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서점에 갔다가 신작 코너에 있던 "죽음을 사랑한 소년"이라는 책을 보았다. "이건 또 무슨 책일까?"라는 생각에 살펴보았더니 마르틴 S.슈나이더라는 범죄학자와 자네트라는 여형사가 콤비로 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의 세번 째 책이라는 것. "어라? 그럼 1권부터 봐야지~"
1권이 바로 이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나는 안드레아스 그루버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3권이 나올 때까지 이 책의 존재를 몰랐었다니~ 작가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독일어권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라고 한다. 판타스틱 상, 빈센트 상, 사이언스픽션 상 등 독일의 유력 문학상을 여러 번이나 수상했다는 것. 뭐, 상을 받고 안 받고로 읽을 책을 선정하는 편은 아니지만(상을 아무리 많이 받았다고 알려진 작가의 작품도 별로인 경우도 있고~) 이런 작가의 책이 번역 출간되어(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올해 나온 "죽음을 사랑한 소년"이었고, 이 책은 2015년에 나왔다. 이것 외에도 이 시리즈의 두 번째 것과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 2편도 번역 출판된 상태다. 일명 복수 시리즈로 형사와 변호사가 콤비로 나온다는데, 나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 작품의 슈나이더와 자비네 콤비만큼의 재미는 없다고 해서 읽을까, 말까 고민 중. 우선 슈나이더 시리즈 남은 2권부터 다 읽고~) 나온지 몇 년이나 모르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알았다는 사실에 나에게 살짝 분노가? ㅋㅋㅋㅋ
이번에도 서점에 들르지 않았다면 아마 모르고 지나갔을 터였기에 더욱!!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서점을 더욱 자주 가야겠다. 요샌 한 달에 한 번이나마 가는 것 같다. 반성, 반성. ㅠㅠ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 부분만 보고 책을 선택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이 책에 실망했다는 것은 아니고, 연쇄 살인범이 독일 유명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소개만 보고 느낀 것과(뭐라고 말하기 미묘하다!) 실제 책을 다 읽고난 후에 느낀 점이 너무 달라서다.
연쇄 살인범이 독일 유명 동화처럼 연쇄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맞다. 다만, 독일의 그 동화를 잘 알지 못해서일까? 주인공 두 명은 알고(슈나이더는 독일 사람이 아니라-네덜란드 사람이다- 동화 내용을 잘 모르지만) 그것을 토대로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어디다 두었는지를 예측하고 찾아낸다. 정작 읽는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이유가 책을 다 읽고난 후에 아쉬움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책 소개를 봤을 때는 나도 따라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당연히 책 소개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흠흠;;
실제로 있는 독일의 잔혹 동화라는 "더벅머리 페터"를 작가가 소설 속 모티브로 잡고 쓴 것이다. 184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호프만이라는 사람이 세 살짜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이 직접 글과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엄청나게 무섭다. 한 마디로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엄청난 벌을 받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이 고전 그림책이 출간 후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2,5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당연히 독일에서는 국민 동화로 불린다고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못된 프리드리히가 채찍으로 개를 때리다가 발을 물리고, 파울린헨이 불장난을 하다가 한 줌의 재와 구두만 남고, 손가락을 심하게 빠는 콘라드가 재단사에게 양손 엄지를 잘리고, 뚱뚱한 카스퍼가 밥 안 먹는다고 떼를 쓰다가 굶어 죽고 등등 9가지의 예의범절과 그를 지키지 않으면 받게 되는 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동화다.
무섭다. 덜덜덜~ 독일에서 이런 동화가 국민 동화라니~
형사 자네트의 엄마가 연쇄 살인범의 희생자가 되고(자네트는 처음에 연쇄 살인인줄은 몰랐다. 다만 엄마와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는 아버지가 애먼 용의자가 되어 그것을 풀어보려다가 대머리 마르틴 S.슈나이더라는 싸가지 없고 두통을 달고 살며, 생각할 때 도움이 된다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안하무인 범죄학자를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자네트가 이를 싸가지 범죄학자와 해결하는 내용이다.
자네트는 처음부터 싫었던 마르틴 S.슈나이더(슈나이더는 사람들이 "마르틴 슈나이더"라고 하는 것을 꼭 S를 붙여서 정정한다. ㅋㅋㅋ 정말 개성적인 캐릭터다!)와 함께하고 싶지 않지만, 아버지를 용의자에서 풀어줘야 하고, 엄마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슈나이더와 함께 오스트리아까지 향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슈나이더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처음처럼 싫어하지는 않는다.
슈나이더는 싸가지 없지만 그 능력이 워낙 출중해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싸가지 없으려면 능력이 뛰어나야 무시 안 당한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 ㅋㅋㅋㅋ 자네트 역시 프로파일러를 꿈꾸지만 몇 번 낙방한 경험이 있다(음~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프로파일러와 범죄학자가 좀 다른 것인지, 전반부 내용을 보면 슈나이더가 자네트에게 자기는 프로파일러가 아니고 범죄학자라고 한다. 둘이 뭐가 많이 다르나? 그러면서도 후반부에 프로파일러라는 말을 사용하는데도 별 말 안 하고. -_-;).
슈나이더는 자네트를 수사에서 제외하려고 하지만, 자네트의 관찰력과 자네트가 결정적으로 제공한 "더벅머리 페터"의 책과 그 책대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하자 그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실제 자네트가 엄마의 유품에서 발견한 학생들 명단과 다른 피해자의 학생 명단(둘 다 학교 선생이었다)을 비교하여 용의자를 한정할 수 있었다. 민폐 여주인공이 아니란 말씀~
이와 함께 또다른 시점이 전개된다. 연쇄 살인범은 누군가를 납치하고, 그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가 왜 납치했는지 48시간 안에 밝혀내지 못하면 죽인다고 말하는데(물론 경찰에게 말하면 그 즉시 죽인다고 하고), 그런 대상이 된 심리 상담사 헬렌(외국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상담이 가능한가 보다. 책 소개에는 정신과 의사라고 써 있지만 아니다. ㅡ,.ㅡ)은 납치당한 사람이 누군지, 그가 왜 납치를 했는지까지 알아내야 한다. 이렇게 이 책은 이야기가 두 개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그러다 결국 슈나이더와 자네트, 헬렌이 만나지만 헬렌은 범인을 잡고자 하는 슈나이더의 요청에 범인이 제안하는(모든 것을 밝힌 헬렌에게, 그 여자는 풀어줄 테니 네가 다음 희생자가 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손가락 두 개를 잘린 채 겨우 슈나이더와 자네트에게 구출된다. 그 외에 헬렌의 전 남자친구 형사도 헬렌 구출에 힘을 쓴다.
매우 두꺼운 분량이지만 페이지가 안 넘어가거나 그렇지 않다. 중간부터는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고, 다만 그가 왜 그러는지를 유추하는 재미로 읽을 수 있다. 그의 연쇄 살인 폭주가 정신과 의사 때문이란 것이 순간 납득이 안 갈 수도 있지만, 나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통해 멀쩡하던(사실은 멀쩡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고) 사람이 어떤 단순한 계기를 통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을 많이 봐 왔던 터라(그게 꼭 이해가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긍은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내용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느낌이 아니라서(내가 제대로 안 읽었을 수도 있다. 읽는 것에 급급해서. -_-;;) 마지막 부분이 매우 아쉬웠다. 특히 그가 고른 피해자들의 구체적인(물론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것이지만) 죄, 그와 얽힌 죄가 아니기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달까? 이건 뭐 과장하자면 묻지마 살인 같은 느낌이다. 그가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고, 자기와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고른 것이 크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게 아니었다고 할까? 누구나 될 수 있었던 것. 물론 두 명의 교장은 교장이라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도덕적 방종을 저질렀기에 그랬던 것인지??
그가 피해자들을 고른 이유를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은 친절하게 설명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연쇄 살인범이 "더벅머리 페터"의 내용으로 사람들을 죽인 이유도(아예 안 나온 것은 아니지만, 뭔가 미흡한 느낌~). 서평을 보고 너무 기대를 했는지, 아니면 내가 너무 급하게 읽으려 했기 때문인지, 재미보다 실망이 좀 더 커서 나머지 두 권에 대해서 선뜻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 한꺼번에 세 권을 샀기에 읽긴 읽어야 하는데 말이지. ㅠㅠ 사기 전엔 한 번에 세 권의 책을 다 읽어야지! 했었는데...
그렇지만 어느 새 슈나이더 때문에 다시 책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슈나이더를 너무 싸가지 없게 표현했고, 특히 슈나이더 덕분에 살아난 헬렌은 슈나이더를 너무 나쁘게 말해서 내 기분이 나빴다. 내가 느낀 슈나이더는 그렇게 악독한 혹평을 받을만큼 나쁜 인간은 아니었기에! 그 정도의 싸가지 없음은~ 뭐~
독일은 그 정도 싸가지 없는 인간이 흔하지 않는 건가? ㅋㅋㅋ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만 봐도 넘쳐나기에 사실 슈나이더의 괴팍함이나 매너 없음은 그다지 크게 공감가지 않는다(책에서 너무 나쁜 식으로 그려지는데, 그 정도를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교 수준이지~~ ㅋㅋ). 난 오히려 매력 있던데~ ㅋㅋ
이런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나도 두 권 다 읽고 이 작가의 다음 책도 읽어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우선 판단 보류~ 슈나이더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1권에서 내가 느낀 미흡함으로 나머지 두 권을 안 읽는다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ㅎㅎ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