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 출간한 이 책을 이제는 구할 수 없다. 아쉽게도 절판이다.
이 책은 정말 독특한 소설이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엄청난 염세주의자다. 영원한 행복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우산을 쓰고 다닐 정도다. 게다가 그녀가 하는 일은 포춘쿠키(쿠키 안에 행운의 말이 담긴 쪽지가 들어 있는 쿠키)의 반대인 미스포춘쿠키를 넣은 쿠키를 만들어서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쇼콜라티에 소피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적는 글귀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제의를 받으면 "싫어요"라고 말하라. 그건 그냥 꿈일 뿐이니까.", "어제가 당신 인생의 정점이었네. 미안.", "과거가 어쨌든 당신의 미래는 암울하다.",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여라. 예를 들어 너의 외모 같은 것!", "당신은 지금 무탈하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라.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다!" 등등등, 받으면 행복하지 않을, 기분 나쁠 문장들이다. 그녀는 아침마다 출근하여 이런 글귀 적는 게 삶의 낙일 정도로 염세주의자에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날은 자신의 생일이다.
물론 그녀가 그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9살 생일 날, 그녀는 달콤한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다. 그후, 수양 가정에 들어가서 살았던 그녀는(그곳에서 학대를 받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사고의 원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그녀였기에 생일을 가장 싫어하고,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염세주의자가 된 것이다) 스스로가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컸고, "쇼콜라 드 소프"라는 가게에서 쿠키를 만드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삶은 불행하지 않다는 희망이 살짝 보이는 일이 생긴다. 연인 가렛이 생겼고, 그와의 결혼을 약속하고 그것을 꿈꾸며 자신에게도 행복한 삶이 올 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그가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녀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다. 그녀는 그 전보다 더욱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되었고, 그런 그녀가 만든 것이 바로 미스포춘쿠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불행한 말만 들어 있는 이 미스포춘쿠키가 대인기다. 없어서 못 팔 정도. 세상은 남에게 불행의 말을 전해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소피는 그것에서 묘한 쾌감까지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일방적인 이별 선언을 하고 떠난 가렛이 일 년만에 다시 소피 앞에 나타나 자기에게 변명할 기회만이라도 달라고 한다.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일 소피가 아니다. (이때까지 가렛을 나쁜 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렛에게 소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다!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난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이 가장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만- 떠난 그였지만, 결국 너무 사랑해서 다시 돌아온 것! 가렛의 이야기에 반전이 있다!!) 가렛은 소피에게 얘기만이라도 들어달라고 매달리고, 소피는 그런 가렛에게 자기가 이길 수밖에 없는 내기를 제안한다.
신문에 "행복을 찾습니다"란 광고를 내고 영속하는 행복에 관해 100명에게 그 답을 듣는 것. 소피는 절대적으로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행복이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런데 웬 걸?! 광고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사람들이 그런 행복에 관해 엄청 많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소피는 결국 주변 사람들까지 동원하여 그 편지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그러다가 자신의 9살 때 생일 날 벌어진 사고에 관련된 내용이 있는 편지를 보게 된다.
그 편지의 주인을 찾아가서 만나고, 그 사람 외에도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 탓으로 부모를 잃었다는 그 마음의 고통, 그 짐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또한 가렛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며 그렇기에 자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와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가렛에게 무슨 비밀이 있었는지는 소피가 자신의 일로 자책한 그 날의 사고가 가렛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정도만! ㅋㅋ
꽤 재미있다. 제목의 반어법적인 의미도 마음에 들고 여주인공의 성격도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어렸을 적의 상처를 이겨냈다고 성격이 바로 변하는 게 아닌 것도 좋았다. 미스포춘쿠기도 여전히 만들고 있고~ ㅋㅋㅋ(물론 행운의 말과 덜 행운의 말, 두 가지로 바뀌었지만) 소피가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우연적인 것으로 점철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작위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히 가렛과의 만남은 오히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로맨스의 한축을 제대로(운명이라는 말은 로맨스에서 더욱 돋보이는 거 아니겠음? ㅋㅋ) 담당했다.
이야기 구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때론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내용이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적당한 느낌의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또 너무 드라마틱하다거나 머리를 쓰며 읽어야 하는(추리 소설 같은) 복잡한 소설은 안 내킬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럴 때 읽기에 좋은 내용이랄까? 밋밋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소피의 성격적인 특이함으로 잘 포장한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처음 읽었을 때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났다. "아, 이런 책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나서 책장을 열심히 찾았더랬다. 다 읽은 책들은 책장 하단에 모아두는데, 그 중에서도 한 번 더 손이 안 갈 것 같은 책은 깊숙이 넣어둔다. 그렇지 않은 책을 사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전에는 그런 책이라도 갖고 있었는데, 늘어나는 책들 때문에 다시 보지 않을 책은 중고서점에 하나씩 팔려고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나는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 앞장에 꼭 언제 어디서 샀다고 적어 놓는다. 이것 때문에 새 책 같아도 낮아진 금액으로 팔게 된다. 중고로 파는 거라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그럴 땐 열 받는다.ㅋㅋㅋ- 나는 읽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찾아서 읽을 수도 있기에 안 읽는 책을 내가 굳이 끼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공간적인 문제도 있고;;).
그래서 다시 본 이 책, 처음처럼 무색무취의 느낌은 아니었다(그렇다고 큰 감동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재미와 감동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 위에도 언급했듯이 무겁지 않은 책을 읽고 싶어질 때 간간이 보면 좋을 책. 왜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용이 아니라 제목 때문이었다. "달콤한 불행"이라는 제목이 무엇인가를 보면서 연상 되었고, 이 책을 찾아서 표지를 보고 나서야 아~하고 내용이 살짝 기억이 났다.
내용이 좀 일차원적이라 아쉬웠지만, 살아가는데 영원한 행복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은 마음 먹기 달린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좋았다.
절판이라 아쉽지만, 혹시 읽어볼 기회가 된다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니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느낀 점은, 처음에는 별로라고 느꼈던 것도 한 번 더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