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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11년 전에 방송했던(2008년 12월) SBS 드라마 "떼루아"는 고 김주혁이 나온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많은 드라마에 나왔지만, 나는 이상하게 김주혁을 생각하면 이 드라마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그 후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아르곤"(왠지 김주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가장 매치가 잘 된 듯한 작품이다)이 떠오르고.
김주혁이 늘 그런 이미지의 드라마만 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 자체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프라하의 연인"이나 주말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면(뭐 대체로 좀 딱딱한 느낌의 연기를 한 것도 같고... ㅋㅋㅋ) 그~렇게 딱딱한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떼루아"에서는 너무 딱딱한 느낌이라 보면서 놀랐다.
(언제 김주혁 나온 드라마 정주행을 해야겠다. 이번에 "떼루아"도 다시 봤으니, "프라하의 연인"도 곧 봐야지. 영화와는 다른 느낌!)
이 드라마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와인 산업을 배경으로 했다. 아마 이 드라마가 방송한 당시가 와인이 유행하기 시작한 때였는지 모르겠지만(기억 안 난다. 어렸을 때라서. ㅋㅋㅋ), 나름 드라마를 보면서 와인에 대해 멋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와인을 알고, 와인의 맛을 아는 와인 문화 그 모든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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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아는 토양을 의미하는 단어이면서 포도주가 만들어지는 모든 환경, 포도가 자라는 토양과 기후 조건, 만드는 사람의 정성 그 모두를 뜻하는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한다고 한다. 백과사전 설명도 어렵다. -_-;
절대적인 코각. ㅋㅋㅋㅋㅋ 절대 후각을 지닌 이우주(한혜진)는 한국 전통주를 만들어 파는 음식점에서 자랐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그 음식점(이라고 하니까 뭔가 좀 이상하다)을 운영하는 사장인 할아버지와 함께 가게 일을 돕고 있다. 초반에는 상당히 사랑에도 물불 안 가리고 직진 스타일로 나왔는데, 강태민(김주혁)을 좋아하면서 많이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 초반의 당당함은 어디 갔니?! 뭐, 강태민을 좋아하는 자체가 당당할 일이 아니긴 하지만.
국내 1위 와인 수입판매회사에 근무하는 태민은 사장(송승환)의 명령을 받고 프랑스로 그 와인을 구하러 간다. 와인 산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인 태민은 프랑스에서 무사히 그 와인을 구한다(그 과정을 넘 영화처럼 보여줬다. 실제 그렇게까지야... 싶은 생각이 들만큼. 근데 와인은 비싼 건 어마무시하다고 하니까,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 뭐 그런 건 그냥 넘어가자고~).
한편 프랑스로 유학을 간 남친이 귀국을 또 연기한 사실에 화가 난 우주는 할아버지 몰래 있는 돈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왕복도 아닌 편도로 프랑스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남친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알고보면 남친의 거짓말. 잠깐 나온 역할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을 계속 기다리는 우주를 놓아주기 위해 한 선의의 거짓말 같다는 설정? 뭐임. -_- 이런 것을 보면 아~ 10년 전의 드라마에서 표현한 로맨스는 이렇게 유치했나, 싶은 생각이...). 할아버지가 정성들여 빚은 특별한 전통주도 마시지 않고 소파 아래에 쳐박혀 있는 것을 본 우주는 열받고, 그것을 와인 담는 케이스(용어가 맞나?)에 담아 나온다. 남친은 우주에게 미안하다며 한국 가는 비행기표를 끊어준다.
그렇게 남친과 헤어지고 거리를 걷던 우주, 합법적으로 구한 와인이지만, 그것을 쫓는 악당(?)들에게 쫓기는 태민이 길에서 따악 부딪힌다. 그 와중에 태민은 우주의 와인 케이스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여 들고 다시 뛰어간다. 그리고 케이스를 우연히 열어본 우주는 자기의 술이 아닌 것을 알고 그냥 마셔버린다. 그것이 얼마나 비싼지 세계에 몇 개 없는 아주 희귀한 와인이라는 것도 모르고. (다 마신 건 아니고...)
태민 역시 와인이 바뀌고, 자신에게 있는 게 전통주라는 것을 알고는 넋이 나간다. 그것을 자신의 오랜 연인 안지선(유선)에게 주고 온다.
악연에서 인연이 되어 연인이 되는 전형적인 패턴의 주인공들.
강태민 캐릭터가 너무 딱딱한 게 아쉬웠다.
이우주랑 만나면서 좀더 알콩달콩하고 조금은 딱딱한 면이 부드러워지면 좋았을 텐데. ㅋㅋ
그런 부분을 보여주지 않아서~~
그리고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 태민과 우주가 나란히 앉았다. 서로 낮에 부딪힌 사람들이라는 것은 모른다. 태민은 우주가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해 자신을 변태 취급한 것에 짜증을 내고, 우주는 그런 태민에게 거듭 사과. 이렇게 둘의 악연(?)이 시작된다.
강태민은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한 사람이고 이우주는 생각보다 말과 행동이 먼저 나가는, 그러나 순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둘이 어떻게 서로에게 빠지는지가 이 드라마의 관건이라 할 수 있을 터. 게다가 태민이에게는 오랜 연인이 있기도 하고. 연인이라고 해야 할까? 친한 친구보다 못한 사이 같다고 해야 할까?(친한 친구보다 못한 사이 같다고 한 게, 오래 사귀고 원거리 연애라고 해도 이들은 너무 자유롭다. 연락도, 얼굴을 보는 것도, 너무 띄엄띄엄이다. 그래서 그럴까? 이들의 사이는 너무 밋밋해보인다. 연인 보다는 친구 같은, 그러나 자주 보고 이야기하는 친한 친구보다 못한...)
이우주와 강태민의 악연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강태민이 이우주네 음식점에 와서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 것. 이우주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강태민의 삼촌에게 돈을 빌렸고, 무상으로 빌린 게 미안해서 그 가게 등기를 그 삼촌 앞으로 해줬던 것. 삼촌이 죽으면서 강태민에게 이 가게를 넘겼고, 강태민은 와인을 구하지 못해,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장(강태민이 혼자 꿀꺽한 것으로 알고, 회사를 그만두고 와인 레스토랑을 하는 강태민을 괴롭힌다. 물론 방송 중반 이후에는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 강태민을 돕기도 하는 등,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한다. 악역인 줄 알았는데, 꽤나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것. 나름 괜찮은 캐릭터라고 할까?)을 벗어나 와인 레스토랑을 이우주네 음식점에 내려한 것이었다.
자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응징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알면 하던 짓을 바로 거둘 줄도 안다.
거기다 아무리 상대에게 감정이 있다고 해도 와인에 장난질은 하지 않을 정도로,
나름의 철학과 신념이 있다.
처음에 이해가 안 되는 그냥 못된 놈 같았는데,
보면 볼수록 꽤 일관성 있는 캐릭터로 나름 매력 있었다.
할아버지는 순순히 인정하였으나(가게에서 일한 직원들을 받아달라고, 특히 손녀 우주는 절대 미각이라 도움이 될 거라고 가게에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우주는 이를 용납못하고 강태민에게 사정하고 매달리고 성질 부리는 등의 모습으로 일관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강태민 와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
이렇게 둘 사이의 포지션이 갖춰졌고,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와인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루고, 이우주의 절대 후각으로, 이우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와인에 대해 배우고, 와인을 전문으로 다루는 소믈리에가 되는 것으로, 강태민이 그것을 도와주면서 그에 대한 마음도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겐 오랜 연인이 있었고, 그 연인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와 있기까지 한 상황. 당연하게도 주인공들이 서서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생긴다.
이우주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접으려 하지만, 사랑이 뭐 그렇게 되던가. 게다가 이우주 혼자만의 마음이 아니었으니, 더더욱 그 마음을 접기가 어려웠을 거다. 그렇게 이우주에게 못되게 굴던 강태민은 점점 다혈질이지만 순수한 이우주에게 끌리고 좋아한다. 자신의 오랜 연인 때문에 그 마음을 밀어내려 하던 차에 이우주가 자신의 와인을 가져갔다는 사실에 따른 에피소드들, 태민이의 부모를 죽게 한 불을 낸 사람이 자신과 친형제만큼이나 가깝게 지낸 동생(조이박, 물론 실수였지만, 그걸 밝히지 못해 지금까지 속앓이를 했다)의 실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할 때의 에피소드들 등을 통해 그 중심에 이우주가 있고, 한지선은 그 존재감이 미비했다.
안지선이라는 캐릭터는 처음에는 참 쿨했는데,
사람 마음이 그게 아닌 것인지 나중에 변심한 강태민을 보며 질투하고,
이우주에게도 우아한 척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다가 결국에는 먼저 헤어진다고 얘기한다.
떠난 사람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알고, 처음의 그 쿨한 모습으로.
마지막에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친을 만나고 행복한 연애를 하는 모습을 강태민과 함께 얘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더불어 자신에게처럼 하면 이우주도 도망갈 테니,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라고 조언하는 부분도 멋있었다.
처음 볼 때는 이 캐릭터, 완전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여러 번 보면서 나도 생각이 조금이나마 넓혀지며 이 캐릭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서로 너무 절박한 사이도, 애틋한 사이도 아닌, 너무 편한 사이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남자라 생각한 사람의 마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고 있다면,
어쩌면 안지선이라는 캐릭터보다 더 심하게 했을 수도 있겠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이 나와서 너무 좋았다.
이 캐릭터도 처음에는 참 좋았는데, 점점 갈수록 이우주에게 집착하고
자신의 실수로 부모가 죽은 일을
태민이나 태민이의 할아버지가 용서하지 못한 것에 분노해서
다크 캐릭터로 변신한 것은 여러 번 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다행히 마지막에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옆집에 살던 꼬마(단순히 이웃사촌이었다)였기에 그게 큰 트라우마라
자신은 그것에 대한 죄값을 치른다고 태민이 할아버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결국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면. 억지로 하는 게 아니란 말.
그런데 자신을 용서 못해서 자신도 삐뚤어지겠다고 흑화하는 모습에서 이건 뭥미? 싶은 생각에
이 캐릭터만 나오면 불편해졌다.
자신이 그렇게 노력했으니, 좀 용서해주면 안 되냐고 어리광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에...
아무튼 마지막에는 결국 자기의 뜻대로 어떡하든 용서 아닌 용서를 받고 흑화를 벗어났다.
불쌍하긴 하지만, 무엇인가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는 캐릭터여서 아쉬웠다.
한 마디로 강태민에게 있어 한지선은 더는 신경 쓰이는 존재가 아닌 것. 어쨌든 연인의 사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게 이우주로 촉발된 것이긴 하지만, 이우주가 아니었어도 이 둘의 사이가 여전히 좋을 수 있을까? 드라마를 단편적으로만 보면 이우주는 연인 사이에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히 이루어질 리가 없기에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한지선도 그렇고, 한지선에게 미안해서 다가가려 하지 않으려 애쓴 이우주도,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관계의 정리를 제대로 못하는 강태민도.
사실 강태민은 한지선에게는 상당히 애매했다. 워낙 오래된 사이라(어렸을 적부터 친구에서 연인이 된 관계) 그 관계에 선을 긋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한지선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것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니 알 도리는 없고, 한지선에게 하는 행동과 이우주에게 하는 행동이 다름을 통해 그렇게 유추하는 것.
이 드라마, 20부작으로 꽤나 길다. 그리고 좀 지루한 부분도 있다. 각 인물들 간의 감정 때문에 보는 사람이 피곤해져서 볼 때도 답답해했던 것 같다. 당시 꽤 어렸을 때인데 드라마가 영 어두침침한 느낌이라 안 보려 했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부분이 있어서 끝까지 본방 사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다시 봤는데도 여전히 무엇에 끌리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열심히 끝까지 한눈도 안 팔고 봤다.
다 보고 나서는 "역시, 해피엔딩이지!"라며 흡족해한 것. 뭐에 끌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가 너무 좋다거나 연출이 좋다거나 특별히 너무 좋다,라는 부분을 이야기하라면 솔직히 없지만 그래도 가끔씩 생각나는 드라마다. 희한하게 말이다.
그냥 한혜진과 김주혁의 조합이(케미도 그렇게 뛰어난 느낌이 아니었음에도) 신선해서였는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것도 연인이 있던 사람의 마음이 변해간 과정 등이(그 부분이 섬세하게 표현되진 않았음에도) 나름 설득력이 있었는지, 무엇이 날 이 드라마로 잡아 끄는 지 모르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정주행 하는 드라마가 이 "떼루아"다.
11년 전이긴 하나 패션이 그렇게 촌스럽게 느껴지지도 않고, 유치하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으니 혹시 안 본 분들이 있다면 보시길~!! S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나는 푹으로 지난 방송들을 즐겨 보는데, 푹에도 없다. -_ㅜ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