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검색에서 이미지 발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4년 전이 되어버린 2015년에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내용은 굉장히 흥미있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남자가 이상한 체질로, 매번 다른 사람으로 완전히 모습이 바뀌는 것.
나는 "어? 이거 어디서 본 내용"이라고 생각했고, 6화로 나뉘어진 미국 드라마로 봤다는 것을 기억했다. 당시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봤었는데, 사실은 2012년에 인텔과 도시바가 만든 웹드라마 "The Beauty Inside"였다. 드라마가 맞긴 맞는데, 홍보성 광고 드라마라고 해야 할지... 주인공 알렉스가 매번 얼굴이 바뀔 때마다 노트북으로 자신의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하는데, 그때 쓰이는 노트북이 바로 도시바다.(드라마를 볼 당시는 노트북이 어디 것인지는 신경도 쓰지 않아 잘 몰랐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노림수가~ ㅋㅋㅋ)
게다가 매번 바뀌는 얼굴의 주인공들은 실제 소비자들의 셀프 영상이었던 것. 더군다나 이 영상은 칸 광고제 소셜 필름 그랑프리를 받았다고 한다(광고도 상을 주는 줄 몰랐네. ㅋㅋ). 당시에는 그냥 독특하면서도 미드답지 않게 짧은(시간도 굉장히 짧다. 6편 다 봐도 3시간이 채 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짧게 보고(아쉬웠던 드라마였다. 끝이 이게 뭐지?하면서) 잊혀졌는데, 2015년에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뷰티 인사이드" 홍보 내용을 보고(영화를 보진 않았다. 이상하게 안 끌려서...) "엇! 이 내용은!!" 했더랬다.
당시에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고 알려졌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작년 10월에 방송해서 11월에 끝난, 방송 기간 내내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 대해, 이 드라마의 원작이 영화 "뷰티 인사이드"라는 글이 대다수라 씁쓸함이 생겼다. 드라마가 기본 포맷으로 생각한 게 영화 "뷰티 인사이드"라고 해도, 그 영화는 엄연히 원작을 각색한 것인데 말이다.
뷰티 인사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발췌
어쨌든, 나는 끌리지 않아 보지 않았던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몰입해서 봤고 너무 재미있어서 주변에 안 보는 사람들에게 마구 홍보까지 해댔다. "꼭 봐. 완전 재미있어!"
드라마의 설정은 주인공이 한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만 모습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것도 유명 영화배우 한세계(서현진 역)라는 여자 주인공이. 벌써 여기까지만 해도 극적이다. 늘 남들의 이목을 받는 여배우가 매달 일주일마다 얼굴이 바뀐다니, 촬영은 어떻게 하고, 생활은 어떻게 하지? 호기심이 동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나 위기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되면서. 특히 원작인 남자가 아닌 여자로 성별을 바꾼 것은 드라마를 다 본 후 더욱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설정.
한세계는 자신의 이런 체질 때문에(스무살,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갑자기 생겨난 체질이었다. 그날 자신이 갑자기 변해버린 충격에 거리를 헤매다 차에 치일 뻔한 그녀를 누군가가 구해주었었다) 촬영에 충실하지 못한(아무래도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은 한세계로 있을 수 없으므로) 세계는 늘 계약 조건으로 "한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은 무조건 쉰다"는 조항을 넣는다. 이것 때문에 촬영을 원하는 역을 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자신의 그런 처지를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이해도 하지만, 그럼에도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었던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서 한 방에 가득 걸어놓는다. 다신 만날 수 없는 자신이었던 사람들을.
그녀의 이런 체질 때문에 촬영에 충실(?)할 수 없는 점과 그녀의 집에 남자들이 드나든다거나 아이가 있다거나 하는 소문, 스캔들이 끊이지 않아 가히 호감형 연예인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연기는 정말 잘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소문의 남자들이나 아이는 모두 한세계가 변했을 때의 모습들. 그렇기에 세계는 그런 소문을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도 아니고, 신경 쓰다 보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한세계.
이 역을 서현진이 하지 않았다면 왠지 끔찍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한세계는 서현진 그 자체였다.
역시 정통 멜로보다는 로맨틱코미디가 더 잘 어울리는~!
그런 그녀가 광고 모델로 있는 항공사 본부장 서도재(이민기 역)를 만나면서 꿈꾸지 못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항상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썼던 그녀에게 그는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선호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선호그룹의 핵심인 티로드 항공사의 실세인 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능력 있고 외모 뛰어난 서도재는 부족할 것 없을 금수저다. 그런 그에게 너무나 커다란 흠이 생겼다. 결코 밝혀서도, 밝혀져서도 안 되는(아~ 재벌 3세는 의외로 적이 많구나. 도재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도재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것은 바로 안면 인식장애. 안면실인증이다.
한창 창창할 나이, 20대 중반의 그는 아버지를 만나러 파리를 갔고 거기서 사고를 당할 뻔한 어느 할머니를 구했다. 자신과 같은 동양계 할머니를(한국 사람인지를 알았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 사고 이후 그는 모든 것을 잃는 듯했으나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굳건히 서 있다. 그 누구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 채, 사람의 행동, 목소리, 헤어 스타일, 발소리 등으로 분간하면서.
서도재.
전작인 '이번 생은 처음이라'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비판하는 글도 봤는데,
나는 똑같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 역보다 이 역이 더 잘 어울렸고,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이런 재벌 3세 역도 잘 어울릴 줄이야~ ㅋㅋㅋ
스캔들 메이커인 한세계와의 광고 모델 건을 취소한 도재. 그녀가 누구건 상관없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까. 그녀 때문에 회사에 지장이 있다면 자르면 그만. 그러나 직항이 없는 노선을 대한민국 항공사 최초로 취항하기 바로 직전의 순간에, 코드셰어를 하기로 한 외국 항공사 대표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자기 딸이 너무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한세계라고, 만나게 해줄 수 있냐고.
도재는 다시 한세계와의 계약을 진행하고(우여곡절 끝에), 그를 만나는 자리에 데려간다. 그런 일을 시작으로 일 때문에 둘이 만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세계는 도재의 비밀을 알아챈다. 도재 역시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계약 연애도 하고, 그 계약도 파기하고(실제로 안 만나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만 그렇게 알린 것)그렇게 둘은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을 따라 서로 좋아하고 사랑한다.
이 커플과는 또 다른 커플도 이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했다. 사제를 꿈꾸는 법대 출신 프리터(일본에서 생겨난 합성어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으로 만든 신조어로 1987년에 일본에서 처음 생겨난 말이다. 일정한 직업 없이 여러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류은호(안재현 역)와 서도재의 동생 강사라(이다희 역)의 사랑 이야기도 꽤 흥미진진!
오랜 꿈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남자, 류은호.
라이벌 신을 물리치고 사랑을 쟁취한 여자 강사라. ㅋㅋ
강사라는 그녀의 아빠와 도재의 엄마가 재혼하여 생긴 피 안 섞인 남매로, 서도재가 안면 실인증에 걸린 이후 가족이 되어 서도재는 그녀의 얼굴을 모른다. 그리 오랜 가족 관계를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도재는 꽤 그녀를 동생으로 아낀다. 그녀가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을 알면서도.
사라는 자신을 늘 무시하는 오빠 도재를 이기기 위해 애쓴다. 악역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여서일까? 상당히 귀여운 캐릭터다. 오빠가 자신을 무시한 게 아니고, 안면 실인증 때문에 못 알아봤던 것이라는 것, 사실은 오빠 나름 자신을 챙겨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빠의 자리를 노리는 놈들에게 한 방 먹인다.
사제가 되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도 연하인 것을 알면서도, 결국 그를 좋아하게 되는 강사라. 류은호 역시 강사라에게 이끌려 사제가 되려는 꿈을 놓는다. 류은호를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강사라다. 꽤나 멋지다. 류은호의 부모에게 류은호를 자기에게 달라는 당당(?)한 고백까지 하는. ㅋㅋㅋㅋ
드라마에 갈등이 없으면 안 될까? 결국 한세계는 서도재의 아픔인 안면 실인증에 걸리게 한 그 사고의 원인이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고, 도재에게 이별을 고하고 연예게 은퇴까지 한다. 자신의 그 체질을 감당할 수가 없다. 도재는 세계를 다시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안면 실인증을 고치기 위한 수술을 감행한다. 떨어져 있은 지 1년이 지난 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세계에게 찾아온 도재. 도재는 그녀를 다시 그녀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이끌고 둘만의 언약식을 하며 드라마는 끝난다. 재미있는 것은 둘이 다시 만나 더욱 사랑할 때, 세계 때문에 도재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자를 만난다거나 하는 식의. 아니면 세계가 도재를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거나. ㅋㅋㅋ
이 드라마는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을 무척 밝고 경쾌하게 그렸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 물론 세계의 엄마가 죽었을 때나 도재와 세계가 극 말미에 헤어졌을 때는 슬펐고, 우울했지만.(세계의 엄마가 죽었을 때는 나도 펑펑 울었던 것 같다. -_ㅠ)
특히, 발암 캐릭터가 없어서 좋았다. 몇몇 진상 캐릭터들이 있긴 했으나 너무나 시원한 사이다로 날려버린다. ㅋㅋㅋ 재벌가라고 엄마(나영희 역)가 연애를 마구 반대한다거나(처음엔 그랬으나 나중에는 제발 만나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다 결국 둘이 헤어진 이후 수술을 마치고 온 도재가 다시 만나겠다고 말할 때도 도재를 이해해준다. 멋진 엄마 캐릭터!) 하는 그런 것도 없다.
도재의 엄마 임정연.
그녀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런 역할도 하다니!
의외의 발견?!
사고 이후 안면 실인증인 도재를 지금까지 옆에서 보필한 비서 정주환(이태리 역)
세계의 비밀을 알고 곁에서 함께한 친구 유우미(문지인 역)
한세계, 유우미, 류은호는 매우 친한 사이다. 세계의 비밀을 함께 공유하고 힘이 들 때마다 도와준다.
나는 이 둘도 로맨스가?라는 즐거운 상상을 했지만, 전혀~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로 끝났다.
유우미는 청첩장까지 돌렸지만, 애인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ㅋㅋㅋ
게다가 드라마에 나오는 재혼 가정, 흔히 갖고 있는 남여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 대한 것도 평범함을 넘어서서 좋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재벌가라면 의례 자식의 연애를 반대부터 하는 모습이라거나 재혼 가정, 그것도 재벌가의 재혼임에도 피 한방울 안 섞은 손녀를 위하는 모습이라거나(당연히 계모의 모습도 없다) 강사라와 류은호의 성별이 바뀐 듯한 모습(이것 역시 고정 관념이겠지?) 모두 신선했다. 류은호는 강사라의 집에서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나 그것을 부끄러워 한다거나 하지 않고, 강사라 역시 남자가 그런 일을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그 남자가 류은호라는 사실에 신경이 쓰일 뿐.
어쩌면 강요된 남여의 당연한 역할이 나중에는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때는 남자가 집안 일을 하건 여자보다 카리스마가 없건,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세건 요리를 못하건 그런 역할을 논한다는 자체가 구시대 유물이 될지도... 여자, 남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의 성격이나 가치관, 운동 신경, 적성 등의 문제인 것이다. 기본적인 뼈대가 남자보다 여자가 약한 것은 맞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타고난 성별의 신체 조건 차이가 아닌 강요된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음, 삼천포에서 다시 돌아와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겉모습, 외모라는 것에 여러 생각을 했다. 서도재는 한세계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할 것이라 말했다. 설령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여러 장애가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한세계를 선택할 것이라고.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듣기에 이보다 로맨틱한 말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얼굴이 안 보이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비뚤어진 생각이 들었더랬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다면 얼굴 뿐만 아니라 신체의 모든 부위가 할아버지 그대로일 터. 얼굴이 안 보인다는 하나만으로 그런 말을, 그런 결심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질투냣!! ㅋㅋㅋ
영혼은 그대로인데 몸이 바뀌는 소재는 정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럴 때 외모가 아닌 그 안의 내면, 영혼을 사랑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매번 어렵다. 껍데기 뿐일지도 모를 겉모습이라도 그게 결국 그 사람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자 그 사람 자체이기도 하니까.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도 사랑할 수 있냐"는 물음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 뭐, 그럼에도 결국 사랑한다면 바뀐 겉모습까지 포용하면서 더욱 사랑하는 해피엔딩이겠지.
아무튼 최근에 본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중 최고다. 역시 로맨틱코미디는 유쾌해야 하고,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