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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실로의 여행은 폴 오스터의 소설로, 아마 작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소설일 것이다. 폴 오스터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소설 "달의 궁전", "뉴욕3부작"을 더 많이 떠올릴 텐데 가장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고, 이것으로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고 할까?
폴 오스터는 미국에서 보기 드문 순문학 작가로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이 작가의 소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빠져들기 무척 힘들다는 것도 안다. 읽기 불편하다고 해야 할지, 어렵다고 해야 할지, 난해하다고 해야 할지, 무엇인지 모르게 술술 읽히지 않는 소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소설. 읽다가 나 멀 읽고 있니? 하는 생각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소설. 잠깐 딴 생각이라도 했다가는 전혀 내용을 알 수가 없는 소설. 그러나 읽다가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소설.
특히 이 책, 기록실로의 여행은 내가 읽은 폴 오스터의 소설 중 가장 난해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그런데 왠지 2인칭 관찰자 시점 같기도 하다. 우선 화자가 누군가를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에 이름표가 붙여져 있는 아주 작은 방에서 깨어나는 노인을, 화자는 관찰한다. 그 노인은 마치 갇혀 있는 사람 같지만, 실제로 문이 잠겨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인이 방에서 나갈 생각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른다. 그리고 노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인은 그들을 당연히, 전부 모른다. 그들은 노인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노인은 그들과 이야기하며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듯, 이름들을 노트에 적어가지만 그것도 그 순간뿐이다. 그렇게 노인의 과거 행적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또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게 이 책의 묘미라고 해야 할까? 기승전결, 확실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짜증을 유발한다고 해야 할까? ㅋㅋㅋ
관찰자, 화자는 노인에게 호의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화자의 시점으로 노인을 관찰하는 그 형식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도 읽을수록 그 재미와 매력이 엄청나다. 남을 훔쳐보는 듯한 그 묘하면서 왠지 잘못을 저지르는 듯한 느낌을 책을 읽으며 받을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아마 그것이 바로 폴 오스터의 필력이 아닐까 싶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화자가 노인을 훔쳐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그래서 순수한 마음으로 노인을 화자와 함께 관찰하게 되고, 노인이 과연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읽게 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노인이 기억을 더듬으며 노트에 적는 이름들이 폴 오스터의 다른 작품 속 등장인물이라는 것. 아마 폴 오스터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 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대로 하나의 재미 요소인 것.
결론은 어떨까? 노인이 기억을 찾을까? 이 책의 결론은 뫼비우스의 띠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니면 도돌이표~ 그렇기에 재미있을 수도... 묘한 매력. 정말 이 책은 매력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 생긴다. 관찰자는 누구인가? 폴 오스터 자신, 즉 글을 쓰는 작가가 노인을 관찰하는 화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말이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익숙해지기까지 어려워도 익숙해지면 손에서 놓을 수 없고, 자꾸 생각나는 그런 책이다. 색다른 내용의 색다른 스타일의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은 정말 강추다!!
그리고 읽고 난 후, 폴 오스터를 좋아하게 되던가 싫어하게 되던가~ ㅋㅋ
제목
노인
