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여 년 전 영화인 다빈치 코드(2006년 상영). 올해 다빈치 코드의 세 번째 시리즈인 인페르노가 개봉해서 다시 다빈치 코드가 주목을 받았다.
나는 기독교도, 카톨릭도 아니다. 그래서 성경에 대한 것은 아주 기본적인 부분만 아는 정도다. 그렇기에 다빈치 코드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생각 때문에 다빈치 코드와 두 번째 시리즈인 천사와 악마(2009년 상영) 역시 보지 않았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는 게 정확하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니 영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것. 그게 천사와 악마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다 올해 세 번째 시리즈 인페르노가 7년 만에 개봉했고, 다시 다빈치 코드에 관한 화제가 심심찮게 들렸다. 나의 편협함을 깨기 위해서도(종교적인 내용이 나온다고 다 종교적인 영화는 아니며, 또 종교적인 내용이 좀 나오면 어떤가? 내가 믿지 않는다고 모든 것을 무관심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 게다가 난 벤허도 봤잖아? -_-),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영화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를 영화화 한 다빈치 코드, 책으로까지 보고 싶진 않지만(이미 영화로 봤기에 상상할 수가 없다) 진작 볼 걸,하는 후회는 들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신부(영화 속에서 그런 비슷한 복장을 하지만 진짜 신부 역할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사람을 막막 죽이니까!)가 아이언맨의 자비스 목소리이자, 어벤저스의 그 비전 역을 한 배우라니!! 진짜 몰랐다. 보는 내내 "저 사람 너무 불편해. 얼굴 왜 저렇게 하얗지? 저건 무슨 정신병 같은 행동이야?"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톰 행크스야 믿고 보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본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때문인지 너무 젊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 2006년 영화니까 십 년 전이니 당연할 수도 있고, 설리에서 분장을 그렇게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_-;
세계적인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파리에서 강연을 할 때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루브르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가 박물관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는데,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말 마지막에 쓰여 있는(다잉 메시지) "p.s 랭던을 찾아라" 때문에 그는 영문 모른 채로 용의자로 체포될 위기에 처한다. 수석 큐레이터의 손녀가 나타나 그에게 몰래 얘기해줄 때까지도 자신이 용의자인지도 몰랐다.
손녀 소피와 랭던은 경찰을 따돌리고 박물관에 큐레이터가 남긴 기호(기호학적인 암호로 되어 있다)를 찾아내 진범을 찾아나선다.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 카톨릭 신부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엄청난 비밀을 간직해온 단체와 그 비밀을 영원히 없애려는 또 다른 단체의 일에 랭던이 원치 않게 참가(?)하게 된 것으로, 엄청난 비밀이란 바로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에겐 자식이 있고, 그 후예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고, 마리아 막달레나의 시체까지 고이 보존해오고 있었다는 것. 이 비밀을 없애려는 단체는 몇 명의 카톨릭 신부들로, 그들은 이 사실이 드러난다면 지금까지의 카톨릭 역사가 완전히 뒤바뀌고, 카톨릭 자체의 위신이 땅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그 비밀 단체의 사람들과 비밀을 영원히 없애려 한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예수의 이야기라든가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야기 등, 나는 알지 못하는 심오한 종교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그게 꽤 중요한 포인트이기는 했다. 소피는 왜 할아버지가 죽었는지, 이때 알 수 있었던 것. 할아버지가 바로 비밀 단체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종교를 잘 몰라도 어렵지 않게 내용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소피의 할아버지가 남긴, 예수의 후예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는 크립텍스(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고안한 비밀이 담긴 장치로 억지로 열려고 하면 안에 있는 병이 깨지면서 식초가 흘러나와 종이를 녹여 비밀을 알 수 없도록 한 것.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는데, 다빈치 코드는 정말 천재 맞나봐~)가 중요한 물건으로 등장한다. 이 크립텍스의 암호를 풀면 바로 예수의 자손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으로, 영화 마지막에 누구인지 밝혀진다. 영화적 상상력이겠지만, 꽤나 인상 깊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라고 계속 생각했던 사람이(경찰에게 쫓기는 행던과 소피를 계속 도와준, 비밀 단체의 이야기를 알려준 사람) 반지의 제왕의 그 간달프였다니!! 오~ 놀라워라~ 난 왜 죽은 줄 알았지? -_-; 이안 맥켈렌 할아버지, 미안~~ 게다가 반전 캐릭터였어!!! 후후훗.
이외에도 프랑스 경찰 국장은 뤽 베송(처음엔 정말 나아~~쁜 넘인 줄 알았다! ㅋㅋ), 살인마 신부(정말 신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로는 위에서도 언급한 그 배우! 이름은 폴 베타니! 등이 나온다.
프랑스를 비롯하여 영국의 유명한 성당 등이 나오는데, 그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실제 사실(앞에서 말한 그 단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덧입힌 것이기에 그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가 엄청나다. 진짜라고 믿겠어~~ 후후후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비밀결사는 시온 수도회로 불리며, 막강한 배후 세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중세 시대 때 템플 기사단을 만들기도 했다. 이 시온 수도회에는 영화에도 나오지만, 아이작 뉴턴,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빅토르 위고 등이 그랜드 마스터(수장)였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시온 수도회 수장을 죽이는 단체인 오푸스 데이는 에스파니아 신부 호세 마리아 에스크리바가 1928년에 창설한 종교단체로, 로마 교황청이 승인한 자치단체다. 1982년에는 교황청의 유일한 성직자 자치단체로 인정 받았으며, 현재 6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종교인이 아니다보니 머... 궁금하지도 않다. -_-;;
영화 속에서처럼 시온 수도회가 실제 그런 비밀을 지니고 있는지, 오푸스 데이가 시온 수도회 사람들을 죽이는지는 모르겠지만(이건 내가 그 종교의 역사를 몰라도 영화적 상상력이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 하는 역사적인 단체를 바탕으로 이런 허구적 상상력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잠깐 얘기하자면, 영화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시체를 보호하는 템플 기사단에 대해 나오는데, 템플 기사단은 워낙 중세 시대 때의 유명한 기사단 중 하나이기에(중세 새대 3대 기사단 중 하나라고 하는데, 성 요한 기사단과 튜튼 기사단은 사실 잘 모른다. 아는 것은 템플 기사단 하나. ㅋㅋㅋㅋ) 영화에서 아는 기사단 이름이 나와서 순간 몰입했다. ㅋㅋㅋ 아무튼 이 기사단은 1118년에 시온 수도회에서 만들었으며, 성지를 수호하는 기사단이었지만, 이단으로 몰려서 1314년에 왕에게 모두 처형된다.
영화적 긴박감도 있고, 이야기의 구성도 나쁘지 않지만 역사를 아는 재미 외적으로는 솔직히 좀 실망했다. 시온 수도회의 비밀이 잘 유지되고, 오푸스 데이의 암살범도 잡지만(이것은 솔직히 랭던의 직접적인 공은 아니다. 우리의 달프옹~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렇다!) 뒷맛이 조금 씁쓸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의 반전도 재미있었지만(마지막엔 여러 반전들이 등장한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좀 아쉬웠다고 할까?
그래서 예수의 자손은 존재하고, 시온 수도회는 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채로 그렇게 살 것이다? 그거야?란 생각이 든 것. 어떤 사건에 휘말렸고, 그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 없잖아, 같은 느낌? 그들만의 리그에 주인공 랭던이 목숨 잘 부지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구나. 그래, 그래. 시온 수도회는 대단하고 오푸스 데이는 자신들이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한 나쁜 놈들 집단이구나. 라는 생각?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력을 보고 느낀 감정이지만, 왜 이 영화를 카톨릭에서 비판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카톨릭을 안 믿는 나도 실망했다는 사실~ 머 전부가 아닌 몇 몇 크레이지 신부들에 의한 것이지만 말이다(영화 속에서!).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를 연속해서 봤다. 1편보다 나은 2편 없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2편인 천사와 악마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긴장감과 스릴이 넘쳤으며(1편은 밋밋한 구성이었다면 2편은 블록버스터 느낌의 영화였다!), 마지막의 반전 역시 우와~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다빈치 코드가 카톨릭 안의 내부 문제를 다루었다면, 천사와 악마는 배경이 좀더 확장되어 전개된다.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라고 할까? 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 양 등의 과학적인 성장이 있을 때마다 늘 종교 단체에서 비판을 하고는 했다. 나는 카톨릭이나 기독교가 아니더라도(이 둘의 차이도 사실 잘 모르겠다. -_-;;) 나와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에는 완전 반대한다. 나는 나라는 고유한 정신과 사상,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좋건 나쁘건 나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똑같이 복제한다면 나는 무엇일까?
머 아무튼~!! 천사와 악마는 이런 과학의 발견과 종교로서의 권능과 권위의 대립을 보여주는데, 재미있는 것은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미친 놈이 과학적 산물인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을 이용하여 카톨릭을 압박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있었던 사실이 바탕이 된 영화다. 1543년에 천문학자이자 신부인 니콜라서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지구가 돈다는 학설)을 주장했다가 사형 당했고, 1642년에는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코페르티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해 종교 재판을 받고 교황청 명에 따라 자택에서 구류 중에 죽기도 했다. 이 외에도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가 과학보다 우선했기에 과학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카톨릭에 의해 낙인 찍혀 죽은 과학자들이 있었다. 종교 역시 무지했던 시대였다.
이것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이 합해 만들어진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에도 등장했지만, 천사와 악마에도 역시 비밀 결사대가 등장한다. 일루미나티라고 18세기에 과학의 위상을 높이고자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등의 계몽주의 과학자들이 결성한 비밀결사대가 바로 그것. 이 결사대는 카톨릭의 탄압에 의해 사라졌는데, 영화에서는 카톨릭을 압박하는 존재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반전을 통해 사실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CERN(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 최대의 과학 연구소다. 실제 있다!)에서 반물질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그 자리에 있던 신부가 살해당하고 반물질 중 하나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로마 교황청은 기호학자인 랭던에게 도움을 청한다. 범인이 앰비그램(어떤 방향에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문자로, 고대 기호학의 전설이자 일루미나티의 상징이다)을 남겼기 때문.
5시간 동안 범인을 잡거나 반물질을 찾아내지 못하면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및 인근은 폭발하여 쑥대밭이 되는 상황이다. 시간 설정까지 있는데다 교황청은 교황이 죽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바티칸의 교황 선출 선거로, 만장일치가 되어야만 투표를 멈춘다. 그때까진 무기한 투표가 계속되며, 투표가 끝날 때마다 투표용지를 태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검은 연기는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하얀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알게 된 사실. ㅋㅋㅋ)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범인이 강력한 교황 후보 4명을 납치해서 저녁 8시부터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이고, 최종적으로는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킨다는 것을 교황청의 궁무처장, 카톨릭 내 중요 인물(신부라고 해야 할지, 추기경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음)과 교황청을 지키는 근위대(이것도 영화보고 알았는데, 스위스 근위대로 500년 이상 교황의 안전과 바티칸을 지켜온 근위대라고 한다. 177센티미터 이상의 키와 스위스 국적을 가진 미혼의 카톨릭 신자 남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교황청 관련 이탈리아 경찰(교황청 주변 보호던가? 암튼;; 복잡해서 기억이 안 난다. 이탈리아 경찰은 보조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스위스 근위대가 갑인 듯한 느낌?)들 상부만 아는 상황에서 콘클라베를 실시하는 것. 궁무처장은 이런 위협에서는 콘클라베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콘클라베를 진행하는 투표관련 신부? 추기경?(위에서 언급한 중요 인물)은 진행을 해야 한다며 밀어붙인다.
천사와 악마는 로버트 랭덤이 5시간이라는 촉박한 시간 안에 계몽의 길이라는 곳과 교황 후보 4명이 각각 있을 장소(범인은 계몽의 길에 각각 후보들이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를 알아내어 최종적으로 반물질 폭파를 막아야 하는 긴박감 속에서 진행된다. 그렇기에 내용이 빠르게 전개되지만, 로마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주요 성당들과 콘클라베의 카톨릭 의식 등을 놓치지 않고 보여줘 내용면에서도, 배경면에서도 풍성한 볼거리를 준다.
특히, 천사와 악마는 등장인물 모두가 나쁜 놈 같아서 마지막 반전에서는 진짜 깜짝 놀랐다. 나는 진짜 식스센스보다 더 놀랐다. ㅋㅋㅋㅋㅋㅋ
아무런 관심 없던 다빈치 코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더니(1편 말고 2편을~) 3편에 대한 기대도가 완전 올라버렸다. 그런데 인페르노가 엄청 혹평인데다 인기도 없었기에 으음~하고 있다. 아마 3편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빈치 코드 시리즈는 종교적인 색채, 종교적인 내용이 주가 된다고 그와 관련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접하지 않는 나와 같은 편협한 사람의 시각을 깨어주었다. 천사와 악마는 과학 기술과 종교의 첨예한 대립이 드러난 것은 아니고, 종교에 너무 미친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과 사상 때문에 죄를 지은 것으로 핵심적이고 논란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는 중요한 것은 사실 영화에서 비껴간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문제 제기를 하여, 생각할 부분을 조금이나마 준다는 것에는 긍정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영화 자체의 설정이나 박진감도 나무랄 데가 없었고, 반전은 최고였고~
다른 무엇보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교황청을 보호하는 스위스 근위대는 정말 신기하다. 왜 이탈리아가 아닌 스위스 국적의 청년들일까? ㅎㅎㅎㅎ
제목
다빈치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