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지난 2월 15일에 개봉한 영화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사건,이라는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들었기에 결과나 내용은 미리 알 수 있어 긴장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긴장감이 넘쳤다.
나는 더욱이 저 사건을 잘 몰랐다. 이런 영화가 있고, 실화라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본 영화였기에 몰입했던 건가 생각해보았는데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같았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우리가 접하는 사건들은 모두 텍스트나 간략한 영상으로 본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 있었던 사실과 진행 방향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만을 알게 된다. 그러니 결과를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이 영화화가 되어 본다고 해도 재미나 감동이 없지는 않는 거다. 실화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도 있을 테고. 더군다나 이 사건이 진범은 따로 있다는 뉴스 외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져서 유명해졌지(난 그럼에도 몰랐지만) 이 사건 자체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어쩌면 재심도 없이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 억울하게 끝맺었을 지도 모른다. 영화가 만들어졌기에 나와 같은 사람도 사건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거기다 나는 별 쓸데 없는 걱정까지 했다. 이 영화는 재심의 결과가 나온 이후에 개봉을 했기에 결말까지 다 알려진 후라 영화 재미가 적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 물론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재심은 결과에 중점을 두지 않고, 사건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왜 10대 고등학생이 목격자 신분에서 살인범이 되었는지, 그 이면에 어떤 음모가 있는지, 그의 억울한 옥살이 후 그의 삶은 어떤지 등의 이야기 말이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별 다른 조사도 없이 바로 현우를 지목하는 형사 쉐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아들을 보러 간 엄마. 정말 김해숙의 엄마 연기는 명품이닷!!
그리고 또다른 축, 그의 억울한 누명을 돕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속물 변호사가 어떻게 진실과 정의를 위해 청년을 돕고 재판을 준비하는지 억울함 때문에 날이 설 데로 선 청년을 어떻게 다독이며 그를 위해 변호하는지의 이야기가 엮어지며 그들의 감정들이 제대로 살아나 영화에 생동감을 준다.
그렇다. 재심은 확정판결에서 부당한 사실인정으로부터 피고인을 구제하기 위해 인정된 비상구제수단이라고 법률용어사전에는 나와 있다. 말이 어렵지만, 한마디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가 다시 재판을 청구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확정이 되어 형까지 언도 받은 판결에 대해서 구제하는 수단이기에 항소나 상고와는 다르다.
속물 변호사로, 그 속물 때문에 부인과 딸과 별거 중인 변호사 준영.
출소 후 엉망으로 살아가던 현우가 준영을 만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일하겠다고 잘렸던 공장(?)에서 다시 일하게 해달라며 빌던 장면.
속물 변호사 준영(정우)은 대형 로펌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인정을 받기 위해 무료 소송 중 하나로 현우(강하늘)의 사건을 이용하려 한다. 명예와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가 억울하건 실제 살인범이든 상관 없이 이길 수 있는 재판을 하려 한다.
그러나 현우를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억울함과 부당함에 죽은 줄 알았던 가슴 속의 정의가 살아나온다. 서로를 믿지 못하던 둘은 점점 서로를 믿으며 재판 준비를 해나간다.
처음에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았기에.
점점 변해가는 준영. 현우의 심경보다 준영의 변화에 더 감동했다.
현우를 억울하게 만든 쓰레기 형사가 방해를 하고, 현우가 이에 폭발하여 스스로 그 형사를 죽이려 하지만 준영이가 이를 막으며 무사히 재판이 진행되고 당연한 결과로 그는 무죄를 받는다. 재판소의 결말 부분은 영화에 나오지 않고, 관련자들이 잡히는 과정과 실제의 일이 자막으로 나온다.
나쁜 쓰레기 형사가 잡혀가는 장면. 이 배우분은 정말 욕나오게 연기 잘하셨다. ㅋㅋㅋ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썩은 검사와 형사의 이야기에 속에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실화다. 믿고 싶지 않은데도 검사들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었달까?
그리고 진실과 정의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꼭 드러난다는 것도.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였다. 중간에 좀 지루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현우와 준영의 심리에 중점을 두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 듯했다.
속물 변호사 준영의 사람과 정의를 향한 변화, 세상이 억울해서 고슴도치 같이 뾰족뾰족했던 마음이 뽑히고 사람을 믿고 세상을 믿게 되는 현우의 변화들은 눈물이 차오르게 한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방영 중인 주말 드라마 중 '아버지가 이상해'의 아버지도 현우처럼 신고하고 다친 사람을 도우려 했을 뿐인데 경찰에게 가해자라고 오해 받아 결국 교도소까지 다녀온 인물로 나온다. 어떻게 저럴 수 있어?라는 분노와 과장 아니야?라는 짜증이 솟구쳤지만, 재심은 10여 년 전, 드라마 속 이야기는 30여 년 전 일이다. 10년 전에도 그랬는데 30년 전에는 더 심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짜증은 가라앉았지만 그 자리에 속상함이 자리 잡았다.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충분히 그랬을 법하다는 생각에.
그래,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뭉클함, 권력을 가진 자들을 향한 분노 등이 복합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제목
재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