히 그것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알아본 바, 집을 떠나 도망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주택 시장 붕괴가 현실이 될 게 눈에 보인 것이다. 마크 바움은 동료들과 회의 후, 자네드 베넷이 이야기 한 그 상품(주택 시장 붕괴에 투자? 마이클 버리가 은행과 맺은 신용부도스와프 같은 것 같다)을 사기로 결정한다. 그렇지만 마크 바움은 이게 실제로 일어나면 벌어질 현실에 낙담한다. 그리고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려 드는 은행권이나 기타 그런 것과 관련한 여러 기관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게 된다.
이제 네 번째 인물이라고 해야 할지, 여섯 번째 인물이라고 해야 할지...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전직 트레이더 "벤 리카트"가 등장한다. 그는 월가와 그런 일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다 떠나서 직접 유기농으로 작물을 가꾸고 살고 있는 사람이다. 월가에 어떡해서든 진출하고 싶은 꼬맹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 막 시작한 친구 두 명(이름도 모르겠다;;)이 우연히 은행에 어떤 제안을 하러 갔다가 마이클 버리가 만든, 미국 주택 시장 붕괴에 대한 자료를 보게 된다. 그 둘은 이것을 보고는 실제 일어날 수도 있겠다 예견하며 이것을 이용하여 돈을 벌 생각에 정신이 없다. 그래서 우연히 옆집에 사는 인연으로 알게 된 벤에게 연락을 한다. 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확답해준다.
그 꼬맹이 둘은(실제 꼬맹이는 아니다!) 벤의 도움을 받아 위의 사람들이 했던 것과 같은 식으로 투자를 한다. 물론 벤의 도움을 받고. 벤은 꼬맹이들에게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결국 돈을 벌 게 된다는 것은, 나라 경제의 붕괴 때문이기에.
그렇지만 부동산 경기는 하락하기는 커녕 상승하고 돈을 투자한 이들은 좌절한다. 마이클 버리의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고소까지 당하게 되고, 마크 바움의 팀원들은 자네드 베넷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는 등의 그들에게도 각각의 힘든 시기가 닥쳐온다. 뻔히 보이는 사태를 실제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하든가, 알려 들지 않든가) 당장 눈앞의 상승세에만 현혹되어 있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계속해서 부실채권을 만들고 있는 것. 유독 도덕적인 면이 강한 마크 바움은 그런 것에 분노한다.
그러다 터지고 만다. 미국 주택 시장 붕괴가 일어난 것. 한 번 시작된 사태는 멈추지 않고 도미노처럼, 산사태처럼 점점 커지며 미국에 엄청난 타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것을 예견하여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중 마크 바움은 끝까지 자신이 가진 것을 팔지 못하고 있었다. 은행이 아직 부도가 되기 전에 팔아야 돈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결국 자기가 투자하여 받는 돈이 집을 잃고 몰락해가는 서민들의 돈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사태로 원인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감옥에 가길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일 뿐, 실제 이 커다란 세계 경제 위기로까지 몰고 간 사태는 달랑 한 명만이 기소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많은 은행이 파산하는 등의 사태가 일어났어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서민들은 모두 거리로 내몰렸을 뿐이다. 그들은 다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생긴 국가 부채를 갚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나라에 세금 내고 다시 은행이나 증권을 믿으며.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씁쓸함이...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디든 마찬가지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죄진 놈들은 그들의 권력과 돈으로 자기들이 만든 일을 책임지지 않은 채, 그저 뜯어먹고도 또 더 뜯어먹을 존재로만 국민을 생각하나... 그래도 우린 살아가는구나... 씁쓸함.
처음 잘못 착각한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브래드 피트가 나온다고 하기에 보고 싶었던 영화였으나, 브래드 피트가 많은 장면에 나오지 않았어도 섭섭하지도 않았다. 그럴 틈이 없었던 것. 완전히 내용에 빠져 영화를 몰입하며 봤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말한다. 믿지 말라고. 은행들을 쉽게 믿지 말라고 했는지, 아무튼 그런 의미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영화 시작 전에는 이런 문구가 나왔다. "곤경에 빠지는 건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무엇인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벌써 8~9년이 다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정확히 그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 이 영화를 통해 제대로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경제에 크게 관심 없는, 아니 무지하다 할 수 있는 나조차도 재미있게 볼 정도면, 영화 자체는 매우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 사태에 대해 말해보시오, 라고 누가 묻는다면 정확하게 또박또박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ㅋㅋㅋ 한가지 모기지론이라는 것은 그냥 안 하는 게 낫다는 것 하나는 제대로 알게 된? ㅋㅋ
많은 것을 시사하는 영화였다. 빅쇼트는. 깔끔한 연출도 아주 돋보였으며,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들도 보기 좋았다. 각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아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정말 너무 무지하구나... 라고.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나는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등을 알고 살아야겠다는 것.
마이클 버리의 그 분석을 통해, 자네드 브렛에서부터 마크 바움, 꼬맹이들까지 커다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마이클 버리의 그 분석을 제대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결코 믿기 힘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 결과 분석을 말이다. 나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견할 수는 없어도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완전 강추 영화다!!!
제목
서브프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