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처음 나온 단행본 이미지는 이게 아니었는데,
너무 오래 전 책인지 그 책 이미지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이 표지 이미지보다는 그 전이 나았는데... ㅠㅠ
이 책은 시공사에서 1999년에 나왔다. 지금은 절판이다. 그 보다 훨씬 전에 나온 곳은 예전 순정만화 잡지 '나나'에서 나온 단행본이었는데, 2권까지만 나오고 3권이 안 나왔더랬다. 그후 시공사에서 3권 완결로 나온 것.
나는 운이 좋아서 그 옛날 순정만화 잡지 '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는데(잡지가 발행하고 그리 오래지 않아 폐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발행 후 폐간까지 5년 이하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금은 보고 싶어도 못 본다. 누가 과연 그 잡지를 모아서 지금까지 갖고 있을까? 갖고 있다면 연락 좀~!! 꼭 보고 싶습니다!!
그 잡지에 연재되었던 많은 작가의 작품들 중 강경옥의 '펜탈+샌달'은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을 통해서 강경옥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나에게 '나나'라는 잡지는 국내 순정만화 작가들을 처음 알게 되고 접할 수 있었던 보물창고 같던 책이었다. 만화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기도 했다. 그 어린 나이에 조르고 졸라서 매달 '나나'를 볼 수 있었던 행복감은 지금은 못 느낄 것 같다(지금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좋았을 거다!!).
암튼 역쉬 조르고 졸라서 이 작품의 단행본을 가질 수 있었다. 2권까지만. 3권을 본 기억이 없는 걸 보니(잡지를 통해서 작품을 끝까지 다 봤지만, 너무 좋아해서 단행본을 갖고 싶어했던 듯) 잡지가 폐간되면서 3권이 출간 안 됐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3권의 존재 자체도 잊어버리고(갖고 있던 책 2권도 어느 사이에 사라졌고. 어디 갔지?!) 시공사에서 새로 나온 것조차 몰랐으니... 어렸을 때와 달리 커가면서 질풍노도니 학업이니 하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그쪽과 상당히 거리감 있게 살았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도 같고. 그럼에도 이 작품의 다음 권 출간을 잊고 살았던 것은, 좋아했던 마음이 생각보다 얄팍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이 책을 보았다. 어느 만화 카페에서. 우와아. 그때의 반가움이란!! 물론 내 기억 속의 1~2권 표지의 단행본은 아니었지만, 1~3권 완결로 나와 있는 책을 보면서 헤어졌다 다시 만난 친구를 본 것 같았다.
어렸을 때 봤었는데도 내용도 어느 정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고.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예전 표지 이미지를 구할 수가 없음. 불펌은 하면 안 되잖음? ㅜㅜ)
별을 좋아해서 별 보기를 즐기는 소영이는 이 날도 다른 날과 같이 옥상에 올라가 좋아하는 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주선 안으로 쏘옥 빨려들어가,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한다!(20년도 더 된 이야기니 지금 생각하면 엄청 황당하겠지만 그땐 보면서 오오! 했었을 거다. 분명. -_-)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거나 난리법석을 떨만한 일인데도 주인공 소영이는 잘생긴 외계인 두 명을 보고 좋아한다. 와, 그땐 이 소영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나이가 든 후 다시 본 소영이라는 인물에 반했다. ++ 크크크크.
이 잘생긴 두 명의 외계인이 소영이를 납치한 이유도 진짜 웃겼다. 감자를 닮은 감자별(이라고 소영이는 부른다. ㅋㅋㅋ)인 펜탈의 왕자 에페와 그 에페와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나 초능력을 갖게 되고 왕자와 친구가 된 훼릴(주인공이닷!)이 소영이에게 급하게 에펠의 임시신부감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
펜탈 옆에 있는 고구마를 닮은 고구마별(이라고 소영이는 부른다. ㅋㅋㅋ) 샌달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 에펠이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에 급하게 임시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지구로 갔다가 옥상에 있는 소영이를 보고, 납치를 해버린 것.
소영이는 이 부탁에 응해주면서 희한한 조건을 내건다. 그것은 모든 일이 다 끝난 후, 지구로 돌려보내줄 것, 방학숙제 해줄 것 이 두 가지였다. (아, 너의 멘탈, 내가 진심 갖고 싶다!!)
그렇게 계약(?) 체결 후, 소영이는 에페의 신부로 펜탈성으로 향한다. 알고보니 에페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순정만화의 그런 삼각관계가 아니어서 좋았다. ㅋㅋ).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에페, 은근히 우유부단하다. -_-)
자, 앞에서 에페와 훼릴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에페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이상형과 성격으로 보인다는 것(우성인자의 초능력을 가졌다). 그에 비해 훼릴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자신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열성인자의 초능력을 가짐). 그렇기에 훼릴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본인도 그것을 알기에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자긴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그러니 소영에게 비추는 에페는 소영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로 보이고, 훼릴은 싫어하는 스타일의 남자로 보인다(다행히 외모까지는 아닌 듯 하지만. 외모까지 그랬다면... 음.. -_-a).
이 만화, 상당히 웃기다. 심각하지 않다. 여자주인공 소영이의 성격만 봐도 답이 나올 터(보다보면 여주가 대머리가 되는 장면도 나온다. 푸하하하하). 개그 만화라고 해도 인정할만큼, 재미있는데 그럼에도 그 속에 저런 철학적인 부분이 숨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당연히 자신의 이상형을 좋아하게 될 터이나 소영이는 훼릴을 좋아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이 싫어하는 단점만 보이는 훼릴을 소영이도 적대감을 갖고 대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의 이면에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함이나 강한 책임감, 자신을 보호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게 된 것. (여주로써 최고점이닷!! ㅋㅋㅋㅋ)
훼릴은 소영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뼘 성장하게 된 것.
만화가 전체적으로 훼릴 빼고는 모두 약간씩 1% 모자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 같다. 샌달성의 하워드 왕이나 펜탈성의 지젤(에펠의 아버지) 등, 어떻게 보면 정상처럼 보이는(정상의 기준은 뭐냐!라고 한다면, 사실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다. ㅋㅋㅋㅋ) 인물이 적은데, 그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보다 꽤 유쾌하다. 게다가 3권 완결이니 더더욱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고구마 전개도 없다.
펜탈성과 샌달성에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좌충우돌하는 소영과 그녀를 보호하려 애쓰는 훼릴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 지구로 가기 전에 소영이 훼릴에게 고백하는데, 그 대사도 참 좋았다. "자신의 싫은 점을 알게 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야"라든가(이 대사가 맞는지, 이때 했는지 정확하진 않다. 그냥 넘어가자. ㅋㅋㅋ) "난 널 좋아해. 동정 아니야. 에페도 너의 사촌 동생도 널 좋아해. 어차피 모든 사람이 다 널 좋아할 순 없잖아." 등이 기억에 남아 있다(정확하진 않더라도...).
나 역시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받기 보다 좋은 사람이길 바라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은연 중에,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신경 쓰면서 살다 보니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날 좋아할 수 없다고 막가는 대로 행동해서도 안 되겠지만(그건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상식적인 부분을 잃은 거니까), 너무 사람들에게 자신을 무조건 낮추고 죽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읽고 과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을까 싶지만(훼릴을 좋아하기나 했을지... -_-;;), 지금 많은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좋은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하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다!! ㅜㅜ
강경옥 작가의 팬들은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해 잘 표현한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작품의 개그 코드에서조차도 그런 부분들을 발견하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정말 진지하게, 제대로 깊이 있게 다루는 만화라면 얼마나 그런 부분을 파고 들면서 표현할까?(하지만 결말이 행복하지 않다면 보고 싶지 않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인 '별빛속에' 같은 작품. 슬퍼!!)
결말은 당연히 해피엔딩!!! 강경옥의 다른 작품들도 보았는데, 나는 이 작품이 제일 좋다. 왜? 해피해피하니까~ ㅋㅋㅋ
에페 왕자는 좋아하는 투이스 공주(샌달성의 공주닷! ㅋㅋㅋ)와 결혼하고, 샌달과 펜탈은 평화협정을 맺었으며, 훼릴은 지구로 돌아가서 기억을 잃은 소영이 앞에 나타난다. 훼릴을 보고 기억을 찾은 소영!(이런 기억상실 칭찬해~ ㅋㅋㅋ) 훼릴은 원하는 만큼 자유로이 소영이를 만나러 지구로 올 수 있게 되었다며 소영이에게 말하고, 소영이는 그런 훼릴을 껴안으며 끝난다. 크흑~ 좋아, 좋아. 나까지 행복해~
가볍지만 나름 생각할 거리를 주는 펜탈+샌달, 볼 기회가 된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보기가 그리 쉽진 않겠지만... 크흑;; 아쉽다!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