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은 코지미스터리(cozy mystery)의 장르의 소설이다. 코지미스터리는 직역 그대로 말하자면 기분 좋은 미스터리란 말인데, 미스터리가 어떻게 기분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제목에 떡하니 살인사건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탐정물 같은 경우는 밝은 분위기보다는 딱딱하고 어두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굉장히 전문적이고. 그런데 이 코지미스터리는 분명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을 밝히는 과정이 전문적이라거나 딱딱하거나, 어둡다거나 하지 않다. 밝고 경쾌하며 일상적인 미스터리를 평범한 사람이 해결해낸다. 한 마디로 연애 소설에 탐정물이 가미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탐정물임에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문가들이 해결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해결해가는 스타일을 말한다.
위 소설을 예로 들면 가장 정확할 듯 싶다.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은 한나 스웬슨이라는 30대 미혼 여성이 서로 다들 알고 지내는 고향 마을에 내려와서 "쿠키 단지"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차린다. 이 여자를 중심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이 여자가 범인은 아니고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간다. 유난히 똑똑하다거나 주의력이 엄청 높다거나 하지 않은, 일상적인 주인공인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 장소들을 찾아가고 생각하면서 범인을 찾아낸다고 할 수 있다.
코지미스터리 장르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 책 역시 매우 정감 있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결혼을 닥달하는 엄마, 아기 낳고 잘 살고 있는 여동생-이지만 때론 한나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등의 등장인물과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냥 한나라는 여자의 일상 얘기(연애 포함)를 담고 있는 소설 같다. 분위기 자체가 어두침침하지 않다는 말~
이 한나 스웬슨 시리즈는 현재까지 18권이 나왔다. 이 작가가 정말 대단한 듯 싶을 정도다. 늘 조용한 레이크 에덴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살인 사건에는 한나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한나의 베이커리 가게 뒤에서 누가 죽어 있다든가, 죽어 있는 사람의 주변에 한나의 케이크가 널부러져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살인 사건 해결은 한나가 약간 위험에 처하게 되는 긴박한 때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한나의 엄마가 밀어주는 치과 의사 노먼과 새로 부임한 경찰관 마이크) 끝난다. 한나가 다 차려 놓은 밥상에 경찰관이 밥을 먹는 식이 되기는 하는데, 한나의 사건 해결 방법이 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것. 그것을 통해 유추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작은 마을일수록 마을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살피는 사람이나 그것을 수다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의 드러나는 특성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한나는 삼각 관계의 중심에 있다. 위에 쓴 것처럼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노먼과 매력이 물씬 풍기는 마이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세상에, 18권이 다 되도록 한나는 두 남자 사이에서 왔다갔다(딱히 누군가와 사귀는 것은 아니다. 데이트는 할지언정) 하는데, 18권에서는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기까지!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코지미스터리란 것도 모르고 그냥 탐정물이라는 것 하나로만 봤는데, 내가 기존에 보던 탐정물은 아니지만 또다른 매력이 있어서 푹 빠져서 연거푸 시리즈를 계속 사서 읽었다.
점점 읽어갈수록 사건 해결 방식도 비슷비슷해서(그래, 그것까진 좋다) 조금씩 질렸지만 가장 날 질리게 한 것은 한나의 삼각 관계! 딱히 누군가에게 정착할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두 남자에게 선을 긋는 것도 아닌, 어장녀라는 게 너무 싫다고 할까? 누군가는 거기서 대리 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결혼은 하기 싫지만 연애는 좋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연애와 결혼은 정말정말 완전히 다르니까. 그런데 한나는 그렇기에 두 남자 중 하나를 골라 제대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남자랑 데이트하고, 또 저 남자랑 데이트하고. 내가 남자라면 완전 짜증날 듯~!! 그런데 이 두 남자는 그런 한나가 좋다니... -,.-;; 장난하냐?!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껏 여성 중심으로 쓰고 싶었나 본데 나는 너무 싫었다. 반대의 경우라도 당연히 싫고. 사람 갖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것 자체가 둘 다 아니란 거 아닐까? 게다가 책을 읽다보면 한나는 마이크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노먼은 그와 반면에 편해서 좋댄다. 마이크는 한나가 경찰도 아닌데 사건을 해결한다면서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반면에 노먼은 그런 한나를 지지하고 도와준다. 딱 연애물의 두 남자주인공 성격을 그대로 가져다 쓴 건데, 만약 진짜 연애 소설이라면 18권까지 이 모양이면(18권까지 그런 상태로 가지도 못할 둣!) 단체 항의가 들어와도 남을 듯!
어쨌거나 저런 부분을 무시하고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는 것만 보려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늘 저 두 남자와 어떤 식으로든 얽히는 일이 한나에게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속 편하려면 안 봐야 하는데~ ㅋㅋㅋ 이 책의 매력인 것이, 베이커리 카페라는 특성 때문인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여러 베이커리류의 레시피가 나온다. 케이크나 쿠키 등, 다양한 레시피가 나와서 그것 때문에도 책의 소장 가치가 있다고 할까? ㅋㅋ
호불호가 갈리는 책인 것은 맞지만, 긴장 많이 하지 않고 편안한 미스터리 책을 보고 싶다면 이 한나 스웬슨 시리즈도 꽤 괜찮다. 저런 어장녀 싫고, 레시피 같은 것, 없어도 된다! 싶으면 다른 코지미스터리 책을 읽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ㅋㅋㅋㅋ
가장 최근에 나온 한나 스웬슨 시리즈 18번 째 이야기.
yes24에서 이미지 발췌.
제목
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