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에 등장한 때는 1992년이다. 지금 생각해도 까마득한 옛날 같은데,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정말 옛날 이야기를 하나 싶기도 할, 오래되었다면 오래된 때라 할 수 있다. 이때는 CD라는 건 나오지도 않은 때. LP도 그 당시 나처럼 어린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옛날 물건처럼 느껴질 때였다. 어린애들에겐 음악을 듣는 방법은 오직 TAPE이었던 그런 때였다.
나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TAPE으로 열심히 들었다. TAPE이 늘어질만큼 들은 기억이 난다. 당시의 다른 것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신나는 댄스 음악과 발라드, 모두 새로웠고 가요계 큰 돌풍을 일으켰다고 난리가 난 것은 기억에 남아 있다.
우울할 때, 부모와 싸워 화가날 때, 슬플 때 이불 덮고 누워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들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유난히 이 1집을 들으면 기분이 가라앉으며 좋아지곤 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땐 그랬다. 그래서였을까, 지금도 가끔 울적해지면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을 찾아 듣곤 한다.
세월이 달라져서 TAPE으로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당시 선물 받았던 서태지와 아이들 1집 LP판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누가 선물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른이었던 것 같다. 내 또래 아이들이 LP판을 선물할 리는 없던... -_-;;
서태지와 아이들 1집에 있는 모든 곡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울적할 때 찾아 들었던 곡은 내 모든 것과, 이제는... 이 두 곡이었다. 뭐, TAPE의 단점이 어느 곡을 딱 듣고 싶다고 바로 찾아 들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내 모든 것과 이제는은 TAPE의 B면 1번과 2번이었기에 바로 들을 수 있었다. A면을 쫘라라락 돌려서 B면으로 향하게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그 번거로움 때문에 결국 A면 듣고 B면을 듣는 순서대로 들었던 것 같다.
아마 TAPE을 모르는 세대는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ㅋㅋㅋ
집에 LP판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먼 옛날에 버린 관계로 들을 수 없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 LP판이지만 이상하게 보물이 되었다. TAPE에 대한 향수는 이상하게 없는데, LP판에 대한 향수는 있다. 어렸을 적에도 턴테이블에 LP판을 걸어서 음악을 듣지 않았는데 말이다. 당시 LP로 음악을 듣는 것에, 구닥다리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TAPE A면.
1. Yo! Taiji
2. 난 알아요
3. 환상속의 그대
4.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5. 이밤이 깊어가지만
TAPE B면.
1. 내 모든것
2. 이제는
3. Blind Love
4. Rock"n Roll Dance
5. Missing
오늘처럼 비오는 날, 울적하거나 우울하거나 슬픈 것도 아닌데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 유난히 생각난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을 하며 들어볼까?
제목
서태지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