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yes24에서 발췌
G.K.체스터튼이라는 작가는 몰라도 브라운 신부는 들어봤을 확률이 작가 이름보다는 높을 것 같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영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영드로 만들어졌다.
이건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자기 나라의 문학 작품을 드라마로 만드는 현상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좋은 것 같다. 머 우리나라도 따지면 홍길동전이나 전우치전과 같은 고전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기는 했지만 그런 고전 소설 말고~
어쨌거나 삼천포에서 돌아와서~~!
그렇다, 이 책은 브라운 신부의 이야기지만 브라운 신부가 주인공 같지 않은 이야기다. 가톨릭의 신부님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라? 오호~ 상당히 흥미롭다.
위의 표지 이미지에 있는 글처럼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총 5권으로 추리소설이다. 브라운 신부의 외모는 정말 볼품 없다. 통통하고 작은 키에 우산을 잃어버리기 쉬운,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을 외모의 신부다. 그러나 그 신부는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의 훌륭한 지성과 이성, 또한 연상해내는 감각 기관 등에 의해서 말이다.
5권 모두 장편이 아닌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브라운 신부는 셜록 홈즈처럼 전면에 나서서 사건을 수사해나가지 않는다. 이야기도 브라운 신부의 관점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브라운 신부는 마치 셜록 홈즈에서 왓슨이 화자로, 셜록 홈즈의 행동을 관찰하고 수사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3자의 입장에서 사건이 브라운 신부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지만, 그것 역시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화자는 왓슨처럼 적극적인 개입(셜록과의 대화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없다.
또한 매 이야기마다 화자는 각기 다르다. 누가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볼품 없는 브라운 신부는 사건이 일어나면 특유의 판단과 추리, 이성, 지성으로 범인을 밝혀낸다. 근데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범인을 경찰에게 인도하기 보다는 훔친 물건을 돌려받는 식으로(살인이 아닌 경우) 끝이 난다. 물건을 돌려 받은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범인을 잡아야 하지 않냐고 하지 않고 돌려 받은 물건으로 좋아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할까?
게다가 브라운 신부의 관점이 아니기 때문에 브라운 신부가 범인을 어떻게 알아내고, 어떻게 찾아내는지는 브라운 신부의 입으로만 나올 뿐, 그의 생각을 우린 읽지 못한다. 물론 그 추리 과정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나오지만 그게 속시원한 느낌은 아니다.
브라운 신부가 범인을 잡는 과정은 셜록 홈즈처럼 여기저기 관찰하고 살펴보고 하는 것과는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사람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범인을 유추하는 것. 그 과정이 꽤나 재미 있다. 오호~ 그렇군. 친절한 설명이 아니기에 읽는 독자들에게는 나름의 상상을 할 수 있는 여백까지 주는 것.
5권이지만 아주 두껍지도 않고,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지루하지 않게 금방 볼 수 있다. 혹시 종교적인 부분이 강하게 드러날까봐 선입견을 가진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신부가 주인공이라고 그것과 관련한 종교색이 내용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가 아니라 작가의 편견이 드러난 부분은 아쉽다. 이 책의 시리즈는 1911년부터 1935년까지 24년에 걸쳐 나왔는데, 동방, 즉 동양 문화에 대해 얕보는 시각이 내용 곳곳에 드러나 있다. 정신적인 면에서나 문화적인 면, 경제적인 면 모든 부분에 있어 서양이 우월하다는 그런 인식이 은연 중에 내용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잘 읽다가도 순간 언짢아지는 부분이 있는 것.
체스터튼이라는 작가는 작가임에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었다니, 그 시기가 그런 시기였다고 해도(20세기 초는 18~19세기보다는 그런 인식이 나아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 아, 1, 2차 세계대전이 바로 20세기 초에 있었군... 하고는 쉽게 수긍을 한...), 지식인이라면 최소한 그런 편협하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자라면 동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제국주의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불쾌감이 들었던 것.
그렇지만 그런 인식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인도인이라든가(영국의 식민지였으니 아무래도 인도인에 대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서도 그렇고), 동방의 물건이라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 나오는 것. 또 대놓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지는 않지만, 마치 꼭 그자가 범인인 것처럼 보기도 한다. 하다못해 브라운 신부 역시. 그런 편견으로 범인을 예측하지는 않지만. 무조건적인 포용력으로 보지는 않는 것.
어쨌거나 그 시대에서는 어쩔 수 없는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약간 기분 나쁘다!라고 넘길 수 있다면 이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참 재미 있는 추리소설이다.
신선하기도 하고.
제목
브라운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