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초록색 바탕에 나무와 소년만 있는 그림이 표지인데,
이 책은 새로운 표지로 올해 10월에 새로이 출간되었다.
어렸을 적에 읽었다. 무척 짧은 내용의 책으로, 페이지 당 삽화 하나 몇 문장 정도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 어렸을 적에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책이었던 것 같다. 왜 그런 느낌을 갖고 있는지 나도 이상하지만.
어렸을 적에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커서 다시 한 번 읽었을 때는 꽤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소년에게 주는 나무의 이야기다.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도 이 책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금 살펴보니 1964년에 처음 발간된 것이었다. 우어오오!! 그런 걸 전혀 모른 채 좋아했던 책이라니~ 나도 참. ㅋㅋㅋ 내가 갖고 있는 초록색 표지의 책은 우리나라에서 1975년 10월 출간. ㄷㄷㄷㄷㄷ 태어나기도 전에 출간된 책이 아직도 팔리는?! 시공주니어에서 어린이책으로 나온 것은 2017년 1월이다. 표지는 같더라~
이 책은 나무 한 그루와 그 나무를 사랑하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라고 책 소개에 써 있지만, 정말 사랑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소년이 아니라 나무가 아닐까? 소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는 노인이 된 소년에게 자기의 밑둥까지 아낌없이 준다. 정말 오직 소년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아마 자신의 열매도 주고(사과 나무였다!!), 가지도 주고, 밑둥만 남기고 베어지는 아픔(나무도 아프지 않았을까? 그런 부분에 대한 묘사는 책 어디에도 없지만)이 소년에 대한 사랑으로(그땐 이미 소년이 아니었지만) 단지 기쁨이기만 했고(소년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기쁨), 받을 거 다 받아간 소년이 찾아오지 않는 날이 길어져도 그 자리에 묵묵히 있다가 노인이 되어 밑둥만 남은 나무를 찾아온 소년에게 쉴 자리를 주는 나무라니!!
어쩌면 나무란 존재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무한한 사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나무를 찾아오는 소년은 자식이고. ㅋㅋㅋㅋ
내가 갑자기 이 책을 떠올린 계기는 단순했다. 엄마가 즐겨 보는 KBS2 퀴즈 프로그램 1:100이 방송 중이었고, 우연히 시청 중인 엄마를 지나다가 하필 그 순간에 책 이름과 그 책을 쓴 작가의 사진이 맞지 않는 것을 고르는 문제가 들려서 발걸음을 멈추고 앉아 유심히 보게 됐던 것. 1번 사진에 대한 설명이 "변신"을 쓴 프란츠 카프카, 2번 사진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쓴 셸 실버스타인, 3번 사진이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다. 일부러 그런 사진을 골랐을 수도 있지만, 2번의 사진 속 남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쓴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의 사람이었다. 좀 거친 느낌을 주는 사람의 사진이었달까? 책 내용은 너무나 순수하다보니~ ㅋㅋㅋ 선입견이고 편견이지만.
1:100에 나온 사진은 턱수염이 무성한, 거친 느낌의 사진이었다~ ㅎㅎ
세 명의 인물을 다 모르면 2번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문제였는데(2번의 책을 안다면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ㅋㅋ), 나는 1번의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알았기에 2번 사진을 보며 정말 저 사람이 그 책을 쓴 사람이야?라고 놀라며 봤었다. 1번 사진 속 인물은 "이방인"을 쓴 알베르 카뮈였다. 마치 영화배우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었다. 담배를 물고 있는, 인물 좋은~ ㅋㅋ
방송에 저 사진 그대로 나왔음. ㅋㅋㅋ(민음사 표지 사진을 그대로 쓴 듯~)
프란츠 카프카의 사진이 알베르 카뮈 사진으로 나온... ㅋㅋ
아무튼 그걸 계기로 책장 깊숙이 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찾아서 다시 읽었다. 책 빨리 읽는 분들은 몇 분이면 볼만큼 정말 짧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스토리는 무거웠다. 다시 보니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20대 때 마지막으로 읽었을 땐, 나무가 불쌍하고 답답하고 소년이 정말 못됐다!라고만 생각했었다.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내가 나무를 그렇게 본 걸 나무가 안다면,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말이다. 소년에 대한 생각도 조금이나마 변하긴 했다. 기본적으로 못됐다!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ㅋㅋㅋ)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이해가 생겼다. 나이 들어서 나무를 찾아온 것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 정도로.
우연찮게 TV 퀴즈 프로그램을 통해서 예전에 감동적으로 봤던 책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노인과 바다"와 "변신", "이방인"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과연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생은 글렀어~ ㅋㅋㅋ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