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에서 이미지 발췌
일본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몇 안 되는데 그중 이사카 코타로는 2위다. 사실 몇 안 되기 때문에 굳이 따지면 모두 한 손가락 안에 들지만... 순위 매기는 게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머 암튼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꼬박꼬박 챙겨 읽는다.
책을 안 읽은지 반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 요즘에 우연히 접하게 된 이사카 코타로의"사신의 7일". 설마 "사신 치바"의 그 치바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새로이 나온 것인가?! 하며 엄청 반가워했다.
이사카 코타로를 가장 먼저 나에게 알린 작품이 바로 "사신 치바"다. 동생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동생보다 더 빠진 작품이자 작가가 되었다. 그 후,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내게 삶의 활력 같은 것을 주었는데 이 "사신 치바"처럼 유난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들이 별로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사신 치바를 처음 읽었고, 죽음을 다루는 내용이기에 아마도 더 기억에 오래 남는 듯하다.
"사신 치바"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사신, 죽음의 신 치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치바가 주인공이지만 옴니버스 형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치바가 하늘에 있는 상급 신에게 명령을 받으면, 그 명령 안의 사람에 대해 죽일지 말지를 조사하는 것. 책에는 총 6명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치바는 이들을 조사하여 예정대로 죽여도 된다고 하거나 더 살려야 한다고 보고하는 것.
신이 죽일지 말지를 조사를 한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치바 자체가 사람들 틈에 섞여서 실제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치바가 유일하게 인간 세계에서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며, 치바가 임무를 맡아 인간 세계에서 일을 하게 되면(조사할 사람과의 유대를 위해서인지 조사 자체를 위해서인지 치바는 여러 사람의 형태로 매번 모습이 바뀐다. 신이기에 당연한 소린가?) 늘 비가 내린다. 그래서 치바는 해를 본 적이 없다. 겉모습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신이기에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먹는 행위를 할뿐이다. 그리고 신이어서, 특히 죽음을 정하는 사신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쿨하다고 해야 하나, 인간에 관심이 별로 없는 모습이 왠지 신 같아서 멋져 보였다.
치바라는 사신이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은 분명 이 작품을 빠져들어 읽게 하는데 큰 역을 한다. 치바가 조사하는 사람들은 젊은 청년, 야쿠자, 70대 할머니 등, 성별과 나이, 출신 환경 등이 모두 다르다. 과연 이들은 치바의 조사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게 만들까?
치바는 이 사람들을 단지 스토커처럼 조사하는 게 아니라 이들과 대화도 하고 이들의 삶에 들어가게 되는 등, 보다 친밀한 관계로 확장되어 조사를 하게 된다. 그게 치바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간에. 그래서 치바의 결론을 바꾸게 될 것인지 아닌지는 책을 꼭 읽어보고 각자가 찾았으면 좋겠다.
만약 치바와 같은 사신이 실제 있어서 내가 죽을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내 주변에 머문다면, 나는 그 사신에게 어떤 결정을 하도록 만들까. 내 삶은 사신에게 내가 계속 살아가도록 판단할 수 있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물론 치바가 어떤 기준으로 생과 사를 결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책 속의 캐릭터를 토대로 도출한다면 더욱 자신이 없다고 할까?), 자기 삶에 나처럼 자신 없어 하는 사람을 계속 살게 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책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사신 치바는 정말 삶과 죽음, 신, 나 자신, 내 생활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회적인 부분보다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일지도...
워낙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린 책이기는 하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았거나 사놓고(또는 선물 받고)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게 만들었거나 하는 분들 모두 꼭 읽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번 주말에 따뜻한 이불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따뜻한 커피를 옆에 두고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사신 치바"의 사신 치바를 한 번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치바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또 나왔다니 너무 좋았다. 이사카 코타로를 좋아한다면서 작년 7월에 나온 작품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사신 치바"를 읽고 "사신의 7일"도 읽어야겠다. "사신의 7일"은 "사신 치바"처럼 옴니버스식 구성의 단편은 아니고 장편소설이다. 사신 치바와 치바가 죽음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 그 사람의 주변 인물들과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이사카 코타로다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헤쳐나가는 스타일의 작품을 많이 쓰는 작가다 보니까(골든 슬럼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욱 사신 치바에 대한 느낌이 남다른지도 모르겠다.
제목
사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