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24에서 이미지 발췌
희한한 일이다. 움베르토 에코라는 이름을 분명 많이 들어보았다. 그의 소설 이름이 '장미의 이름'('장미의 이름으로'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ㅁ') 인 것도 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이다.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라기 보다는 '움베르토 에코'가 더욱 머리에 각인되어 있고, 그 사람이 무엇으로 유명하지?라고 기억을 더듬거나 검색을 해서 아아 '장미의 이름'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달까?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는 작품보다도 작가가 먼저 생각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작가보다는 작품의 제목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 책이 재미있었어도 제목은 확실히 기억에 남지만 작가 이름은... 사실 정확히 말하면 작가 이름을 그냥 저냥 흘려보내고 책의 내용에 빠지고 덮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 책의 작가를 기억할 정도로 책이 재미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인지하지 못하는 작품 재미 단계가 있다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쓴 작가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은 맞다.
이런 내게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안 읽었음에도 확실히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거장인 것이다(사실 책도 엄청나게 유명하고 대단한 작품이다). 우리가 흔히 고전 작품의 작가들 작품은 몰라도 그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상식과 같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이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읽지 않았지만 그 작가들의 이름은 확실히 많이 들어봤던 것처럼. 그럼 움베르토 에코가 고전 명작 반열의 소설가냐, 라고 묻는다면 글쎄... 장미의 이름이 아직 고전이라고 하기에는 세월이~~ ㅋㅋㅋㅋ(시간이 더 지나면 고전 반열에 오르겠지만)
움베트로 에코가 쓴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하나가 바로 이 '장미의 이름'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유명한 기호학자이며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이자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진짜 부럽다!!!). 이걸 왜 알아야 하냐고? 바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과 지혜, 가치관, 사상 등이 그 사람이 쓰는 작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을 알기 위해서는.
'장미의 이름'은 진짜 두꺼운 책 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상당히 어렵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1327년,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은 그를 수행하는 아드소와 함께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으로 간다. 이 당시의 종교(신교, 구교 등) 전쟁이라고 해야 할지, 종교에 대한 문제가(교황 대 황제라든가...) 책의 배경으로 나오는데(중요한 배경이다. 윌리엄이 수도원으로 가는 것과 수도원에서의 사건 등이 밀접하게 이 배경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겠다. 너무 복잡~~ 책에서 확인하시길~~ ㅋㅋㅋ
윌리엄과 아드소가 간 그 이탈리아의 수도원에서 연쇄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수도원장은 윌리엄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하고 윌리엄은 그 청을 받아들여 아드소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살인은 '요한 묵시록'의 예언에 따라서 벌어지고 있었고, 그것과 연관된 중요한 책이 없어진다.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누구의 짓인지 밝혀지고 살인도 끝난다. 그 범인의 정체는 정말 의외라면 의외고, 추리를 했다면 대단한 사람~!
내용만 간단히 보면 꽤 흥미진진할 것 같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대단하다. 달리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부터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과 움베르토 에코의 기호학 이론이 내용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 권의 책이 집약된 결정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 내용도 쉽지 않은데 이들이 말하는 대화(윌리엄과 아드소의 대화, 아드소의 독백 등등)를 따라가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과장하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전개 자체가 스피디하지 않고 철학적인, 종교적인, 분명 한글인데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내용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세 수도원 생활의 훌륭한 입문서이자 신교와 구교를 막론하고 모든 신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힐 정도니 종교에 민감한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
나도 사놓고 몇 년 동안 책장에 꽂혀 먼지만 쌓이는 것을 바라만 보다가 드디어 어느 날, 큰 맘 먹고 읽기에 돌입했다. 위에도 밝혔듯이 무척 두꺼운 책 2권이라는 어마무시한 분량의 압박과 읽다 그만두면(시간에 쫓기든 약속에 쫓기든...) 다시 책장을 펼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삘이 와서 2권 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타의에 의해. 자의로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ㅋㅋㅋㅋ) 읽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시간을 만들었던 것.
이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읽기 시작한 '장미의 이름'은 나에게 무한 인내심과 끈기, 짜증을 하사하였나니... 어려운 단어나 상황에 각주가 붙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사전 등을 찾아보는 수고로움까지 동원하며 책을 덮은 순간 드디어 해냈다는 감격의 눈물은 커녕 허탈함과 먼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다. 책을 곱씹으며 읽는 스타일이라 진짜 심심풀이 땅콩 같은 가벼운 내용의 책도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이 책은... 잠도 안 자고 초집중하며(머 물론 나중에는 이해 안 되면.. 아~ 몰랑. 하며 넘기기도 했다. -_-) 읽었음에도 제대로 읽은 느낌이 들지 않은 것!!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다 보니 책 안에 있는 본연의 재미(추리적인 요소라고 해야 하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풀어나가는 과정?) 요소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으며 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읽는 것, 읽어야 한다는 것 자체에만 몰입하여 책이 주는 그 재미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집중했다고 하는데도 이야기 두 권 분량 중 극히 간헐적인 부분들만 기억나는 것이고(2년 전에 읽어서라고 핑계 대기에도 창피하다. -_-), 당시의 시대상이나 종교적인 부분 등에 대한 것을 내 지식으로 만들지 못한 것.
그러니 장미의 이름, 읽었다고 자랑도 못할 형편이다.
앞으로 장미의 이름을 읽을 사람들은 모르는 내용들이 쭈욱 이어지더라도 너무 세세하게 파악하지 말고(내용 이해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전체적인 내용 연결을 생각해가며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한 번 더 읽을 때 세세하게 파악해보는 게 좋을 듯. 원래 좋은 책은 여러 번 읽는 거라고 하지만 이 책은 정말 한 번만 읽기에는 후회가 더 많다. 그래서 나도 이참에 한 번 더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_-;;;
제목
장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