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덩케르크다. 실화를 다룬 전쟁 영화라는 것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는 내용을 전혀 모른 채 극장에서 혼자 봤다.
잠시 쉬던 군인(영국군)들이 갑자기 날아오는 총탄과 미사일(? 바주카포? 맞나?)에 혼비백산 도망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재미있는 점은 공격하는 측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공격당하는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고, 단 한 명만이 운 좋게 아군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그 군인은 해변에 잔뜩 줄 서서 모여 있는 군인들쪽으로 향한다. 배를 타기 위한 잔교 위에도 많은 군인들이 모여 있다. 이 군인은 다친 병사들 먼저 배로 옮겨진다는 것을 알고, 다른 군인(아군이라는 것만으로도 말 없이 물을 나눠 마신 사이)과 함께 들것에 실려 있는 다친 군인의 들것을 들고 배로 향한다.
결국 들것에 실린 다친 군인만 배에 타고 이 두명의 군인은 타지 못한다. 몰래 잔교 아래로 내려가서 타려는데, 이들이 타려던 수송선이 적의 공격에 침몰한다. 해변에서 두 명의 군인은 어떻게해서든지 배를 타고 독일군에게 포위당해 언제 공격당해 죽을지 모르는 해변(이곳이 바로 프랑스 지역인 덩케르크다)에서 벗어나고자 갖은 애를 쓴다.
그리고 영국의 어촌 마을 부둣가. 나라에서 군인들을 데려오고자 배를 착출하고 있다. 그 중 한 선박의 주인은 본인이 직접(아들과 함께) 군인들을 데리러 간다. 그때 함께 있던 아들 친구도 같이 가게 된다.
덩케르크를 향해 가다가 침몰선 위에 혼자 살아 있는 군인을 구출한다. 그 군인은 충격을 받았는지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덩케르크로 가려는 것을 알자, 막고자 한다. 그곳에 가면 무조건 죽는다고. 거기서 겨우 탈출했는데,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 말이다.
난리를 치는 군인을 막던 아들 친구가 계단 아래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히고 결국 나중에는 죽는다. 후에 신문에 영웅으로 보도된다.
이번에는 하늘이다. 다시 돌아올 기름만 남기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갔다오라는 명령을 받은 세 명의 공군. 덩케르크로 향해 가던 세 대의 전투기 중 한 대는 적의 공격에 시야에서 없어진 상태다.
2대의 전투기들이 덩케르크로 향해 가다, 다른 한 대도 적의 공격으로 바다에 빠진다. 그때 덩케르크로 향해가던 아버지와 아들, 정신 나간 군인이 탄 배가 이를 발견하고 그 군인을 구출한다. 나머지 한 대의 전투기만이 덩케르크로 향해가고, 거기서 잔교에 있는 군인들을 공격하는 적기를 공격하여 바다에 빠뜨린다. 한 대의 전투기를 모는 공군은 돌아갈 기름이 없음에도 덩케르크의 상황을 보고 결국 돌아가지 않고, 한대의 적 전투기라도 더 공격해서 없애기로 한 것이다.
다시 해변에 있던 군인 시점. 겨우 다른 배에 타고 탈출을 시도하던 두 명의 군인과 다른 군인들이 적군의 공격에 배가 침몰하고, 거기서 빠져나오던 군인들이 도움을 받은 배가 바로 그 아버지와 아들이 탄 배다.
아버지와 아들이 탄 배를 비롯하여 많은 배들이 덩케르크의 해변으로 모여들어 해변에서 마냥 구출되기만을 원한 군인들을 태우고 다시 영국으로 향한다. 한 대 남았던 전투기는 기름이 다 되어 사람이 없는 해변에 불시착하고, 그곳에서 적들에게 잡힌다.
그리고 2명의 군인 중 한 명은(알고보니 프랑스 군인이었다) 배에서 결국 탈출하지 못하고 죽는다. 다른 한 명의 군인만이 배에 구조되고 무사히 영국에 도착한다.
이렇게 덩케르크에 있던 영국군 30만이(20만인가? -_-;;) 구출되어 무사히 조국의 땅을 밟는 사상초유의 탈출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덩케르크는 전쟁씬이 없다. 오로지 공격 당할 뿐이다. 오직 하늘에서의 전투기 격추씬만 있을 뿐이다. 무조건 탈출하려는 군인과 그들을 구하려는 일반 시민과 전투기 조종사의 시점으로 교차되어 나온다.
그 외에는 없다. 그리고 무사히 30만(20만일지도;;)을 구출했다고 신문에 대대적으로 이 구출에 대한 이야기가 1면에 대대적으로 나온다. 이때 내가 느낀 것은 전쟁에서의 승리가 무조건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자국의 군인들을(그것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군인들을) 구출한다는 것도 승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쟁씬이 없어서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다.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에는 교차 편집되어 나오는 시점에 뭐야, 이거? 했었다. 보다보니 아, 세 가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나,하면서 오히려 그것이 더욱 몰입해서 보게 만든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로 치고박는 스펙타클한 전쟁씬이 없었음에도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영화였다. 그런 장면 없이(물론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장면이 있지만) 긴장감을 느끼고 저들이 모두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영화 보는 내내 빌었다.
전쟁 영화를 이런 식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했다. 어느 누군가가 주인공이 아니다. 비록 포스터에 나온 인물이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군인이 꼭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이 영화는 굳이 주인공이 따로 없다고 해야 할까? 그냥 살기 위해 애쓰는 군인이 있고, 자신이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적 전투기를 한 대라도 더 없애고자 하는 군인도 있고, 군인이 아님에도 자신의 배로 자국 군인들이라는 이유 하나로도 살리고자 전쟁 지역까지 가는 일반 시민들이 있고, 자신이 살고자 국적을 따지며 같은 편 군인임에도 배척하려는 군인도 있는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드러났다. 그냥 군인들의 전쟁 지역 탈출기라고 할 수도 없는, 누군가 단 한 명의 힘이 아니라 살고자 하고, 살리고자 하는 그 마음으로 그 많은 군인들이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정말 수작이라고 느꼈다. 정말, 잘 만들었구나.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