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연예인이 아니지만 연예인 이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영화가 벌써 몇 편이나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그 중 내가 본 것은 "스티브 잡스"다.
배우가 믿음직스러웠고,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보러 갔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새로운 혁신을 창조했던, 후에 그 혁신이 대중에게 외면을 받았을지라도, 3번의 프레젠테이션 무대를 다룬 내용이었다.
그 외적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가 했던 3번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기 전의 바쁘게 돌아가는 무대 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또한 그와 함께 그가 처음에는 딸이 아니라고 거부했던, 그 딸과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는 1984년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런칭했을 때, 1988년 넥스트 큐브를 런칭했을 때(애플에서 쫓겨난 후), 1998년 아이맥을 런칭했을 때(다시 애플로 돌아간 이후), 이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다룬다. 그래서 막상 프레젠테이션 장면은 없다.
영화의 내용은 모두 그가 각각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전, 40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각 3번, 120분을 그대로 관객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슨 내용이 이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인, 사적인 이야기의 마치 전기와도 같은 영화를 원했다면 말이다.
이 영화에서 그의 사생활은 딸과의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는 이미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고, 그가 한 모든 업적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나는 그랬다... (애플 창시자, 검정색 목티,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입성. 머 이 정도면 되는 거 아닌가? ㅋㅋㅋ)
그렇다고 영화가 정말 재미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ㅋㅋㅋ 스티브 잡스가 했던 이 총 세 번의 런칭 행사 준비만으로도 그가 애플에서 쫓겨나고, 다시 들어간 과정, 또 그의 성격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이고, 또 독선적이며, 이기적이고, 개싸가지이고, 천재인지.
물론 영화에 나온 대사들이 전부 스티브 잡스가 그때 그랬다는 사실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오해는 마시라. 스티브 잡스를 전혀 다른 인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니까. 당시의 상황과 대사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마이클 패스벤더의 스티브 잡스 연기를 보면서 저게 연기인지 진짜 스티브 잡스가 찍은 것인지 순간 순간 헷갈릴 정도였다. 내가 아는 스티브 잡스는 사진과 강의할 때의 동영상이 다이기에 그것을 토대로 한 평가이지만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헤어스타일 변화와 얼굴의 주름 등이 잘 표현되어서 좋았다. 영화의 내용보다 그런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춘 내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ㅋㅋ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굳이 평점이라는 것을 하자면, 추천까지는 해 주고 싶지 않은 정도?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도 좋았고,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도 좋았다. 구멍난 연기도 없었고, 3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스티브 잡스를 표현하고자 했던 구성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본 후에 일어서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뭐냐."라고 할까?
후에야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왜 그런 구성으로 했어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글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영화 보는 내내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꼭 그렇게 3번 의 프레젠테이션을 동일한 시간으로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정도로 계속 몰아쳤어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영화다. 거부했던 딸에 대한 이야기와 화해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실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야 화해했다고 들은 것도 같고. 그의 가족사는 나에게 관심사는 아니었기에), 보는 내내 스티브 잡스의 가족 생각이 났다. 그도 결혼을 했을 거고, 자식도 있을 텐데, 이 영화에서 그런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감독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면 그것도 나름 이해는 한다. 스티브 잡스가 거부했던 딸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왠지 더 영화적인 구성으로 맞는 것 같기는 하니까. 그렇지만 나 같이 멋모르고 본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결혼을 안 했나봐,라고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멋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소수이기에 오해하는 건 소수의 잘못이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_-;
약간 샛길로 샌 것 같은데, 결론은 아쉽다는 것!!! 마이클 패스벤더의 완벽한 연기가 너무너무너무 아깝다!!!
제목
잡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