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내게 알 게 해준 책이 바로 '공중그네'다. 이 책을 읽고,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팬이 되었다. 평범하지 않은 듯한 사람이 나와서 평범하지 않은 듯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게 낯설다거나 어색하지 않다. 그게 작가의 힘일 수도~
오쿠다 히데오는 몰라도 공주그네라는 제목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이 팔리기도 하고, 제목을 많이 들어본 책일 것이다.
진짜 의사냐!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의사라고 할 수 없을 듯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이 간호사,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면서도 주사 놓는 것은 정말 적극적인... 이라부만큼 엉뚱한 간호사다)와 이라부를 찾는 환자(?)들의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도 않고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모두 재미있다.
은근히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환자들의 아픈(?) 곳을 이라부는 너무나 엉뚱한 방법으로 치료(?)해 준다. 어떻게 보면 명의이고 어떻게 보면 네가 의사냐!라고 멱살 잡힐... 요새 유행하는 말로, 병맛 의사 이라부.
재미있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싶은... 책, 공중그네.
워낙 인기가 있어서일까? 이라부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3권이나 나왔다. 모두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이 전개되는 형식은 같다.
이 책의 재미는 이라부가 주인공이지만 주인공 같지 않다는 것. 각각의 사연을 지닌 환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기에 더욱 이라부는 이상한 의사로 비춰진다. 그래서 이라부가 어떤 생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알 수 없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방법을 사용하니 원~! 다만 표면적인 이야기로는 이라부가 단지 "심심해서, 재미있으니까"란 정도로만 말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라부가 시키는 이상한 것들을 통해 치료(?) 또는 재미(?)를 함께 느낀 환자들은 마음의 병을 이겨낸다.
그게 또 신기한 일.
어쩌면 정신적인 병이란, 정말은 자신을 놓고 엉뚱한 일을 벌이는 등의, 마치 일탈을 하면 좋아질 수도...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을 자꾸 억누르고 억압해서 생기는 병이 아닐까... 싶은.
물론 모든 일을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때로는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 나라면 할 수 없을 듯한 일을 통해 묘한 쾌감과 해방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응어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머 모든 마음의 병이 다 그런 식으로 치료가 된다면 아픈 사람은 없겠지만, 의외로 정신과 의사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하기에 다른 병원에 비해 가기를 꺼리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이라부 같은 의사가 있다면 "이 머 병 맛 같은 의사 같으니!!"라고 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픔이 낫지 않을까?
머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자의 시점이 되어 이라부를 욕하면서도 어느 새 읽는 나도 동화되어 가는 내용들. 내 아픔들도 같이 공감이 되어 치료가 되는 느낌.
이라부, 요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진짜 병 맛 같은 의산데 말이지~ 게다가 이 의사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아빠가 원장이라거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지 않다거나(그건 예상이 가능하다!!!), 이혼을 했다거나(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싱글이거나 이혼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는 정도의 아주 단편적인 부분들만 나온다는 것.
이 의사의 생각이나 배경 등을 자세히 알 수 없으니 의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각 에피소드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래도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 총 3권의 책에서 이라부에 대한 속시원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냥 이라부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으로 굳어진 듯. 3권 째 읽다보면 '아아~ 그래.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다보니 궁금증도 조금 희석된다. 만약 자세하게 이라부에 대해 드러난다면 오히려 이 책의 재미요소가 반감될 듯!
아직 안 읽은 사람이 있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른 2권은 읽지 않더라도 이 공중그네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제목
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