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발췌
이 드라마의 결론적인 내용만 말하자면 어느 남편, 어느 부인의 불륜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의 중심 내용이 불륜이라는 관계 설정에 몹시 언짢을 수 있음에도(두 주인공이 만나기 위한 과정 중, 남자든 여자든 한 쪽이 "불륜"이라는 비도덕적이고 불쾌한 관계 때문에 상처 받고 헤어진 후 상대 주인공을 만나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내용이 대다수인 드라마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과정 중 하나로 불륜이란 소재를 붙이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이 굉장히 많다) 이 드라마는 묘한 설득력을 준다. 드라마 전체적인 영상미와 서정적인 묘사, 더불어 두 남녀주인공의 상대 배우자가 문제가 많아, 불륜으로 만나는 이들의 관계에 욕이 아닌 수긍의 감정이 생긴다.
믿음이 깨져, 사랑하여 결혼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고 결국 그 사람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남자(이상윤 역)와 사랑하여 결혼했는데 알고보니 맞지 않는 남편과 무감각하게 사는 여자(김하늘 역)의 만남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을까? 여자는 도대체 왜 저런 남자와 살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답답한 모습을 보여서, 헤어지길 간절히 바랐지만 남자의 경우는 그런 정도까지의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거짓인 채, 오직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낳자마자 버린 아이를 이용할 정도로 이기적이고 목적 의식만이 있는 여자(장희진)와 사는 남자는 사실 아내가 데리고 온 딸이 죽기 전까지는 부부 사이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내의 문제도 몰랐고, 딸이 죽은 후에 아내의 거짓말이 밝혀져도 그 사랑이 진심이었다면(남자는 사랑했기에 결혼했다고 했다) 보듬어 안고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자기 자식이 아님에도 사랑을 주었던 딸이 아내의 이기심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그동안의 아내 거짓말에 더하여) 부부 관계가 완전히 무너졌지만, 남자는 아내의 거짓말을 알기 전부터 여자에게 끌렸다.
이 부분 때문에 여자에게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그 감정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남자의 경우는 좀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움이 남았다. 결과적으로 아내의 거짓말과 믿음이 깨져 둘이 헤어지지만(여자보다 남자가 더 먼저 헤어진다) 남자가 여자와 감정적으로 끌릴 때는 아내와의 사이에 문제가 없었다(친딸이 죽었는데도 전혀 슬퍼하지 않는 모습에 남자가 이해하지 못하면서 둘 사이에 붕괴의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서일까? 남자의 아내가 남자에게 자기를 사랑하기는 했냐고 물었을 때, 남자가 사랑했기에 결혼했다고 대답할 때 괜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가 내포하는 많은 의미들이 쉽게 없어지는 것처럼(쉽지는 않았겠지만)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면 사랑에도 등급, 아니 크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의, 사랑의 균열이 생기지 않았다면 남자가 여자를 만났어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여러 생각이 든 장면이었다.
여타 불륜 드라마의 막장처럼 복수니 뭐니 하는 것 없이 남자와 그 아내(물론 아내가 남자와 여자의 남편을 만나도록 한 장면이 있긴 했지만 복수심에서라기 보다 남자가 "불륜"이라는 범주에 묶여 죄인처럼 되지 말고 정신차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헤어지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었고)의 헤어짐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정말 허울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아내에게 동정심이 든 것은 아니지만(캐릭터 자체가 동정의 여지가 없는 편이긴 하다. 나중에야 죽은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많이 흘리긴 하지만...) 뭔가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남자가 필연적인 헤어짐(여자 때문이 아니더라도 결국엔 헤어졌을 거라는 전제를 스스로에게 깔고 가지만)의 수순을 밟은 후에도 그 헤어짐이라는 것의 감정이 생각과는 달라 힘들어하는 부분을 보니 더욱 씁쓸했다.
이게 이 드라마가 불륜을 다룬다는 부정적인 시선에도 나름,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 포인트 중 하나기도 했다. 단순히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고, 그 상대를 더 사랑했고, 그래서 배우자와 헤어졌고, 끝!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각각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섬세하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도 여자를 만나 딸이 죽은 이후의 감정들을 치유할 수 있었지만(이 과정에서 아내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자가 아내와 헤어질 결심을 결정적으로 한 것은 여자와는 상관 없는 문제였기에(만약 그런 문제들이 없었다면 이들은 정말 말 그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불륜"이라는 더러운 이미지만을 남겼을 거다) 그런 감정의 깊이가 드라마를 차가운 시선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다만, 아내의 거짓말이나 딸이 죽은 결정적인 말이 아내 때문이 아니었다면 남자는 아내와 헤어졌을까? 분명 여자에게 끌리고, 아니 여자를 좋아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과정이라는 것은 말해봤자 입만 아픈 법이지만 그런 경우, 남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여자는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불륜 사실에(불륜이라는 말에는 육체적인 배신까지 당연하게 포함되어 느껴지는데 이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불륜은 그런 더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데다 실제 감정적인 불륜이 대부분이었다. 전화하고 문자하고 얼굴 보고 하는 등의) 죄책감을 느끼면서 남자와 거리를 두려하기만 할 뿐, 실제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는 것은 드라마의 후반부다. 여자도 남편(신성록)과 헤어지는 과정이 상당히 깨끗한 편으로(심하게 싸운다거나 자식의 양육권을 논한다거나 하는 부분 없이) 표현된다. 남자처럼 구체적으로 "이혼"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떨어져 사는 식으로(헤어지는 식으로) 유추하도록 만든다.
여자의 경우는 너무 답답하게 굴어, "왜 저런 남편과 살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 결과가 남자를 만났고, 남편의 전 여자친구(그것도 동거도 함께 한)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최여진)였다는 사실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루어졌기에 불륜으로 인해 자기 감정에 충실해져 자기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남자의 존재가 꽤 크게 작용하긴 했다. 여자에게 있어서는 정말 긍정적으로. 특히, 친구와의 관계가 정말 허물 없어서 보기 좋았다. 배신감이 들긴 했지만, 서로 욕하면서 그런 감정을 푸는 것을 보며 여자의 우정도 정말 멋지다,라고 새삼 생각했다. 늘 남자들의 우정만 멋지게 포장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친구의 멋진 모습에(비록 자신의 과거 얘기를 친구에게 하진 않았지만), 나도 저런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나에게 저런 친구는 없으니, 나라도... ㅋㅋ
바보 같이 착하고 답답하기만 한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감정적으로 끌리고 그 사람 아니면 안 되게 될 정도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섭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여자 역시 남편을 사랑했기에 결혼했던 것이므로 더더욱. 결혼 후, 함께 살면서 그 사랑이 없어지긴 했지만.
불륜이라는 관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지도 옹호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 드라마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남녀가 만나서 각자 서로의 현재 관계의 허식을 깨닫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어, 만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뒤늦게 만나는 바람에 불륜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도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에 또 하나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불륜 포장 드라마는 아니라는 것. "그러게. 있을 때 잘 하지."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ㅋㅋ
드라마의 중심 내용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저런 드라마 안 봐!"라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든가 부부 사이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엄마와 직장여성이라는 부분 등, 여러 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한 번 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드라마다. 특히, 관계는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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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