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공부할 역사 교과서에 대한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 세력인 여야의 이해 갈등을 넘어서서 이런 일이 생기는 배경은 무엇일까? 역사서는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지냈던 날들의 그대로를 기록한 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들(당시 사람들)일지는 몰라도, 그것을 기록하는 것은 후이기 때문이다. 일기 역시 마찬가지. 나의 하루를 그날 밤에 적어가는 것.
역사서 역시 실시간으로 적어가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후에 적게 되는데(물론 조선왕조 실록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것은 실제로 실시간으로 왕의 말이나 신하들의 말을 적어가는 관리가 따로 있었기에 더욱 역사서로 신뢰가 가는 확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이긴 자의 역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어떤 사건에 있어서 이긴 자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적어간다는 것이다. 사실을 완전히 왜곡할 수는 없겠지만, "ㅏ" 다르고 "ㅓ" 다른 것처럼 말의 늬앙스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사실이 다른 사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서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 역사서를 어디서 만드느냐를 두고 치고 박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단어 하나만 바뀌어도 역사의 사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일례로 국정 교과서(정부에서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를 지지하는 교수 중 한 명은 지금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서에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게 쌀을 수탈 당한 게 아니라 수출한 것이라고 정정해야 한다고 했다. 수탈이라는 단어는 당시 상황과 맞지 않다고 한 것.
수탈과 수출, 한 단어에서 단 하나의 글자만 바뀌었는데도 그 뜻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이 주장에 대해 사람들은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수출을 했다고 해도 그게 제대로 된 수출이냐며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반박한다. 기록상에 수출이라고 되어 있다고 해도 그 해석은 좁은 의미의, 단어 그대로의 해석이 아니라 전체 상황을 보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 당시 백성들이 먹고 죽어도 없을 쌀을 일본에 "수출"을 하며 제대로 돈이라도 받았을까? 그것이 어떻게 수출이냐, 수탈이라는 것.
자, 이렇듯 역사의 해석은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쪽이 맞느냐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그래서 더욱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은 제대로 모든 것을 보고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객관적으로, 치우침이 없는 해석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른 교과서도 역시 중요하지만 역사 교과서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부터가 매우 중요한 것.
왜 어려운 역사 얘기를 하느냐고? 바로 어느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을 말하기 위해서다. "역사저널 그날"이라는 역사관련 시사 프로그램은 역사라면 머리부터 지끈거린다거나 머리를 내젓는 분들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딱딱하게 역사 전문가들만으로 구성되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시인, 영화감독, 개그맨 등의 패널들도 역사 전문가들과 함께 나와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묻는 식으로 진행되어 일반인이 바라보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해석도 함께 다뤄진다. 그래서 역사라는 것에 대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흔히 역사 교과서를 배우는 순서인 고대부터 중세, 그 시간에 따른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나 사람 등에 대한 결정적 하루, 그날에 대해 다루면서 시작한다. 사회적 이슈가 많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도 다루어(예를 들어 명량으로 이순신과 임진왜란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면, 그것에 대해 다룬다는 말이다), 평소 궁금한 점이나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준다.
머 영화나 드라마 속 상황과 역사의 상황이 다름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런 건 거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특히 팩션이니 픽션이라는 말을 붙인 사극들은 대다수가 역사의 내용을 그대로 다루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정통 사극이라고 해도 그대로 고증하지 못하는데 픽션이니 팩션 사극은~(그런 드라마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역사가 재미있는 것은 어떤 하나의 유물이 발견되었을 때, 그것에 따라 기존에 알고 있는 역사가 확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화공주와 서동 설화가 그렇다. 2009년 선화공주가 창건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른 미륵사에서 사택왕후가 창건했다는 문서가 발견되어 사실은 선화공주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둥, 삼국유사는 역사 기록서로는 볼 수 없다는 둥, 선화공주와 서동의 그 세기의(?) 사랑이 거짓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역사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당연히.
그런데 그리고 몇 년이 흘러서 서동의 실존 인물인 무왕의 묘와 일직선 상에 나란히 있던 소왕묘에서 사택왕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소왕묘는 사택왕후의 묘일 것이라 봤는데(기록서에 따르면-기록에 있는 것만이 역사는 아님은 분명하지만-무왕에게는 정실왕비가 선화공주와 사택왕후 둘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선화공주가 가상의 인물이라면 소왕묘는 사택왕후의 묘라고 본 것), 거기서 무왕의 유품보다도 더 빨리 제작된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이를 통해 선화공주가 사실은 실존했었다는 설이 다시 유력하게 떠올랐다. 선화공주는 무왕보다 일찍 죽었고, 사택왕후는 무왕보다 늦게 죽었기 때문.
또한 미륵사 창건 역시 실제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선화 공주이나 그것을 완공한 것은 사택왕후이며 그녀가 지었다는 문서가 한쪽의 탑에서만 나온 것으로 미루어 지금은 없어진 중앙 탑에는 선화 공주가 만들었다는 문서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삼국유사에만 나온 선화공주 이야기에서 미륵사의 구조나 배치 등이 꽤 정확하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역사는 이긴 자, 살아 남은 자의 역사다. 사택왕후가 선화공주가 만들기 시작했으나 내가 다 만들었어요~라고 쓸리는 없다는 것.
그래서 지금은 2009년 그 문서의 발견으로 실존 인물에서 가상의 인물이 된 선화공주가 그 유물의 발견으로 몇 년 만에 다시 실존 인물로 부상했다. 물론 설화처럼 정말 무왕과 선화공주가 사랑으로 맺어졌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부분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원수 집안의 딸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은 사랑이고 무왕에게는 그 이면의 전략적인 선택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이렇게 역사는 재미있다. 특히 기록이 거의 없는 고대의 역사 같은 경우는 유물 하나만 발견되어도 그 공백이 메워지면서 우리의 역사가 바뀔 수 있기에 진짜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전까지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역사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도 분명 있다. 모두 거짓이야!! 믿을 수 없어!!라는 사고 방식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 물론 조선 시대 같은 경우는 여러 역사 관련 책들이 정확하면서도 가짓수도 많기에 갑자기 휙 뒤집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석에 따른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다.
역사저널 그날은 마치 그럴 수도 있지 않았겠어?라면서 역사의 공백을 상황과 인물들과 연계하여 역사적 이야기들을 마치 수다 떨듯이 편하게 이야기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역사를 받아들이고,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꼭 보길 바란다. 일방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제목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