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에서 이미지 발췌
지금 이십 대는 아마 낯선 만화 제목들인 댄싱러버, 금니가 좋아요, 블루, 파인키스 등을 그린 작가 이은혜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점프트리A+다. 당시 라디오를 들었는데, 이유는 단 하나였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 시간에 점프트리A+ 출간 관련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쯤 출간하나, 광고에 귀기울이며 기다렸었다.
어린 나이에 푹 빠졌던 점프트리A+는 그렇게 매 권을, 듣지 않는 라디오를 들으며(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출간 소식이 나오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점에 가서 사곤 했다. 단 4권이 나오는 그 시간 동안 나는 그 만화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었다.
왜 단 4권이 나오는 기간 뿐이냐면...
그랬던 내게 가장 큰 좌절을 준 만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승주오빠. ㅋㅋㅋㅋㅋㅋㅋㅋ를 좋아했다. 오빠들에게 둘러싸여 사랑 받는 혜진이가 너무나 부러워서 나는 왜 오빠도 없고, 언니도 없는 것이냐며 괜한 원망을 부모님께 하기도 했었던~ 만화. 그 속의 여자주인공 혜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좋아했던 만화, 지금 다시 봐도 너무나 깔끔하고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그 그림체!(이은혜 작가님 진정 존경합니다요. ㅜㅠ)의 최고봉은(그 그림체를 너무나 잘 살려 나온 캐릭터는!) 내 기준에서는 절대적으로 승주도 아니고 혜진이도 아닌 혜진이의 오빠였다. -_-;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그 오라버니의 비주얼은... 으흑흑흑.
이 분이 바로 혜진이의 오라버니다.
그리고 또 이상하게 여자주인공 이름은 솔직히 기억에 안 남아 있었는데 남자주인공인 승주만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완전 싫어했던 태준이의 이름까지도. -_-; 순정만화들이 그렇듯이 이것도 삼각관계, 아니 4각관계다.
혜진이를 좋아하는 승주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뒤에서 다정다감하게 늘 혜진이만을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그런 승주의 마음을 혜진이는 모른다. 왜 늘 여자주인공은 그런 거지?! 그런 혜진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승주의 친구인 태준이다. 아우~ 벌써 이 만화를 본 지 이십 년이 넘었는데도 생각하니 열 받는~~! 태준이는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고, 바람둥이 끼가 아주아주 다분한 녀석으로, 승주가 헤진이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 혜진이를 좋아하는 넘이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봤던, 4권이 마지막이라고 했을 때 두근거림과 흥분으로 기다렸던 나에게 4권은 날벼락이었다. 1~3권을 그렇게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차마 그렇게도 못 봤다. 조심조심~ 혹여 책이라도 상할까 싶어서... ㅠㅠ) 보고 또 보았던 나는 4권은 단 한 번 읽고는 다신 안 보고 있다. 살아오면서 가끔 내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의 책이 생각날 때가 있다. 게다가 책장에도 꽂혀 있으니 아주 가끔 우울할 땐 그런 책들을 꺼내 읽고는 하는데 점프트리A+는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만큼 4권의 마지막은 어린 나에게 너무나 충격이었던 것.
사실 애매모호하게 끝났다. 그렇지만 마치 혜진이가 태준이를 선택한 듯한 그 뭔지 모를 기분 나쁜 결말 때문에 나의 승주 오빠가 아니고!!라면서 ㅋㅋ 짜증을 냈던 기억. 최고의 만화가 최악의 만화가 된...
4권 중 1권을 가장 많이 봤다...
나는 이 만화를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더랬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승주였던가보다. 이은혜의 또다른 작품인 블루도 승주와 비슷한 스타일인 승표란 인물이 나온다. 승주보다는 어둡지만 그럼에도 어렸을 적부터 좋아한 누군가를 친구를 위해 포기하고 또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승표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다정다감한 스타일이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ㅋㅋㅋㅋ
내게 아주 큰 좌절을 안긴 점프트리A+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우연히 본 이은혜 작가의 "블루"가 다시 연재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18년 만의 부활이라니... 대단하다. 그렇지만 지금 나와도 그때의 그 그림체가 계속 나올 수 있다면 충분히 인기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나는 블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용부터~ 위에도 말했지만 난 승주 같은 스타일, 승표도 좋아했는데 그래서 승표가 좋아한, 좋아했던 연우가 승표가 아닌 다른 남자 주인공(마치 태준이 같은!! 이름도 비슷한 해준이지만.. ㅋㅋ 해준이는 승표를 위해 연우를 역시 포기하는, 태준과는 뭐라고 비교하기 힘든 캐릭터다. 태준이보다 훨 낫다고 해야 하나? ㅋㅋ 비교불가요~ ㅋㅋㅋ 둘 다 뭐임. ㅠㅠ) 해준이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승표가 사랑하게 되는 여자가 워낙 별로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블루의 팬들이 워낙 많았지만 나는 이은혜 작가의 작품은 다 좋아했음에도(점프트리A+는 마지막만 빼면... 그래도 아직도 최고의 만화라고는 생각한다) 블루의 그 너무 얽히고 설킨 관계가 싫었다. 승표가 연우 대신 사랑하게 되는(대신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다~) 여자(이름 기억 안 남;;)도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는 것. 이런 관계 뭐다니~~~
블루에 나오는 남자들 가장 오른쪽이 승표다. 가운데가 해준.
그런고로 나는 블루는 별로지만, 최악이었다고까지 표현한 점프트리A+가 더 좋다. 아마 가장 애정을 가졌던 책, 등장인물이었기에... 그런데 어렸을 때는 그 어린 아이의 편협된 시선으로만 보았던 것일까? 블루를 다시 연재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점프트리A+에 대한 블로그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기에 점프트리A+의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그 마지막 장면에 있는 글이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보니 꼭 어렸을 적에 그렇게 흥분하고 짜증낼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 것.
분명 다시 봐도 애매모호한 것은 맞지만 첫사랑 태준 오빠, 오랫동안 내 곁을 묵묵히 있어준 승주 오빠(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와의 많은 이야기들.. 어쩌고 저쩌고...
음, 저 글만 다시 놓고 볼 때는 태준이는 그저 첫사랑이었을 뿐이던 것이고 결국은 승주 오빠냐? 뭐 그런 생각이 들고... 뭐 이제는 사실(이 나이가 되어서는...) 이런들 어떠하리가 되긴 했지만, 적어도 그 블로그 글을 읽는 내내 코끝이 찡해져왔다. 내가 무엇인가에 그렇게 빠졌던 그 감수성이 그리워서였는지, 만화 내용 하나에 울고 웃던 그 마음이 그리워서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런데 승주는 정말 뭐냐... 계속 혜진이 곁을 지켰다니... -_- 만화속 등장인물인지라 더욱~~~ 좋아~~!! 역시 승주 오빠를 좋아하길 잘 했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은혜 만화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싫어하더라. 내용은 겉멋만 잔뜩 있지만(캐릭터의 성격 부여와 내용 전개 등등) 그림체는 좋다라는 의견까지... 나는 어린 나이에 그냥 무조건 좋아했던 지라 내용이 말이 되니 안 되니, 대사가 고등학생이 할 만한 것들이니 등등을 따질 수 없었던 고로 지금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좋아했고, 지금 안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다만 다시 한 번 지금 이 나이의 내가 읽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두려운 마음은 든다. 마지막 장면도 다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
이번 추석에는 오랜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한 번 승주오빠에게 빠져볼까? ㅋㅋㅋㅋㅋ
이외에 이은혜의 작품 중 가장 부담 없이 마음 편히 좋아했던 것이 4권 완결의 "금니는 싫어요"다. 이은혜 작품들은 거의 절판이라 다시 새 책으로는 사서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 금니는 싫어요도 겨우겨우 구해서 갖고 있는... ㅎㅎㅎ 이 만화는 참 따뜻한 내용을 선보인다. 많은 가족 구성원들 중심으로 각자의 사랑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얽히고 설킨 짜증나게 복잡다단한 연인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참~ 재미있고 유쾌한 가족 이야기다.
아래 URL 주소는 이은혜 작가의 블루 재연재 기사다. 이 기사보고 진짜 반가웠다. 잊혀진 것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다시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물론 난 블루는 볼 생각이 없지만... ㅎㅎㅎ
http://www.gamefocus.co.kr/detail.php?number=51452&thread=14r01
제목
점프뜨리에이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