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언제부턴가 일명 "순수 문학"(이하 순문학) 은 거의 읽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글에 장르를 갖다 붙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은 추리소설 장르야~"라고 말하기 편하기 때문에 나도 즐겨 장르를 구분하여 말하는 편임에도 말이다(굳이 장르를 나누어서 말하는 것은 이것 하나 뿐이지만).
그렇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책들을 보면 추리 소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 책에 끌린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밝히는 과정, 범인이 밝혀졌을 때의 충족감. 책 읽는 재미다.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말하는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물론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를 말하지만 첫 째는 단연코 저 작가를 말한다. 그의 책이 나오면 무조건 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굳이 장르로 나누어서 얘기하자면 추리소설? 아니다. 그러면 순문학? 글쎄. 순문학이 뭐지? 순문학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대중 문학이라고 부른다.
그럼 장르 문학이 대중 문학이냐? 아마 그렇지 않을까? 대중 문학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장르 문학이 속하는 거 아닐까 싶다. 대중 문학이라는 정의를 살펴보면 예술성이나 작품성이 아닌 상업성에 기반한, 대중의 흥미나 관심에 중점을 두고 쓴 문학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셰익스피어의 글들도 당대에는 대중 문학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그를 순문학 작가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도대체 순문학과 대중 문학의 경계를 나눈다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대중 문학의 대다수가 로맨스, 추리, SF 등이라고 할 때 순문학에서는 저런 소재를 다루면 안 되는 것일까? 모르겠다. 어렵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비평가도 아니니까.
아무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순문학이라고도, 대중문학이라고도 부르는 것 자체는 재미있는 일이다. 누가 말하길, 그는 그 경계에 서 있는 작가라고 했다.
쓸데 없는 말이 길게 나왔는데, 어쨌든 나는 순문학을 20대 때 이후로는 거의 읽지 않았고(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을 대중 문학의 범주로 넣는다면), 점점 읽지 않으면서 순문학 책들은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20대 때 읽었던 대다수의 책들이 순문학이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내가 책을 읽는 재미가 위와 같기에 더욱 그런 소재의 책들만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던 내가 정말 오랜만에 순문학 책을 읽었다. 아는 동생이 공모전에 글을 낸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공모전에도 장르별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그 동생은 순문학 공모전을 말했다. 사실, 거의 대다수의 공모전이(최근에는 장르 공모전도 엄청 많아졌지만) 순문학 관련이기는 하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기웃거리던 서점에서 이 책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 - 수상 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을 보고 냉큼 구입한 것은 순전히 그 동생 영향이다. 물론 그 동생에게 선물하기 위함이기도 했으나 선물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살짝 읽어보고자 한 것도 있었다. 오랜만에.
문학동네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한 "젊은작가상"에 수상했던 작품들 중 7편의 작품들이 실려 있어서, 책 자체는 무척 얇다. 하긴 그렇기에 가격도 싸다. 기존의 책 가격에 비해 반 정도밖에 안 되니까. (젊은작가상은 한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특히,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로 제한하여 선정한다고 하니 이름처럼 젊은작가상은 맞는 듯)
젊은작가상 1회에 수상한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2회 수상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3회 수상 손보미의 "폭우", 5회 수상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 5회 수상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 8회 수상 강화길의 "호수-다른 사람", 이렇게 총 7편이 실려 있다. 문학동네에서 이 공모전을 시작한지가 2010년부터니까 올해로 10회째가 된다(올해 수상이 10회). 그러니까, 7회와 9회, 10회 수상 말고 작년까지 수상한 작가들 중 각 회마다 한 명씩 작품이 들어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대상만을 이 책에 싣지 않았다는 것.
물론 이 책 말고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9)"이 이미 출간되어 있다. 올해에 뽑은 작가들을 보고 싶으면 그 책을 보면 될 듯. 이 책과 그 책(표현하고는... ㅋㅋㅋ)을 세트로 팔기도 한다. 나는 고민하다가 그냥 기존에 나온 수상 작가들 중 선정해서 뽑았다는 이 책을 선택했지만.
음, 우선 오랜만에 읽은 순문학. 첫 소설부터 어려웠다. '저녁의 구애'는 말 그대로 귀찮게 느껴지기만 하던 여자에게 헤어질 말을 하려던 남자가 어떤 사고를 목격하고 갑자기 사랑의 말을 전달한다. 한 번 더 읽어야 이해가 완전히 될 것 같다. 나의 이해력이 떨어진 것일까? 이래서 순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_-;
오랜만에 읽은 순문학, 첫 느낌은 어려웠다,라는 것이었지만. 그 나름의 매력도 분명히 있었다. 앞으로는 순문학들도 좀 읽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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