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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3월 15일부터 시작해서 5월 24일, 총 11부작으로 끝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삼시세끼의 명콤비 차승원과 유해진이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밥을 해 먹던 '삼시세끼'에서 하숙으로 변경된 콘텐츠로 다시 등장했다. 정말 반가웠다. 게다가 이들이 스페인에서 하숙을 한다고? 그게 가능해?라는 생각에 방송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할 사람으로는 모델 겸 배우 배정남. 예능감을 뽐내고 있던 터라 명콤비와 꽤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정말 잘 어울렸다. 특히 주방 보조라서 거의 차승원과 함께 했는데(이들은 장 보러 나가는 것 외엔 늘 주방에 있다. ㅋㅋㅋ), 유해진과 함께 하는 장면이(접점이 밥 먹을 때와 서빙할 때 말고는 없어서) 별로 없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였다. 유해진의 설비부(ㅋㅋㅋ) 보조로도 꽤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왔을 것 같다. 물론, 그 보조 역을 PD들 중 한 명이 했는데(아마도 막내일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빠악 들었다. ㅋㅋ) 유해진과 그 PD와의 조합이 의외로 웃겨서 정말 재미있었다.
하숙이라는 것을 어떻게 운영할까 싶었는데, 꽤 잘 하더라. 자신이 맡은 부분들만 딱딱하니 충돌하거나 갈등이 일어날 일도 없었다. 너무 조화롭게 하숙을 운영하는 것을 보니 역시 명콤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하숙을 한다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일 터. 그래서 스페인 순례길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서 아주 작게 운영을 했으리라.(하숙을 하는 건물 자체는 엄청 컸지만, 이들이 순례객들을 위해 사용한 곳은 방 2개와 식당뿐이었다) 게다가 순례객들이 거의 없는 계절인 겨울이었으니, 그나마 하숙 운영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연예인들이 순례객들을 상대로 하숙을 운영하는데, 그런 저런 일을 생각 안 하고 했을 리는 없겠다.
방송을 다 보고, 꽤 긴 여운이 남았다. 재미와 감동 모두를 다 잡았다. 보기 전까지는 은근히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주요 장면들이 요리부가 주방에서 요리하고, 장 보고, 설비부가 이것저것 만드는 것이었는데도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나이대의 순례객들이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들은 정말 큰 감동을 주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마을 초입에 한글로 '스페인 하숙'이라고 쓰여 있다. 나 같아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숙으로 가서 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있는 외국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너무 좋았다. 한국 음식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그 포용성이나 대화하는 것들을 보면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결국은 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고, 서로의 생각과 사상이 다를 지라도.
이 방송에서 엄마보다 몇 살 적은 분이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또 다른 외국인 분도 60세셨는데, 혼자 걷고 있다 했다. 또 어떤 외국인 분은 처음에 순례길을 걸을 때 2달이 걸렸다고 했다. 순례길은 다양한 국가에서 시작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프랑스와 스페인 두 곳이 있는 듯하다. 방송에 나오는 순례객들의 시작점 대다수가 두 곳이었다. 특히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하면 순례길의 마지막, 대성당까지 800km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길이다. 하루에 20km씩 꼬박 걸어야 한 달 걸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종교적인 의미로 시작한 순례길이겠지만,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걷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종교가 아니지만 인생에 한 번 정도는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도 두 달 이상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차승원과 유해진 모두 순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말을 하는데, 나 역시 그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둘레길도 제대로 다 돌아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 긴 거리를 걷는다는 것에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한 순례객이 말하길, 이것저것 생각하면 못한다고 그냥 저질러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한 번 더 가슴이 찡해왔다.
암에 걸린 77세 할아버지가 부인과 사별 후 혼자 순례길을 걷는데,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말을 했다며 그 말을 전해주는 어떤 외국인 순례객의 말이 가장 오래 남아 있다. 순례객들은 모두 그 고된 길 위에서 국적, 인종, 성별, 나이를 모두 초월하여 친구가 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들 각자에게는 분명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말을 깊이 느끼며 그 길을 걷지 않을까? 그 힘 덕분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방송이 한 시간 30분이나 될 정도로(거의 영화 한편!!이라고 하면 오버려나. 요새 영화들도 엄청 길어져서...) 긴 편인데,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 방송, 시즌 2도 당연히 하겠지?? 그때도 배정남이 있기를!! ㅋㅋㅋ 이 셋의 조합,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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