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제목부터 완전 끌린다. 매력적이다!! 과거를 지워준다니?!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만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영화 "이너털 선샤인"이 생각난다. 괴로운 과거를 지워버렸으나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정말 감동적으로 보고, 괴로운 과거라도 나의 과거를 지운다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더랬다. 물론 그 영화의 내용은 사랑했으나 헤어진 사람에 대한 과거였지만.
그럼에도 또 이런 제목의 책을 보고 끌린 것은 나는 금붕어의 기억력을 갖고 있거나, 그런 감정은 그 영화를 보았을 때 뿐이거나, 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생기기에 이런 제목에 늘 끌리거나~
이 책의 내용은 제목과 같다. 과거를 지우고 싶은 주인공 찰리가 실제 과거를 지우고 미래가 바뀐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찰리는 마음내키는대로 편하게 사는 사람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부모님 몰래 대학도 때려치우고 친구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첫사랑 트라우마 때문에 29살이 되도록 남자친구를 제대로 사귀지도 못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살면서 저지른 창피한 일들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유부남을 사귄 적도 있고, 음주운전(자전거)을 하다 출동한 경찰에게 반항한 적도 있다. 술에 취해 모르는 사람과 원나잇을 하고 다음 날 머리를 쥐어뜯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그녀가 정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일은 가장 친한 친구의 남자 친구와 함께 잔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과 다르게 동창들은 모두 좋은 직장에 다니며 잘 나가고 있다.
찰리는 가고 싶지 않았던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첫사랑을 만나고, 또 한번 실수를 저지른다. 친한 친구를 잃은 이후로 가장 큰 사건인 것 같다. 이제 찰리는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런 그녀에게 황당한 제안을 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지우고 싶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
이 책에서 과거를 지운다는 개념이 새롭게 다가온 것은, 지우고 싶은 과거만 골라서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터널 선샤인과의 차별점이라고 해야 할까?
찰리는 그 여자의 제안을 듣고 처음에는 황당해하고 믿지 않았지만, 결국 현실이 너무 싫어서 잊고 싶은 과거들을 지운다. 그렇게 잊고 싶은 과거를 지웠는데, 그 일이 찰리 본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고, 찰리의 인생이 아예 변해버렸다. 내 기억 속에서만 지워지는 것이 아닌 삶 자체가 과거의 실수들이 변화되면서 바뀌어버린 것. 그 낯선 곳에서 기억을 지우는 일을 하고 밖으로 나온 그녀가 처음 만난 사람은 바로 첫사랑이었던, 동창회에서 망신을 준 그 "모리츠"다! 게다가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이 얼마 안 남았는데, 옷차람이 그게 뭐냐고 한다.
싫은 과거들을 지웠는데, 현실은 모리츠의 신부가 될 예정의 찰리가 된 것.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던 찰리는 조금씩 과거를 지운 일의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과거를 지웠다고, 찰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찰리 본인이 변하지 않았으니 바뀐 현실이 마냥 좋고 즐거울 리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찰리의 현실은 실수투성이의 보잘 것 없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이다. 그녀의 곁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곁에 있어서 몰랐던 사람. 모리츠는 아니다. 난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지만. ㅋㅋㅋ
2012년에 발간된 구판이 되었고, 2018년 올해 표지가 바뀌고 가격도 올린(1,200원 정도?) 개정판이 나왔다. 나는 몇 년 전에 사서 구판을 갖고 있는데, 표지 그림은 구판이 더 좋은 것 같다. 구판에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ㅎㅎ
구판 이미지
누구나 꿈꿨을 법한,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흥미있고 재미있게 읽을 법한 이 책은, 나에게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나는 우선 주인공 찰리에게 전혀 동화되지 못했다.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니, 내용 또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없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특히, 지우고 싶은 과거를 지운 후에 적용된 현실은 더욱이 내 지루함을 배가시켰다.
사실 그 순간부터가 이 책의 본격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나는 반대로 심하게 말해서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까지 겨우, 꾸역구역 읽었다. 아마 현실이 바뀌었어도 찰리라는 인물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기 때문인 듯했다. 결국 나는 찰리를 이해할 수 없었고, 현실이 바뀐 후의 찰리의 행동들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찰리는, 찰리 그대로였는데 내가 읽으면서 주인공의 바뀐 현실에 맞춰 주인공도 바뀌길 바랐던 것이리라.
여기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갈릴 것 같다. 내가 읽은 이 책의 의도는 창피했던 과거를 아무리 지운다고 해도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현실은 다시 반복될 것이고, 그렇다고 그런 스스로를 억지로 바꾸기 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며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며 살아가는 삶이 훨씬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느낀 책의 의도는 이랬지만, 이해는 해도 공감은 되지 않았다. 의도를 풀어내는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입소문만으로 출간 이후 계속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독일에서는(작가가 독일 사람이다) 출간 후 10년 동안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내용도 단순하지 않고, 영화적인 느낌도 있는 것이 내용이 지루하지는 않다. 나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전체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고~
나에게도 만약 책의 내용처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솔깃한 제안이 온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선뜻 지우겠다, 안 지우겠다 그 어느 쪽도 고르지 못할 것 같다. 나의 현실이 어떻게 바뀔지(지금보다 못하게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닌가, 실수를 한 과거가 지워지는 것이니까 더 좋은 삶을 영위하게 되나? 음... 실수라고 생각한 게 의외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게 또 인생이기에... 정말 모르겠다~) 알 수가 없어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인 듯. 과감하게 모험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ㅋㅋㅋ
이 책은 진지하게 자기의 삶을, 자기가 실수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그냥저냥 킬링타임용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단, 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재미가 줄어들 수도~ ㅎㅎ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