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코 작년에 본 영화 중 최악이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거나 브리짓 존스 시리즈 영화의 팬인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랬다. 게다가 나는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팬이었으며, 르네 젤위거를 너무나 좋아했던... -_-;;
2001년에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32살의 노처녀(그 당시에는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다행히? 32살을 노처녀라 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좋으다. -_-;) 브리짓 존스의 로맨스를 다룬다.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와의 유쾌한 삼각 관계, 르네 젤위거의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 때문에 개봉했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브리짓 존스는 노처녀를 벗어나 최고의 남자를 만나 멋진 데이트를 즐기겠다는 새해 결심을 굳게 다진다. 이런 장면(새해 또는 자기 생일날을 혼자 맞이하는 영화 첫 장면)은 브리짓 존스 1부터 2번 째 시리즈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2004), 이번에 개봉한 세 번째 시리즈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2016)까지 계속 이어진다. 아마도? 내 기억에는? ㅎㅎ;; 2001년과 2004년에 본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첫 장면은 혼자 기념일을 보내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내용은 이렇다.
그녀의 새해 소망대로 같은 출판사에 있던 상사인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와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러다 마크 다시(콜린 퍼스)라는 엄청나게 점잖고 진지한 남자를 알게 된다. 다니엘은 엄청난 바람둥이여서 그것에 실망한 브리짓은 마크의 사랑을 받아 들이고 영화는 브리짓 존스가 행복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머 그 과정은 정말 유쾌하다. 이 영화를 위해 살을 찌운 르네 젤위거의 모습은, 그 전의 마른 모습은 기억이 안 날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때!!!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 두 번째는 마크와 행복할 것 같은 브리짓이었으나 마크에게 자꾸만 들이대는 여자 때문에 질투에 사로잡히고, 다니엘이 브리짓에게만 전념하겠다며 다시 접근하는 등, 브리짓의 멘탈이 여러 차례 충격이 가해지는 일이 벌어진다. 또 다시 새로이 시작되는 삼각 관계, 그 사이에서 브리짓은 온갖 엉뚱한 일은 다 벌이는(?)는 사고뭉치가 된다.
그래도 결국에는 마크와 잘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 나는 그때 영화를 보면서 마크가 아닌 다니엘 편이었기에 두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개인적으로 콜린 퍼스보다 휴 그랜트를 더 좋아했으며, 바람둥이인 건 싫지만 너무 진지하고 답답한 모습의 마크보다는 다니엘이 나았기에... 어렸을 적이니 머.. -_-a), 르네 젤위거와 가볍고 유쾌한 영화의 내용 때문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좋은 영화로 남아 있었다.
무려 12년 만에 다시 찾아 온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그래서 기대했다. 세월이 르네 젤위거만 비껴가진 않았겠지만 첫 브리짓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자연스럽게 나이 든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제목만 보고 마크와의 결혼 생활 중 아이로 인한 또 엉뚱한 말썽을 피우는 유부녀의 이야기인가 했었다. 그런 내용도 분명 나쁘지 않았을 것이고, 브리짓은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도 왠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그러나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43살이 된 브리짓은 여전히 혼자고 생일도 혼자 맞이한다. 그러나 일에 있어서는 잘 나가는 방송 프로그램의 PD가 되어 있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초반에는.
브리짓은 친구따라 뮤직 페스티벌에 갔다가 낯선 남자(잭 퀀시 역, 패트릭 뎀시)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며칠 후(인지 다음 날인지... -_-a) 우연찮게 과거의 애인이었던 마크를 다시 만나고 또 하룻밤을 보낸다.
행복할 줄 알았던 마크와 브리짓은 헤어졌고, 마크는 다른 여자와 결혼까지 한 상황. 그러나 브리짓도, 마크도 서로를 잊지 못했는지 브리짓은 그런 마크와의 하룻밤을 보낸다. 물론 마크는 이혼 예정에 있다고 하지만...
브리짓은 마크와 헤어졌던 이유를 떠올리고,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우울해한다. 영화 내내 그런 장면들이 많아서(브리짓이 마크와의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들), 나는 잭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기에 그와 안 될 것 같은 게 눈에 보여도(정말 너무 뻔하게~~) 응원했다. 휴 그랜트보다 패트릭 뎀시가 더 좋아하는 배우인 이유도 있었고, 마크와 헤어진 이유가 너무 바쁜 마크 때문에 혼자였던 시간이 많았기(으로 이해했다)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사이에 결혼까지 했고, 아무리 현재 이혼할 예정이라고 해도(이혼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 브리짓이 마크와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인보다는 일을 우선 시 했던 마크가 브리짓 앞에서 전화를 창밖으로 버리던 장면은 조금 찡~하긴 했지만, 나라면 이미 떠난 버스로 생각했을 것 같다. 그때 헤어짐의 원인이 정말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기 때문이다. 머 계속 잭보다는 마크를 생각하는 브리짓의 모습에서 에잇! 했지만... ㅋㅋㅋㅋㅋ
어쨌거나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내용은 임신을 한 브리짓이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 고민하다가 그 사실을 두 남자 모두에게 말하고, 두 남자와 미묘한 관계 속에서 임신 기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만약 감독의 브리짓과 마크는 무조건 이어주어야만 해,라는 설정만 아니었다면 잭 캐릭터도 브리짓의 상대로 정말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단 한 번의 일로 자기에게 애가 생긴 것을 알면서도 브리짓에게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은(게다가 잘 나가는 회사의 CEO가... -_-;) 사실 언뜻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한 번 만난 여자잖아! 그런데 잭은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며 브리짓에게 아이 아빠로서 잘 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밝고 활발한 잭.
그리고 브리짓이 병원에 가는 날이나 태교 운동을 하러 갈 때도 꼬박꼬박 함께 한다. 반면에 마크는 병원에도 늦고, 여러모로 뻣뻣하다. 그는 잭이라는 남자와 누가 아빠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싫은 것. 마크 캐릭터답다. -,.-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난 그런 캐릭터가 싫은 게 여전하니~ ㅋㅋ 보수적이고, 답답한... 신중하다고 표현하더라만은.. -_-;
영화는 당연한 수순대로 브리짓과 마크의 결혼으로 끝이 난다. 거기에 잭도 와서 축하해주고 아이도 예뻐한다. 정말 잭 캐릭터는... -_- 너무 성격이 좋은 거 아니냐?! 머 사실 영화 내용 중에 브리짓이 잭에게 만약 아이의 진짜 아빠가 마크여도 아이를 예뻐해줄 수 있냐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잭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당연한 듯. 브리짓에게 첫 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자기 아이일 수도 있다는 것에 모른 척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한 것인데 만약 자기 아이가 아니라면 이것은 생각할 문제 아닌가?
어쨌든 브리짓 존스의 팬들은 이 해피엔딩에 무척 좋아했을 것이다. 브리짓의 엉뚱 매력도 여전하고, 귀여웠다. 웃긴 장면들도 많고.
그런데 왜 나는 최악이라 느꼈을까. 그것은 브리짓이 아이 아빠에 목 매는 것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만 생각하며 잘 키울 것이라고 브리짓이 말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결국에는 두 남자 중 아이의 아빠는 누구인지가 중심이 되고, 브리짓 자체에는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브리짓의 일에 관한 내용도 분명 나오지만, 그것은 곁다리로 취급되고, 아이 아빠와 브리짓의 사랑과 결혼이 중점이 되어 끝난 것. 브리짓도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아이와 함께 사는 걸 원했으니, 나 혼자 열 내는 거겠지만 말이다. ㅋㅋㅋㅋ
시리즈의 완결로 마크와 아이까지 행복한 결혼으로 끝을 맺고 싶었던 감독이든 시나리오 작가든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브리짓 자체로서의 삶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면 꼭 결혼을 해야 하나? 혼자서 독립할 수는 없나? 아이 아빠가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남자이고 그 남자도 원한다고 하니 당연하지!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굳이 그런 상황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 필요는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잭을 응원하기도 했으니... 그렇지만 나는 영화 보는 내내 너무 불편했다. 브리짓이 좀 더 주체적이었으면 했고, 아이로 인해서 그런 결혼이라는 결과에 들어가는 과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마크하고는 잘 될 수 없었겠네? 물론 아이가 둘 사이를 다시 이어준 기회이자 매개였지만, 아이의 역할이 꼭 그랬어야 하는 부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고...
머 반대로 잭하고 되었으면 어땠을까? 당연히 영화가 그렇게는 안 되었겠지만, 잭하고라면 더 나을지도 모르고 오히려 마크 없는 잭 혼자가 후보였다면 브리짓 혼자 주체적으로 사는 게 가능했을지도 모르고... -_-a 위에도 말했듯이 모르는 남자와의 하룻밤으로 생긴 아이인데 그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겠어? 주인공이 잭인, 로맨틱 영화라면 그랬을수도... -_-a
모르겠다아~!!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쓸데 없이 의미 부여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나에겐 최악의 영화였다. -,.-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 1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변한 까닭이겠지... 이 내용이 12년 전에 나왔다면, 나는 지금처럼 이 영화를 최악이라 표현했을까?
제목
브리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