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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 영화를 국뽕 영화, 아니 국뽕에 취한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진다. 자기의 생각을 말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이 무조건 맞고 옳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말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여기에 글을 쓰는 게 내 생각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변명 거리는 있지만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저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쓰는 것뿐이다, 그런 내 감상이 무조건 옳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은연 중에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본다. ㅋㅋㅋ
자, 이제 이 영화에 대한 본론은 난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는 것. 딱히 국뽕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 편이기에('국뽕'이란 단어조차 거부감이 든다) 그런 건 따지지 않았다. 다만 일제강점기 때의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루었다는 배경만으로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 역사 시간이나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이야기하게 될 경우(그런 경우가 살면서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ㅋㅋㅋ 역사를 다룬 예능 정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 청산리 대첩은 자주 언급되지만 봉오동 전투에 대해서는 큰 언급 없이 지나갔었다. 나 역시 청산리 대첩=김좌진 장군, 이라는 공식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봉오동 전투에 대해서는 그런 전투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더욱 이 영화가 궁금했다.
이름부터가 청산리 전투는 대첩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아무래도 큰 승리를 거둔 전투를 강조했던 것 같긴 하지만, 봉오동 전투 또한 독립군의 사상자는 적은 반면에 일본군들은 400여 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이 봉오동 전투를 치르기 위한(유인하기 위한) 일본군과의 작은 전투들에서도 일본군이 아군(독립군)들보다 훨씬 많이 죽었다.
이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의 사기가 크게 진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을 통해 청산리 대첩의 승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ㅋㅋㅋ
영화를 본 후 봉오동 전투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세세하고 자세한 기록은 다를지라도 영화의 내용에 나온 것처럼 왜 그들이 일본군들을 봉오동으로 유인하면서 게릴라 전법을 구사했는지에 대한 것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팩트였던 것. 솔직히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적 내용을 완벽하게 다 구현할 수는 없다. 봉오동 전투에 대한 전투 기록들이 세세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그나마 근대적인 사건이라 아주 예전 시대보다는 보다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어 다행이지만) 역사적인 내용을 다룰 때 그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과 아주 큰 왜곡을 하지 않는다면 창작적인 부분은 감안해야 하고 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봉오동 전투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잘 다루었던 것 같다. 봉오동으로 유인하는 작은 전투들과 그곳이어야 하는 이유(지리적인 부분이 가장 컸던 듯) 등, 그곳에서 마지막 결전을 치루며 얻은 승리. 꼭꼭 짚어야 하는 부분들은 잘 짚어서 다루었던 것 같은데 이를 두고 말도 안 된다는 말을 들어서 속상했다.
실제 있었던 일인데, 독립군이 일본과의 전투에서 크게 이긴 것을 다루는 영화가 국뽕이라는 그 단어 하나로 치부되는 것에 안타까웠다. 이기지 못했는데, 결과를 바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만들었거나 각 전투와 마지막 전투에서 독립군들이 많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바꿔 극적으로 많이 다쳤으나 이겼다거나 하는 식으로 왜곡을 했어야 했던 걸까?
물론 주인공들이나 주변 인물들이 날아오는 총알에 안 맞는다거나 하는 것들을 두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영화 속 인물들 중, 실제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한 사람은 없다. 영화 속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이장하 분대장도 실제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그러니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총알을 좀 피하고 영화 끝까지 살아남는 내용에 대해서는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왜곡도 아니란 사실~) 헐리웃의 그 액션 히어로, 블럭버스터 영화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언급은 하면서도 큰 비판은 안 하면서 왜 유독 국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에 비판의 날이 높은지 모르겠다.
뭐, 나도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이 다치거나 죽을까 걱정하는 반면, 에이 그럴리 없지 안도하는 두 가지 맘으로 영화를 보긴 했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가 꽤 빠르게 내용이 전개되고 액션도 시원시원하게 펼쳐져서 몰입하여 보게 되어 총알을 다 피해,란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거기다 코믹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유해진, 조우진. ㅋㅋㅋ 쓸데없는 신파도 없어서 또 좋았고.
연출, 음악, 액션, 연기 모두 좋았는데 '국뽕에 취한 영화'라는 말에 영화를 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은 게 너무 아쉽다. 같은 내용으로 아예 역사적인 사실 기반이 아니라 창작의 기반으로 다루었다면 오히려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로 개인적으로 봉오동 전투의 영화 관람객 수가 안타깝다. ㅋㅋㅋ
역사를 좋아하거나 액션을 좋아하거나(의외로 액션이 정말 시원시원하게 표현한다. 다만 좀 잔인해보일 수도 있다), 배우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강력 추천한다. 우리가 당시, 일제강점기 때 힘 없이 속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일본이 무력으로 나라를 빼앗은 것에 저항하는 세력이 자신의 목숨을 잃어가면서 투쟁했다는 그 자부심은 확실히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화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던 몇 안 되는 전투 중 하나라는 점도 의의가 크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일본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보다 전쟁이란 것, 다른 나라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침략하여 심하게 이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될 최악의 인간들의 이기심이 모인 행위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일본군 소년병의 생각이 변해가는 흐름, 그가 마지막에 대장에게 덤비며 한 말이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생각 없이 보기에도, 생각하며 보기에도 좋을 영화다.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