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이 책을 제목보고 골랐다고 하는 서평을 꽤 많이 봤다. 나 역시 서점에서 제목에 끌려 산 책인지라,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그만큼 사는 게, 팍팍하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닌가 해서.
첫 장면이 주인공 나카코가 출근하는 모습이다. 내가 출근하는 모습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순간 몰입도가 엄청 높아졌다. 특히, 첫 알람과 그 다음 알람의 간격 차이, 늘 첫 알람에 일어났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모습 등등. 어쩌면 주인공 나카코가 아니더라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누구나 공감할만한 장면일 것이다. 잠에서 쉽게 깨며,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 빼고. 아~ 그런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나카코는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출근을 한다. 또 다른 주인공 시게노부도 마찬가지다. 나카코와 같은 출근 장면이지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까?(사람 성격의 차이일 수도) 시게노부가 조금은 나카코보다 일어나는 것에 힘이 덜 드는 느낌이 들었다. 알람으로 일어나는 모습이 없어서 그럴 수도.
이 책은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시점이 번갈아나온다. 31살로,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 익숙해진 상태로, 사회생활을 헤쳐나가는 두 명의 주인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우연히 초반에 둘이 일 때문에 만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 장면마저 정말 밍숭맹숭했다. 설레는 일, 그런 거 정말 없었다. 단순히 거래처 직원일 뿐인 두 사람은 일 얘기 후에 식당에서 또 만났으나 밥 먹으며 나눈 어색한 짧은 잡담 후 헤어졌다. 그들의 접점은 그 후 다시 한 번 있었으나 그 역시 무슨 핑크빛이니 설레는 일 같은 건 없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은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사회 생활, 즉 회사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일을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안에서의 인간 관계까지, 회사를 다니며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너무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이자 밋밋함인 것 같다. 그것을 노렸다면 정말 100% 성공했다.
분명, 불합리하고 열받을 만한 상황을 겪어도 두 주인공 모두 화내지 않는다.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원래 사회는 그런 것이니까,라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그런 부분은 나카코보다 시게노부가 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감정적인 면에서 체념이 빠르다고 할까? 별로 할 말이 없어서 늘 조용하게 지내는 편인 시게노부는 성실하고 진중해보일 수 있으나 주변인들, 윗사람들 눈에는 사회성이 결여되어 보일 것도 같다.
그에 반해 나카코는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다. 속으로 생각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는 것으로. 그런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자기 일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상황을 나카코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 한 번 이상은 겪었을 것이다. 우는 게, 꼭 여자들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또 같은 경우 울지 않는 여자들도 있을 수 있고. 다만 어떤 부당하거나 속상한 일을 겪었을 때의 감정 표현 중 하나가 우는 것이고, 나카코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두덩이가 부울 정도로 울었다는 것뿐.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하루하루의 삶이 모이며(설레는 일 없는)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한 해를 보낸다. 처음 만난 일 관련 미팅 때 자신들의 나이와 생일, "사토"라는 성이 같다는 우연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같은 날 두 번 만난 이후 우연한 만남이 없었다. 가끔 아, 나와 같은 생일을 가진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거의 처음 보고 일년 쯤 되었을 때 다시 만나지만 거기서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이라면 사랑에 빠질 운명 같은 우연적인 일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음에도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 둘에게는 아무 일도 없다. 독자에 따라서는 그런 점이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극히 현실적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그렇기에 재미없고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설레는 일 없는 일상만 쭈욱 나열하다가 끝이 난 느낌? 뭐 그 둘의 인생이 끝나지는 않았겠지만 책에서는 그 둘의 일 년 동안 지내는 삶의 모습만을 뚝 떼어다 보여준 느낌이었다. 둘 사이의 열린 결말 느낌을 보여주는 것 같이 끝이 났지만, 그 정도로는 설레임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ㅋㅋ 앞에서 쭈욱 진행된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무미건조했기에.
이 둘의 일년 동안의 생활을 보고 난 후, 그래서 어쩌라고? 란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그래, 사회 생활이 이렇지. 뭔들 재미있겠어,라고 느낄 수도 있을 테고. 사회 생활이 꼭 굳이 이렇지는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 각자의 생활이 정답이 없는 것처럼 시게노부와 나카코의 삶도 설레는 일따위 하나 없어도 꼭 같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것일까??
설레임이라는 감정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기 전이나, 보고 싶던 영화를 보러 가기 전, 기대하던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 등등, 정말 단순히 별 일 아닌 것에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소소한 재미들은 모두 배제가 된 것 같아 아쉽다. 이들의 삶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또 나는 이들처럼 이렇게 건조하지는 않아,라는 생각이 든 부분도 사소함에서 오는 기쁨이나 설레임을 나는 평소에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적인 삶을 볼 때 설레는 일 1도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ㅋㅋ 설레는 일을 거창하게 본다면~
어쩌면 이들이 묵묵히 사회 생활을 해 나가는 것은 신입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 전혀 다른 작가에 다른 결의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어렵게 직장에 들어간 신입이 결국 회사를 나오는 이야기를 다룬다. 신입이기에 가능한 패기 아닐까 싶기도 하고(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고).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그래, 회사 생활이 이렇지 뭐.라는 체념과 담담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로맨스나 활력적인 내용을 원한다거나 책에서 깊은 깨달음을 느끼고 싶다면 비추다. 이 책에서 깊은 깨달음을 느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엥? 이중부정? ㅋㅋㅋㅋ) 제목의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가 책 내용 전체에 흐르고 있어 우울하다 느낄 수도 있다(내용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제목과 반전되는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나는 제목에 동조해서 읽다가 끝까지 없어서 오히려 우울했다. ㅋㅋㅋ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