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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은 안타깝게도 살아 있을 때는 그가 쓴 '밀레니엄 시리즈' 총 6편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책이 출간되기 6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죽고 말았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총 6권, 각 2권씩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라고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은 같다. 언론인 미카엘과 천재 해커이자 펑크족이며 비밀정보 조사원인 리스베트가 바로 이들.
스티그 라르손이 작가이자 강직한 언론인이었기에 주인공 남자도 언론인으로 묘사한 것 같다. 그와 반대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리스베트라는 여자 주인공과의 배합은 꽤 이질적인 듯하지만 의외로 무척 잘 어울린다.
스티그 라르손,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북유럽인 스웨덴의 언론이자 작가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 일컬어지는 스웨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40인지 50인지, 60인지...)가 책의 가장 첫 부분에 나온다. 꽤나 충격 받았다. 이렇게나 많이?라고 말이다.
한동안 북유럽 작가의 책이 유행처럼 번역되고 발간되었다. 다양한 나라의 책들을 읽는 재미는 확실히 재미 있다. 우리에게 그동안 북미 아니면 일본, 상 받은 작품 이외의 책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더욱 좋았다.
'밀레니엄'은 주인공 미카엘이 공동 창립자이자 발행인이자 저널리스트로 있는 잡지의 이름이다. 미카엘은 재벌에 대한 폭로기사를 쓴 뒤 송사에 휘말리고, 그것 때문에 재정과 명예, 밀레니엄의 앞날까지 불투명하게 된다. 미카엘은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벌금과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그후 회사에서 물러난 미카엘에게 이상한 의뢰가 온다. 의뢰인은 스웨덴의 유서 깊은 대기업 집안의 은퇴한 총수 '헨리크 방예르'로, 그에게 36년째 그의 생일마다 유리 액자에 담은 꽃 공예 압화 액자가 배달되어 오는 것.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헨리크 방예르는 미카엘에게 자기 집의 연대기를 써줄 것을 제안한다. 거기에 미카엘이 패소한 재벌에 대한 기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고 하니, 미카엘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물론, 표면적인 것은 방예르 집안의 연대기를 쓰는 것이나 실상은 16살에 실종된 증손녀를 찾는 것이다. 36년 전에 갑자기 실종된 증손녀가 매년 그의 생일 때 선물해 주던 압화 액자. 발신인 불명의 압화 선물, 헨리크는 누가, 왜 이런 선물을 보내는지 그 미스터리를 풀고 싶다. 평생에 걸쳐 증손녀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기에 미카엘 같은 제3자이자 언론인의 시각에서 실종사건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미카엘의 조사는 보안경비업체의 비밀조사요원으로 일하는 천재 여성 해커 리스베트를 만나면서 본격화된다. 그녀는 깡마른 몸에 눈썹과 코에 피어싱을 했으며, 사람들과의 친화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여자다.
이렇게 밀레니엄 3부장 중 1부작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과정 전까지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 이야기 자체가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서 성질 급한 사람들은 재미를 못 느끼고 중도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만 보면 마치 미카엘이 이야기의 중심인 것 같지만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미카엘에서 중심축이 리스베트로 옮겨간다. 특히 2부의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리스베트가 단독 주인공이라 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스웨덴 여성의 성폭력과 관련한 이야기가 책의 맨 처음에 나와 있다고 했는데, 밀레니엄 시리즈의 전체 이야기를 흐르는 배경은 바로 이것이다. 여성을 향한 범죄. 폭력, 절대 권력의 횡포. 단순한 여성 범죄를 다루는 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커다란 비밀을 다룬다. 국가, 공권력 앞에서 여자라는 성은 어떻게 무너지는지 말이다.
2부에서는 리스베트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며 그녀가 살인범으로 몰려
그것을 해결하는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3부작 모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배경에 흐르는 것은 여성을 노리는 범죄에 관한 것들이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맞지만 1부가 미카엘과 밀레니엄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2부는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3부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리스베트가 단독 주인공과 같다고 한 것. 2부와 3부는 모두 리스베트와 관련 있는 여성을 이용한 범죄가 나오며 거의 리스베트 혼자서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활약한다.
다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결국 헨리크의 증손녀 실종사건은 미카엘과 리스베트에 의해 해결된다. 미카엘은 연대기는 쓰지 않게 되었지만(방예르 집안의 숨겨진 어둠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 때문에), 밀레니엄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등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리스베트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미카엘을 사랑하게 되었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픔이 된다.
이 밀레니엄 시리즈는 스웨덴 감독의 영화로는 3편 모두 나왔으며,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헐리웃판 시리즈는 1부만 나온 상태다. 그 이후의 시리즈는 계속 제작 연기가 되어 사실상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감독인 데이빗 핀처가 하차한 상태다.
3부에서는 리스베트의 재판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2권에 있었던 내용 때문에
결국 재판을 받게 되는 리스베트, 그리고 그녀를 죽이려는 무리들과의 사투 등이 꽤나 재미있게 펼쳐진다.
3부작까지의 내용을 보면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사이는 친구에서(친구 같지 않은 친구랄까?) 더 발전이 되지 않는다. 원래 이 밀레니엄 시리즈가 총 10부작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아쉬운 내용이다. 아마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그 과거들이 모두 청산된 이후, 제대로 본격적인 사건들을 둘이 힘을 합쳐 파헤쳐나가는 내용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데 작가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이 밀레니엄 시리즈 책을 출간하기까지 꽤나 힘들었다는 것. 원래 홀대 받았던 작품들이 더 큰 인기를 끄는 것일까? ㅎㅎ
또한 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어서 4부를 스웨덴의 다른 작가가 썼다는데 결국 우리나라에는 번역, 출간이 안 되었다. 아마 그런 것을 볼 때 스웨덴에서조차 기존의 3부작만큼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스티그 라르손의 유작인 밀레니엄 3부작, 총 6권. 조금 두껍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추리소설적 느낌을 좋아한다면 시리즈 1만 추천한다. 2부터는 추리소설적 느낌보다는 마치 헐리웃의 상업영화를 보는 듯한,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우고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내게 만든 그 사람에 대한 복수극이 더 중점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복수극이 추리소설적 느낌이 가미가 되긴 했지만...
또한 리스베트의 무조건 직진 성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역시 이 책에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달려나가며 혼자서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물론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왜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성격이 되었는지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이런 성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미카엘을 좋아한 독자라면 미카엘의 존재가 1부와는 달리 2부와 3부에서는 리스베트보다 훨씬 줄어들기에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을 듯!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1부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
제목
밀레니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