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개정판이다. 나는 그 전에 사서 이 표지가 아니다. 왠지 아쉬움. ㅋㅋ
편지글 형식의 작품이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스타일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008년에 출간된 이 책은(작가 메리 앤 섀퍼는 이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복부암이라고 하더라. 처음 들은 암이었지만, 암은 역시 무섭다...) 잠시 절판되었다가 독자들의 요청에 2010년에 다시 출간될 정도로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고 스테디셀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1940년 6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는 영국 왕실 자치령 채널제도의 군사적 방어를 포기하는데, 전략상 요충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후, 독일군이 그곳에 있는 건지 섬에 상륙하고 그때부터 건지 섬의 사람들은 독일군, 나치의 감시하에 놓이게 된다. 독일군은 건지 섬을 영국 공격의 교두보로 삼고 이 점령은 1945년 5월 9일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보다 몇 달 빨랐네...) '라고 알라딘 책 소개에 써 있다. -_-;'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독일군의 점령 아래 가축과 식량을 모두 몰수당하고 감자로만 끼니를 이어가던 건지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몇몇 검지섬 주민들이 독일군의 눈을 피해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연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과 여유에 그들은 독일군이 만든 통금시간을 어기고 그들의 검문에 걸린다.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사실대로 말하면 총살이다!) 그 모임 중 한 명인 엘리바제스가 문학회 모임이 있었다는 핑계를 대고 다행히 그 상황을 모면한다.
그러나 이 거짓말 때문에 그들은 진짜로 문학회 모임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이들 문학회의 이름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이 모임에서 멀쩡한 사람은 단 몇 명뿐이고, 나머지 회원은 술에 찌들어 사는 정신과 의사, 말더듬이 돼지치기, 푼수데기, 하녀 등의 사람들 뿐이라고 건지 주민 중의 한 명은 이 모임을 폄하한다. 책을 읽을 때, 이 사람이 어찌나 싫었던지~! 물론 모두 편지로 통해 나오는 간접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형편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학회 같아 보였지만, 문학회가 엘리자베스의 주도로 점점 제대로 모습이 갖춰지면서 형편 없어 보이던 사람들도 변화를 보인다. 책을 통해 그 변화가 이루어진 것. 이들의 이런 모습은 런던에 사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줄리엣 애슈턴과 그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나타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책은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다. 바로 줄리엣과 문학회의 회원 중 한 명인 애덤스가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고(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구할 수 없다며 런전의 서점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애덤스는 줄리엣이 팔아넘긴 헌책을 통해 줄리엣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편지를 주고받게 된 것. 물론 이것은 점령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다. 편지를 통해 이들이 문학회를 만든 이유, 각각의 회원들의 변화 등이 줄리엣과의 편지를 통해 드러난 것(처음에는 애덤스 한 명과 시작한 편지가 모든 회원들과의 편지 주고받기로 확장된다).
줄리엣은 다음 작품의 주제를 찾다가 건지 섬에 있는 문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생각하고, 직접 건지 섬에 찾아간다. 그 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줄리엣의 인생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2부는 바로 줄리엣이 건지 섬에 찾아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점령 때의 이야기, 점령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로 배경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이 책을 읽을 때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점령 당시의 나치들 만행을 폭로하는 우울하고 어두운 얘기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아마 그랬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시대적 배경은 점령당할 때와 그 후의 이야기로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부분이 확실히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전체 분위기는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사람, 그 자체에 집중이 되어 있는 내용이라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게다가 다양한 책들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을(각각의 회원들에게 변화를 주는 책들이다. 책의 위대함이랄까?) 언젠가 다 읽어봐야 할 텐데,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ㅋㅋㅋ
이런 서간체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읽으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런 스타일의 소설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 "키다리 아저씨"가 더 나으려나? "키다리 아저씨"가 너무 애들 취향 같다면 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듯!
서간체 소설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장담한다! 400페이지가 넘지만, 편지글이라서 쉽게 읽힌다. 여주인공 줄리엣을 비롯해서 등장하는 캐릭터들 모두 매력이 넘친다. 특히 약혼자가 있는 런던으로 떠났던 줄리엣의 그 다음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남자 주인공의 성격이 조금만 더 박력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줄리엣이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기에, 그렇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건지 섬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 모두 너무나 매력적이다. 자기 삶을 진취적으로 바꾸어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책을 통해 이루어낸다는 거 자체가 대단하다.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인간적인 매력,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인성이 있었기에 그런 대단한 일도 일어나는 것 같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제목이 좀 길고, 발음도 쉽지 않지만. ㅋㅋㅋ 강추하는 책이다!!
작년(2018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화는 아직 보지 못해서 영화로도 보고 싶긴 하지만 확실히 영화보다는 책!이라는 평이 많아서 일부러 찾아보게 되진 않을 것도 같다. ㅋㅋㅋ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