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1945년, 아직 조선은 일제강점기의 시기. 해방은 먼 일인 듯한 때.
조선인들을 속여(일본에서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말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군함도(하시마 탄광이라는 곳에서 조선인들을 부려먹는 곳)에서 노동을 착취하는 일본, 거기서 일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군함도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이기도 하다.
몇년 전에 무한도전을 통해 처음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일본이 이런 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까지 한(자신들의 악행은 다 숨기고, 일본 근대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나 어쨌다나 한 이유로 등재시킨 미췬 일본) 사실 또한 늦게 알았다.
더 웃긴 것은 일본이 유네스코에서 군함도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여서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940년대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한 사실과 그 시설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안내 센터 등을 만드는 걸 말이다. 화가 나는 것은 그곳에서 강제 노역한 미국인 포로와 중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사과했지만 조선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없었던 것.
나는 이래서 일본이 싫다. -,.-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름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앞에서 웃고 있으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나는 정말 일본이 싫다. -_-;;
이 영화는 이 군함도가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영화다. 물론 영화니까 허구도 분명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니 영화 속에 표현되는 역사 허구는 이해하고 넘어간다. 나중에 제대로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본다. 군함도라는 곳이 어떤 장소였다는 역사적 사실의 인지만으로도 큰 역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대했고, 보았으며, 실망했다.
기대했기에 실망했나? 그것은 아니었다. 내 기대는 가슴이 마구 두근두근하면서 이 영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라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에 해당은 안 되는 것 같다.
영화 자체의 이야기와 연출, 편집, 완성도 모두가 별로였다. 주제는 뭐지?
군함도에는 강제 징용되어 천 미터에 이르는 해저 갱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채굴 작업에 동원된 조선인들이 있고, 그곳에서 상주하는 일본인들의 거주 지역이 있었다. 일본놈은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노동에서 도망치다가 죽고, 채굴하다가 죽고, 영양실조로 죽기도 했을 정도로 열악한 곳에서 노동을 시켰다.
이런 곳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에서 군함도가 어떤 곳인지는 잘 드러났다. 다만 서사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실망했던 것.
군함도에는 강제 노동을 하다 죽는 일들이 발생하고 울분에 찬 조선인들을 다독이는 정신적 지주 윤학철(이경영, 도대체 안 나오는 곳이 없어. -,.-)이 있다.
그곳에 여자 좋아하고 처세를 잘 하나 악하지 않은 악단장 강옥(황정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깡패 칠성(소지섭), 위안부로 온갖 고생을 한 말년(이정현) 등이 새로이 군함도로 와서 강제 노동 및 유곽 생활을 하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크게 나누면 강옥과 그 딸의 이야기, 칠성의 이야기, 광복군으로 윤학철을 구출하러 오지만 조선인들 모두를 구하려는 박무영(송중기)의 이야기로 나뉘면서 합쳐진다.
강옥은 처세의 달인답게 탄광 강제 노역을 하다 딸 덕분에(딸도 그 어린 나이에 유곽에서 큰 일 치를 뻔 했으나-일본놈들은 나이도 안 따지냐!! 여기선 정말 분노가 솟았음- 아버지를 닮았는지 기지를 이용해 유곽 생활에서 벗어난다) 일본놈들을 즐겁게 해주는 악단 생활을 하며 다른 조선인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생활을 한다. 열악한 거주지가 바뀌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것이나 중노동의 일에서는 해방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칠성의 이야기. 머랄까, 칠성의 이야기 때문일까? 칠성의 캐릭터가 개연성 없이 붕 뜬 느낌이다. 이야기의 중심 중 하나일 듯한데 편집의 문제인지 정말 의도했는지 캐릭터가 살지 못하고 죽은 것. 나쁜 놈이 되려면 아예 그렇게 되던가 그러다 여자 때문이건 뒤늦게 찾아온 애민 정신 때문이건 변화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보일 수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
깡패였던 칠성은 같이 일하는 조선인들과 특별한 유대 관계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조선인들에게 특별히 나쁘게 구는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었다. 마지막에 말년이와 탈출하려고 조선인들을 공격하는 일본인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은 어이가 없었다. 조선인들을 구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사실보다 칠성이 캐릭터가 보여준 캐릭터의 애매모호함과 개연성이 없는 전개였기 때문이다.
서사가 너무 약하니 인물간의 개성과 관계가 죽어버렸다. 그래서 전체 이야기가 큰 맥락은 분명 있지만 뭔가 어수선하다. 강옥과 무영은 서로 돕게 되지만 세 축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붕괴하니 저 캐릭터는 머야?! 싶은 생각이 드는 것. 칠성이 캐릭터가 원래 비중이 적었다면 소지섭이라는 배우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 관객들은 아무래도 기대를 하게 되니까. 먼가 중요한 역을 할 거야, 라고 말이다. 마지막에 조선인들을 구하기 위해 일본인들과 전투를 벌이는 중요한 역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앞 내용이 없다. 그렇다보니 그 중요한 역도 크게 부각되는 느낌이 안 든다.
다른 캐릭터들은 전형적인데(반전 인물 역시도. 첨부터 저 사람이 착한 역이라고? 의심을 했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 반해 칠성은 변화의 폭이 넓었고 이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덜 지루했을 듯!
영화 후반부의 이야기는 강옥과 무영 중심으로 흐르는데, 솔직히 강옥보다도 무영에게 좀더 포커스가 맞춰진 느낌이다. 편집의 힘인지, 정말 그렇게 촬영했는지 모르겠지만, 실망이었다.
영화 곳곳에 지루함이 흘렀고 긴장감도 없었다. (영화 말미, 탈출하다 걸려 싸우는 장면조차!) 일본놈들의 만행도 딱 우리가 많이 접해서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수준이었고(어리디 어린 애를 성노예로 이용하려 한 것에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친일파들도 마찬가지.
다만 친일파는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저럴수가! 같은 배신감이 작용해서 일본놈들보다 더 감정적으로 크게 부각되어 느낀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감독이 의도했다면 성공이다.
결정적으로 신파까지 있어주시고! 강옥과 딸의 이야기는 분명 감동을 주기 위한 축이었던 것 같지만 과했다. 마지막의 그 신파는 정말이지!!
덕분에 군함도라는 우리나라 비극적인 역사의 한 곳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들기보다 이런 소재와 주제로 이렇게 밖에 못 만들었나?! 싶은 생각만 들었다. 마지막에 일본군들과 싸우는 장면도 스펙터클의 스도 안 느껴졌다.
애국심으로, 우리의 역사 중 군함도라는 곳을 한번 더 각인하기 위해서라면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지만 영화 그 자체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비추하고 싶다.
내 의견일 뿐이다! 다만 영화에 대해 욕 하려면 꼭 영화를 제대로 보고 했음 좋겠다. 그런고로 나는 당당하다. ㅋㅋㅋㅋㅋ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