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 정보에서 이미지 발췌
엑시트!!
정말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소문에 본 영화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재미있다! 느낌표 빡빡!! 저절로 나온다. ㅋㅋㅋ
간만에 신파 없고, 유쾌하면서도 깔끔한 결말의 영화를 보았다. 우선 한국 영화의 마무리는 신파라는 그 공식이 깨져서(이 영화 말고도 요 사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인식이 너무나 강하다. 그런 영화들도 수두룩빽빽 만들어지기도 하고) 너무 기쁘다.
재난 영화라는 소재 때문에 재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극적으로 탈출하고 여주인공의 민폐에 눈살이 찌푸러지나 이마저도 구하는 영웅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편견?! 그리고 꼭 누군가는 죽어, 우리에게 슬픔을 안기지만 결국 마지막엔 재난을 무사히 이겨낸 인간 승리의 감격에 충분히 젖어들고. 너무 심한 과장이라고? 나에게는 그렇다. 그렇다고 재난 영화가 싫다는 말이 아니다. 저런 뻔한 구성, 클리셰를 재난 영화가 갖고 있다는 것이 내 관점일 뿐.
그런데 재난 영화에 대한 내 편견과 기존에 갖고 있던 공식을 무너뜨리면서 재미를 갖춘 영화가 엑시트다. 아, 나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엑시트를 '찬양'할 줄 몰랐다. 영화 내용은 정말 단순하다. 누군가가 일부러 유독 가스를 도시에 퍼뜨리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진 않았으나, 누가, 어떻게, 왜라는 6하 원칙에 따라 잘 드러났다. 영화 속 뉴스를 통해서) 그 유독 가스를 피해 사람들이 빌딩에서 가장 높은 곳, 옥상으로 향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의 아수라장이 발생한다.
백수 주인공(용남. 조정석 분) 가족은 엄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를 도시의 유명 연회장에서 진행한다. 용남은 대학 산악회의 에이스였으나 몇 년 째 취직을 못해, 집에서 눈치밥을 먹는 처지다.
이런 용남이 좋아한 후배 의주가 바로 이 연회장에서 일하고 있다. 용남은 오랜만에 의주를 보며 마치 직장인인양 거짓말을 하지만, 그 거짓말은 바로 탄로난다. 뭐 그런 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나중에 밝혀질 때 소소한 웃음을 주는 등,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코미디가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잘 만들었다는 의미가 바로 그것. 시나리오와 연출에서 그런 부분들을 계산하고 치밀하게 짰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완벽하게 모두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아닐지라도(논리적인 소재를 다루는 영화도 아니고, 이 정도면 칭찬해~~ ㅋㅋㅋㅋ) 큰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음? ㅋㅋㅋ
칠순 잔치의 여흥이 길어져 다른 팀들과 달리 끝나는 시간보다 넘어선 용남의 가족들만 남은 연회장 건물에 가스가 들이쳤고, 이 과정에서 첫째 누나(김지영 분. 첫째인지 둘째인지 헷갈렸는데, 영화 정보보니 첫째 누나였던~ ㅋㅋㅋㅋ 둘째 누나보다 어려보인 것은 안 비밀. ㅋㅋ)가 가스를 몸에 닿고 약간이나마 흡입까지 하여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가족들은 무사히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 요청을 보내고(그 과정에서 용남의 산악 등반 재능이 빛을 발한다.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순간. ㅋㅋ), 겨우 가족 모두가 헬기의 구조 기구(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ㅜㅜ)에 탔으나 의주가 남았다. 한 명이 탈 수 없는 상황. 용남은 의주만 남길 수가 없어서 같이 타지 않고 가족만 보낸다. 연회장 매니저인지, 의주에게 성추행을 하던 직원은 혼자 먼저 타버림. ㅋㅋㅋ 이런 데에서 인간성이 나오는 것(그 전부터 이기적인 행동을 계속 했더랬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생사 탈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의주 역시 산악 동아리 멤버 중 용남을 능가할 정도로 에이스였던 바, 둘은 자신들의 그런 점을 발휘하여 가스가 없는, 더 높은 빌딩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하여. 온몸을 쓰레기봉투를 이용하여 칭칭 감아 가스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드론을 이용하여, 유튜버들이 방송을 하며 도와주는 것을 볼 땐 현 시대의 모습을 읽고 잘 보여준 것 같아 그런 점도 좋았다. 결정적으로 재미있다. 쓸데없는 민폐 캐릭터도 없고(여주 역시 그런 거 하나도 없다. 어찌나 잘 뛰던지. 보는 내가 촬영할 때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ㅋㅋ), 억지스럽지 않은 구성에 자연스러운 웃음까지! 게다가 죽는 사람 없이 무사히 구출!! ㅋㅋㅋㅋ 해피엔딩!!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ㅎㅎ 재난이 벌어졌고, 그 재난을 벗어나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서사도 담백하고 그것만 딱 보여준다. 한국 정서에 가족 얘기는 빠질 수 없지. 가족들의 모습도 적절하게 잘 담아내어서 좋았다. 과하지 않게.
영웅은 타고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가족들을 위해, 자기 자신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용하여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애쓰는 것. 영웅이 별 거냐?! 싶다. ㅋㅋㅋ 그리고 학원에 남아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들에게 온 헬기를 그 학생들쪽으로 유도한 부분도, 결국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이 발휘된 거다. 영웅이 별 거냐고?! 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 캬아! 조정석은 정말 용남을 위해 태어난 배우 같다. 용남 역을 조정석이 하지 않았다면, 과연? 대체불가다! 의주 역의 윤아! 이젠 가수가 아닌 배우라고 부르고 싶다. 어색하지도, 과하지 않은 연기. 윤아도 의주 그 자체였다.
재미있는 영화를 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